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지 벌써 1년째를 맞았다. 그간 정부와 업계의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근원적 원인들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피해 규모만 날로 늘어가고 있는 중이다. 전세사기 가담이 의심되는 이들이 버젓이 중개행위를 이어 나가는가 하면, 비슷한 유형의 범죄가 재발하는 등 아직까지 ‘깡통전세’, ‘빌라왕’ 사태의 후폭풍이 가시지 않았다. 이에 본지는 [전세사기 1년] 기획 시리즈를 통해 사태의 현황과 추이, 그리고 청사진을 조망함으로써 전세 제도의 현주소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 [사진=고선호 기자]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 [사진=고선호 기자]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전국적인 전세사기 사태와 관련, 일부 공인중개사들이 불법 행위에 연루돼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처벌 수위 및 자격 획득 기준이 강화가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지속적으로 각종 불법행위가 적발되는 등 불법 중개 원천 차단은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15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협회 자체적으로 적발한 중개사무소 위법행위는 452건으로, 대부분의 위법행위 사례가 중개보조원 또는 무자격자의 위법한 영업행위 등으로 확인됐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전세사기 사태를 계기로 올해 두 차례 시행한 공인중개사 특별점검 결과 내용과 유사한 유형들이다.

이처럼 대상물의 중개 과정에서 누구보다 투명해야 할 공인중개사들이 관련법에 적시된 의무를 무시한 채 전세사기에 가담할 경우 임차인의 입장에선 방어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악용, 이를 통해 불합리한 계약을 맺게 되더라도 해당 공인중개사의 책임을 입증하기 쉽지 않아 관련 업계를 향해 국민들의 공분이 일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개인이 전세사기에 가담하는 범행 사례는 공시지가나 시세 파악이 어려운 신축빌라의 가격을 부풀려 계약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같은 전세사기 문제의 확산세가 급속도로 커지자 정부는 ‘공인중개사 의무 강화’를 골자로 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국토부는 공인중개사의 중개대상물에 대한 확인과 설명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공인중개사법 하위법령 개정안’ 연내 입법예고할 방침이다. 이는 이르면 내년부터 적용된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공인중개사는 집주인의 세금 체납과 해당 주택에 선순위 세입자가 있는지를 임차인에게 반드시 설명해야 한다.

이는 공인중개사들이 임차인의 보증금 보호에 필수적인 정보를 누락하거나 잘못 안내한 사례가 다수 발견됨에 따라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그동안 다뤄지지 않았던 원룸이나 오피스텔 같은 소형주택 관리비에 포함된 전기료나 수도료, 인터넷 사용료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야 하는 등 관련 요건과 기준이 강화된다.

이는 집주인들이 세를 인상하기 위해서 관리비를 높여서 받는 편법을 막기 위함으로, 이와 함께 임차 주택 현장을 안내한 사람이 중개보조원인 또는 개업공인중개사인지 정확히 명시하도록 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세사기와 같은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 기준 및 수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손질이 필요한 상황이다.

문이 닫힌 아파트 분양사무실.
문이 닫힌 아파트 분양사무실.

형이 확정되기 전에도 업무정지 등의 제재가 이뤄지는 다른 일부 자격자 단체들과 달리 공인중개사의 경우 형 확정 이전까지 사업 영위에 어떠한 제재가 없기 때문에 전세사기 행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일부 공인중개사들은 여전히 중개행위를 이어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사기 문제가 터지더라도 그에 연루된 공인중개사만 잘라내고 새로운 중개사들을 채워 영업을 이어가는 사무소들도 있다”며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땐 중개업자자의 자격증과 신분증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정상적인 사무소인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공인중개사들의 위법행위가 빈발하자 업계 일각에서는 협회의 단속 권한 부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협회의 단속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현재 1년째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에 불법 중개행위의 단속·처분에 대한 전권을 지자체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으로, 중대 위법행위에 대한 사전 대응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협회 관계자는 “전세사기 예방과 불법 중개행위를 척결해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국가경제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법정단체가 아니라 회원들에 대한 지도‧단속 권한이 없어 자정 노력에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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