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광주전남취재본부 송덕만 기자]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10월 31일 폐막식을 끝으로 7개월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10월 22일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온 대구에 거주하는 방경화씨 가족이 정원박람회 900만 번째 관람객이 됐다. [사진=순천시]
10월 22일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온 대구에 거주하는 방경화씨 가족이 정원박람회 900만 번째 관람객이 됐다. [사진=순천시]

순천시가 981만 2157명이라는 약 1000만 명에 가까운 관람객을 불러들이며 최장기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순천을 ‘정원도시 서울’ 구상을 위한 가장 좋은 모델로 꼽고, "배우러 왔다"라는 간략한 문장으로 정원박람회장을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지방 행정의 신모델",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은 "지방균형 발전 철학과 닮은 모범도시"라는 표현으로 정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순천의 사례를 극찬했다.

이러한 평가의 저변에는 노관규 시장만의 일하는 방식이 있었다. 노 시장은 취임 직후 박람회 책임자 1명을 선발하고 일하고 싶은 직원을 직접 뽑게 했다. 시장 고유 권한인 인사권을 실무자에게 위임한 것이다.

대신 조직 구성은 행정, 토목, 보건 등 다양한 직렬을 배치해 융·복합이 가능하게 했다. 뿐만 아니라 박람회장에 시장실을 마련해 현장에서 즉각적인 소통과 결정, 보완을 이뤄갔다.

순천시가 7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193ha에 달하는 박람회장을 완성도 있게 꾸릴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시장과 공무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행정력이었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전경 [사진=순천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전경 [사진=순천시]

노 시장은 늘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여타 꽃 축제나 정원박람회와는 다르다고 강조해왔다. 눈으로 감상하는 데 그쳤던 정원을 도시의 판을 바꾸는 수단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순천시는 도심 한가운에 자리한 저류지와 아스팔트 차도를 6만 평의 푸른 정원으로 재탄생시키며 회색빛 도심을 녹색으로 물들였다.

도시 공간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노 시장과 아스팔트 도로 위 잔디를 깔아 정원을 만드는 공법을 제안한 공무원이 시너지를 발휘한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시는 도심 속 정원인 오천그린광장과 그린아일랜드를 무료로 개방했다. 시민과 관람객들은 마사토와 잔디를 오가며 어싱을 하고, 돗자리 위에서 자유롭게 피크닉을 즐기거나 아이들 또는 반려견과 마음껏 뛰놀며 내 집 앞 정원을 만끽했다.

3월 31일, 정원박람회 개막식이 열렸다. 시는 박람회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동천 물 위의 정원 수상 특설무대와 그린아일랜드를 주무대로 선택했다.

214일간의 대장정을 알리는 자리에는 윤석열 대통령 내외와 중앙부처 장·차관, 여야 국회의원, 지자체장 등이 대거 참석했으며, 3만여 명의 국민들이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전남 행선지로 순천을 방문, 개막식 축사를 통해 순천을 "지역 스스로 성장 동력을 찾아 키워가고 중앙정부는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정부의 지방균형 철학과 일치하는 도시"라면서 "지방이 이정도 잘할 수 있다면 중앙이 권한을 쥐고 있을 필요가 없다"라며 지방시대 도시가 따라야 할 마땅한 모델이 순천임을 역설했다.

기후변화로 빨라진 개화시기를 고려해 노 시장은 당초 4월 22일이었던 개장일을 1일로 앞당겼다. 개장에 맞춰 피어난 화려한 봄꽃은 전국의 상춘객들을 불러 모았다. 개장 12일 만에 100만, 개장 58일 차에 400만 관람객을 돌파하며 목표 관람객의 50%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여름에는 오천그린광장에 연면적 10,000㎡ 규모의 워터아일랜드를 조성하는 한편, 국가정원 내 개울길광장, 빙하정원 등을 활용해 ‘여름 휴가지’라는 테마를 내세웠다. 악천후에 구애받지 않는 완성도 높은 정원을 유지할 결과, 한 달 넘게 이어진 장마에도 불구하고 박람회는 개장 149일 만에 600만 관람객을 달성했다.

흥행은 계속됐다. 억만 송이 국화와 160만 평의 너른 황금빛 갈대군락으로 가을옷을 갈아입은 정원에는 추석 연휴 6일 만에 100만 명이 방문했고, 폐막 24일을 앞둔 10월 7일에는 목표였던 800만 관람객을 넘어섰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전경 [사진=순천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전경 [사진=순천시]

노 시장은 이 시대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의 총체가 정원임을 증명하듯 정원에 고품격 문화를 녹여냈다. 국내 처음으로 전기 유람선을 특별 제작, 동천 위로 정원드림호를 띄웠고, 플로팅 공법을 활용해 물 위의 정원을 조성했다.

한편 오천그린광장에서는 꾸준한 문화 행사를 이어갔다. 클래식·힙합·퓨전·대중가요·멀티미디어 불꽃쇼 등 36회에 달하는 다양한 장르의 기획행사와 19회의 주제공연이, 국가정원에서는 저글링·매직쇼 등 거리 퍼포먼스와 버스킹 공연 등 560회 이상의 상설공연이 열렸다.

국제행사로서의 면모도 돋보였다. 15개의 ‘국가의 날’ 행사, 15개 국이 모인 AIPH 총회가 박람회장에서 열렸다. 또 세계 각국의 참여 정원을 포함해 정원박람회는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등 총 46개국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글로벌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자리했다.

삶 속의 정원을 표방한 박람회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며 순천은 대한민국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정원을 흡수한 도시는 어떤 모양일지, 도시를 어떻게 바꿔냈는지 확인하고자 전국의 지자체 기관 등 510여 곳이 박람회장을 찾았다.

그 중 수도 서울과 부산, 세종 등을 포함해 광역 기초를 가리지 않고 200여 곳의 지자체가 순천의 경험과 노하우가 담긴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방시대위원회와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등 국가균형발전을 담당하는 인사들도 줄지어 순천을 찾으면서, 정원박람회를 기점으로 대한민국은 도시계획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을 예고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순천정원박람회장을 방문했다. [사진=순천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순천정원박람회장을 방문했다. [사진=순천시]

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 해설사 일류플래너 모범운전자 등 4200여 명의 시민은 안전하고 품격 높은 행사장 운영에 앞장서며 빛나는 시민의식을 보여주었다.

생태와 정원이 경제를 살릴 수 있냐는 물음에 순천은 두 번의 정원박람회 개최로 그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2013정원박람회 이후 순천은 광주, 전주 다음으로 큰 도시로 성장, 호남 3대 도시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박람회 역시 마찬가지다. 1천만에 가까운 소비군이 지역으로 유입됐고, 박람회 목표 수익금인 253억 원을 훌쩍 넘겨 최종 333억여 원의 수익을 창출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정원박람회로 인해 1조 5926억 원의 생산유발효과, 2만5149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 7156억 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순천시는 실제 박람회가 미친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해 용역을 의뢰해 분석하고 있다. 관람객 관광행태 및 지출 규모 등을 종합해 11월 중순 그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정원박람회는 소득 3만 불 시대, 녹색도시의 가치를 조명하며 대한민국 도시가 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가리켰다. 대도시를 흉내내지 않고 생태와 정원, 휴식과 행복에 초점 맞춰 차별화된 매력으로 무장한 도시는 기업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기에도 충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전남 행선지로 순천정원박람회장을 방문했다. [사진=순천시]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전남 행선지로 순천정원박람회장을 방문했다. [사진=순천시]

미래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순천의 우수한 정주여건에 주목해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 순천은 박람회를 계기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포스코리튬솔루션, 포스코와이드 등 6개 기업으로부터 8600억 원에 달하는 투자유치를 이끌어 냈다.

또한 6000억 원에 달하는 거점산단 경쟁력강화사업 대상지에 순천 소재 주요 산단이 선정되고,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산업에 2000억 원을 확보하는 등 기업과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바탕으로 미래 산업의 동력도 확보했다.

한편 조직위는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폐막 후 국민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오는 11월 5일까지 순천만국가정원과 습지 등 박람회 전 권역을 무료 개방한다. 이후에는 폐장해 내부 정비 시간을 갖고, 내년 봄꽃 개화시기를 고려해 최종 재개장 시기를 확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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