박상수 수석, 박상우 파트장(왼쪽부터).[사진=두산그룹]
박상수 수석, 박상우 파트장(왼쪽부터).[사진=두산그룹]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두산그룹이 두산에너빌리티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통한 힘든 시간을 견뎌오는 동안 승계와 관련해 잠잠했지만 최근 박정원 회장의 장남, 박지원 부회장 및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의 장남이 각각 지주사와 계열사로 합류하면서 경영 승계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재계 등에 따르면, 두산그룹의 오너가 5세가 본격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박 회장의 장남 박상수씨가 지주사인 ㈜두산에 합류했고 박 부회장의 장남인 박상우씨가 그룹 수소에너지 담당 계열사 두산퓨얼셀에 입사했다.

두사람 모두 1994년생 동갑내기다.

박상수씨는 지난 9월 ㈜두산 지주부문 CSO(Chief Strategy Officer) 신사업전략팀에 수석 직급으로 입사해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그는 그룹 전반의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신사업을 기획하는 일을 맡는다.

특히 박 수석은 故 박용곤 명예회장의 맏손자로 두산그룹 5세 중 장손으로 2019년 박 명예회장의 영결식에서 영정을 들어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 수석은 2019년 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2020년부터 올해 초까지 한국투자증권 반도체 분야 전문 연구원으로 활약했다.

특히 올해 초 91억원어치의 두산 주식을 매입하며 재계 주목을 받았다. 그가 보유한 주식은 총 13만2380주로 지분율은 0.8%다. 

반면 박 부회장의 장남 박상우씨는 미국 시카고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고 2018년부터 2022년 초까지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하다 2022년 두산퓨얼셀 미국 법인인 하이엑시엄으로 옮겨 파트장으로 재직 중이다.

박 파트장은 현재 사업개발 부서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두산그룹은 오너가 5세들을 전격 입사시키며 경영 승계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이 박 수석과 박 파트장은 그룹차원에서 새롭게 개척하고 있는 차세대 에너지, 산업기계, 반도체, 첨단IT 분야 중 주요 부분을 이들에게 맡겨 경영 수업에 돌입하면서 신사업을 통한 5세 경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두산 4세들 역시 경영수업을 점차 확대하는 모습이다. 두산 4세들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박지원 부회장, 박지누언 두산산업차량 부회장, 박석원 ㈜두산 사장, 박태원 한컴 부회장, 박형원 두산밥캣코리아 사장, 박인원 두산로보틱스 사장 등이 있다.

◇ 장손, 증권사 경력 바탕 반도체 사업 주도

먼저 박 수석은 두산 입사 전 한투증권 반도체부문에서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그룹이 추진 중인 반도체 부문을 진두지휘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6월 새로 인수한 두산테스나에 5년동안 12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테스트 분야 세계 5위권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후 별다른 투자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6월 패키징 기업 엔지온 인수를 시도했지만 9월 철회했고 외주 반도체 패키지·테스트 기업 에이팩트 인수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다만 두산그룹은 두산테스나를 중심으로 피키지 타스트 사업 강화를 모색하고 있어 향후 박 수석 주도로 인수 대상을 직접 선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두산그룹은 127년의 역사 속에서 그간 ‘형제 경영’과 ‘장자상속’의 원칙에 따라 고 박용곤 명예회장→박용성 전 회장→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박용만 전 회장 순으로 형제들끼리 회장을 넘겨주며 그룹을 운영해왔다.

3세인 박용만 전 회장이 2016년 조카이자 4세인 박정원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주면서 4세들의 사촌 경영 체제로 넘어갔다.

다만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아직 60대 초반에 불과해 아직 20대 후반인 5세들을 두고 차기 후계구도를 논할 시기는 아니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재벌 오너가를 중심으로 일찌감치 경영 수업에 돌입하는 등 승계를 고려한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면서 “과거 급하게 경영 승계를 이어가다가 일부 후유증이 컸고 상속·증여세 등을 위한 재원 마련도 조기에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 등이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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