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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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상속세를 5년 분할납부하고 있는 삼성가가 최근 재원 마련을 위해 지분 매각에 나서는 등 기업 오너 일가 부담 상속세율을 두고 다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경제단체들 역시 과도한 상속세와 증여세가 기업의 영속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지난달 31일 하나은행과 유가증권 처분 신탁계약을 맺었다.

이들은 계약 목적에 대해 ‘상속세 납부용’이라고 공시했다. 계약기간은 지난달 31일부터 2024년 4월 30일까지다.

이번 매각 대상은 우선 삼성전자 지분 0.5% 규모로 홍 전 관장 0.32%, 이부진 사장 0.04%, 이서현 이사장 0.14%를 매물로 내놓는다.

적전거래일인 지난 3일 종가(6만9600원)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2조761억원에 달한다.

홍 전 관장은 1조3450억원, 이 사장은 1671억원, 이 이사장은 5640억원이다.

같은날 이 사장은 삼성물산(0.65%), 삼성SDS(1.95%), 삼성생명(1.16%) 지분 매각 신탁 계약도 체결했다. 3일 종가 기준 매각 금액은 총 4993억원이다.

이를 통해 삼성가는 약 2조6000억원 가량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상속세 12조원 가량에 대한 20%정도 규모다.

이미 홍 전 관장을 비롯해 이 시장, 이 이사장 등은 이미 기존대출까지 합쳐 주식담보대출로 4조원 가량을 수혈한 바 있다.

삼성 오너 일가는 2020년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별세한 이후 연부연잡 제도를 활용해 2021년부터 5년간 6회에 걸쳐 상속세 분할 납부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3차분까지 납부했으며 2024년 4월까지 4차분을 납부해야 한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4차분 납부에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홍 전 관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할 일”이라며 납세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다만 재계에서는 상속세가 과도하다는 지적을 내놓으며 자칫 기업의 지배구조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실제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7000억원이 넘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이어가고 있고 조원태 한진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역시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 사장 역시 증여세 연부연납을 위해 주식을 담보로 맡겼다.

이뿐만 아니라 일부 기업에서는 상속세로 인해 지배구조까지 흔들리고 있다. 김정주 넥슨 회장 사망 이후 김 회장의 유족은 60% 최소세율로 상속 재산 10조원 가운데 절반 이상인 6조원을 상속세로 내야했다.

이에 유족들은 결국 그룹 지주회사인 NXC 지분 29.3%(4조7000억원)을 물납했다. 결국 유족으로부터 NXC 지분 29.3%를 넘겨받은 기획재정부는 전체 지분의 29.3%를 보유해 단숨에 2대 주주가 됐다.

이 외에도 한미약품 오너 일가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난달 사모펀드에 보유 지분을 넘겼고 락앤락 등도 상속세 부담 때문에 승계를 포기하고 회사를 해외 사모펀드에 넘기기도 했다.

◇ 상속세 마련에 대출·기업 매각 등 어려움 지속

이에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상속세 등에 대한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지난 7월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세제개선 건의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고 밝히며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재 50%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5%로 과감하게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총 측은 중소·중견기업 오너의 자녀가 기업을 이어받아 경영하면 상속세를 줄여주는 가업상속공제 제도도 손질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공제 한도는 최대 600억원이다. 이를 1000억원까지 늘려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앞서 한국경제인협회(구 전국경제인연합회) 측도 최근 ‘현행 기업승계 상속세제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 보고서를 통해 “중소·중견기업의 활성화 및 대기업으로의 성장이라는 선순환을 위해 우선 국제적으로 높은 상속세율(50%)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수준보다 조금 높은 30%까지 인하하고 최대주주할증과세는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견해를 내놨다.

상속세·증여세 모두 해당되는 최대주주할증과세는 주주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주식을 상속하는 경우 중소기업 이외의 기업은 주식평가액에 20%를 할증해 평가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실제 최대주주할증과세까지 적용될 경우 상속세율은 50%가 아닌 사실상 60%가 적용되고 있다.

다만 재계의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실제 정부는 상속세 과세 골격을 바꾸는 세제 개편을 추진하다가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입법조사처(입법처)는 현행 상속세 과세체계에 대한 대수술을 주문했다. 유산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현행 상속세제를 받은 만큼 세금을 내는 ‘유산취득세’로 전환에 대한 개편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최근 부자 감세 비판 등이 이어지면서 정부는 ‘국민 공감대가 전제돼야 한다’는 이유로 개편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 6월 관훈토론회에서 “섣불리 상속세를 낮춘다고 접근하기에는 아직까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먼저 필요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해 사실상 한발 물러선 상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중들에게 기업상속이 부의 대물림으로 인식되고 있어 상속이 불법적인 재산 축적과 함께 불로소득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섣불리 개편에 나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지나친 상속세가 국부 유출, 고용 감소, 성장 둔화 등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상속에 대한 이미지 개선을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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