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고래와 나’]
[사진=SBS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고래와 나’]

[이뉴스투데이 정영미 기자] 지구에서 가장 크고, 가장 오래 살며, 가장 긴 거리를 이동하는 포유류지만, 여전히 미지의 동물인 고래. 그들의 은밀한 세상을 담은 SBS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고래와 나(연출: 이큰별, 이은솔 / 글, 구성 : 홍정아)’가 오는 18일부터 방송된다.

‘바다의 인간’이라 불릴 만큼 인간과 비슷하면서도 가까운 동물, 고래. 하지만 어쩌면 인간은 고래보다, 달의 표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친근하면서도 가장 베일에 싸여 있는 동물인 고래를, SBS가 창사 33주년을 맞아 8K 초고화질 수중촬영으로 생생히 전달한다.

공개되는 소설 ‘모비딕’의 주인공 향고래, 남태평양 한가운데에서 펼쳐지는 혹등고래의 아름다운 노랫소리와 사랑 이야기다. 영국 자연사 박물관 수장고 속 감춰진 비밀. 캐나다에서 전해온 흰돌고래와 북극곰의 충격적인 생존기. 그리고 고래가 인간에게 남긴 다잉 메시지까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고래에 관한 모든 이야기가 공개된다.

국내 방송사 그 어느 곳에서도 만난 적 없던 향고래. 첫 만남에서 그들만의 독특한 수면 방식에 경외감을 느낀 것도 잠시, 향고래에게서 익숙한 모습이 비쳐 보였다. 새끼에게 젖을 먹이고, 옹알이에 대꾸를 해주는 우리의 모정과 똑 닮은 향고래의 모습이 1부 ‘머나먼 신비’에서 소개된다.

솔로 혹등고래들이 모여 사랑을 찾는 바다, 남태평양. 그곳에서 마주한 혹등고래의 춤과 노랫소리에 담긴 이야기를, 대한민국에서 고래를 가장 많이 촬영한 두 베테랑 촬영감독과 함께 전한다. 두 감독은 오랜 시간 동안 고래와 교감을 할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받았고, 그들에게는 여타 동물과 다른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고래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대왕고래를 촬영하기 위해 인도양에서 보름 넘는 기간을 기다렸던 제작진이 만날 수 있던 유일한 고래는 죽은 돌고래였다. 다른 바다에서도 쓰레기 더미 속에 헤엄치는 고래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고래의 노래가 끊이지 않던 바다가, 왜 소리 없는 아우성 가득한 곳이 된 걸까? 고래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와 참혹한 비명을 2부 ‘고래의 노래를 들어라’에 담았다.

지난 3월, 전라북도 부안군 하섬에서 새끼 고래 한 마리가 죽은 채 발견되었다. 지난 20년 넘게 한국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희귀종 보리고래의 죽음. 사인을 밝히기 위해 수십 명에 달하는 연구자들이 모여 부검을 진행했고,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고래의 비정상적인 죽음은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미국 뉴욕에서도 작년 연말부터 수십 마리에 달하는 대형 고래의 사체가 해안가로 밀려드는 사건이 벌어졌다. 국내외를 오가며 죽음의 원인을 취재하던 제작진은 흰돌고래와 북극곰의 사투, 그리고 녹아내리고 있는 영구동토층을 목격했다. 고래가 보낸 SOS를 따라 시작한 여정 끝에 마주한, 고장나버린 지구의 현실은 3부 ‘거대한 SOS’에서 공개된다.

고래가 인간과 소통할 수 있다면,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할까? 제작진이 만난 한 남자는 “날 꺼내 줘”라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과거 사람들에게 화려한 범고래 공연을 선보이던 그였지만, 지금 그에게 고래는 아픈 손가락이다. 자연 속에 있어야 할 고래가 좁은 수조에서 병들어 가는 것을 목격한 후, 그는 고래를 대신해 목소리를 내는 일을 하고 있다. 고래의 또 다른 비극은 잔인한 포경이 행해지는 몇몇 국가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과거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해지던 불가피한 사냥과 달리, 상당수는 특정 집단의 만족을 위해 고래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있었다. 일부의 사람들은 자신과 고래의 죽음이 큰 관련이 없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전 IMF 부국장이자 세계적 경제학자 랄프 차미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자연 속에 살다가 온전히 수명을 다하고 바닷속에 가라앉은 고래 한 마리의 값어치는 상상 초월의 가치’라고 말했다. 살아서는 물론 죽어서까지 인간과 지구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고래. 그 고래가 당신에게 전하는 편지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4부 ‘고래가 당신에게’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SBS 창사특집 ‘고래와 나’를 위해, <힙하게>, <우리들의 블루스>의 배우 한지민과 <수리남>, <오징어 게임>의 배우 박해수가 내레이터로 나섰다. 한지민은 제작진과의 첫 만남에서 “고래뿐 아니라 인간, 지구까지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 좋았다”고 말했고, 늘 자유로운 고래를 닮고 싶었다는 박해수는 “이번 기회를 통해 고래, 그리고 지구와 환경에 대해 알아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소감을 밝혔다.

음악은 다큐멘터리 ‘차마고도’, 평창 동계 올림픽의 음악감독 양방언이 맡았다. 양방언은 “(음악감독) 제안이 온 순간 망설임 없이 하겠다고 답했다”라며 기대를 표했다.

[사진=SBS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고래와 나’]
[사진=SBS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고래와 나’]

SBS 창사특집 ‘고래와 나 1부 - 머나먼 신비’는 오는 18일 토요일 밤 11시 5분에 처음 방송된다. 이후 25일에는 2부 ‘고래의 노래를 들어라’, 12월 3일에는 3부 ‘거대한 SOS’, 12월 10일에는 4부 ‘고래가 당신에게’ 편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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