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전년(5조6902억원) 대비 8% 성장한 6조1429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통해 2019년 4조8000억원에서 4년 만에 25%가량의 성장세를 보였다. 2030년에는 25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픽사베이]
지난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전년(5조6902억원) 대비 8% 성장한 6조1429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통해 2019년 4조8000억원에서 4년 만에 25%가량의 성장세를 보였다. 2030년에는 25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픽사베이]

[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제약과 건강기능식품, 두 업계 사이에서 영역 다툼이 시작됐다. 양 업계가 미래먹거리 확보에 나선 가운데 제약사들은 건기식을 캐시카우 삼아 사업 확장을 도모하고 있는 반면, 건기식 업계는 기존 주력 시장을 레드오션으로 판단하고 자사 기술을 바탕으로 신약개발에 나서며 선을 넘나드는 주도권 쟁탈전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2일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전년(5조6902억원) 대비 8% 성장한 6조1429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통해 2019년 4조8000억원에서 4년 만에 25%가량의 성장세를 보였다. 2030년에는 25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여러 제약사들이 건기식 시장에 진출해 왔다. 최근에 대형 제약사들이 잇달아 건기식 시장 진출 행보를 보인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 비롯됐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건기식 시장을 향한 제약사들의 관심은 캐시카우 확보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같은 안정적인 수익창출원을 발판 삼아 사업 확장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매출이 의약품보다 건기식에서 높게 나타나는 기업도 있다. 대표적으로 ‘동아제약’은 프리미엄 멀티 비타민 ‘오쏘몰’의 성장에 따라 매출에서 동아에스티를 뛰어넘었다. 오쏘몰의 선전은 동아제약 실적 견인의 일등공신이 됐다. 동아제약의 올해 반기 개별 기준 매출액은 3053억원으로 전년 동기(2599억원) 대비 17.5% 증가했다.  동아제약이 동아에스티 매출을 추월한 것은 인적분할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새로운 캐시카우로 탄력을 받은 동아제약은 확장된 라인업으로 몸집을 불리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올해 반기로만 500억 이상을 벌어들인 오쏘몰에서 신규 라인업을 추가하는 것. 그동안 고급화 전략을 통해 주력상품이 돼 온 ‘오쏘몰 이뮨’에 이어 9월에는 성별 특화 제품으로 ‘오쏘몰 바이탈m’과 ‘오쏘몰 바이탈f’를 선보였다. 이같은 확장세에 올해 오쏘몰 매출이 1000억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른 제약사들도 건기식을 사업 확장의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 건기식에서 발생한 매출을 다시 R&D나 시설 등에 투자하는 형태다. 먼저 ‘휴온스’는 프로바이오틱스 건기식 ‘메노락토’에서 발생한 수익을 신제품에 투자하고 있다. 매년 깻잎추출물, 허니부쉬추출발효분말, 사군자추출분말 등 개별인정원료 인증을 받으며 건기식 사업의 몸집을 키우고 있다. 휴온스그룹은 메노락토를 중심으로 올해 건기식 매출 500억원 돌파가 예상된다.

‘종근당건강’은 제약사의 성공적인 건기식으로 손꼽히는 ‘락토핏’으로 끌어모은 매출을 바탕으로 당진 신공장을 준공했다. 부지만 6만3935㎡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 건기식 제조시설이다. 동시에 스마트공장으로서 최신 설비와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췄다. 당진 신공장의 존재로 종근당건강의 연간 생산능력은 기존 2500억원에서 1조원 이상으로 증가했다.

종근당건강 관계자는 “종근당건강은 일찍부터 건기식 사업을 전개해 왔고 락토핏 같은 대형품목도 성장 중에 있지만, 최근에는 아임비타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건기식 다변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진 신공장은 락토핏 중심으로 돌아갈 예정이며 대규모 생산시설을 갖췄기 때문에 더욱 차별화된 전략으로 시장에 뛰어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건기식 기업들은 제약산업으로 눈을 돌리며 새로운 활로 찾기에 나서고 있다. 기존 주력 분야인 건기식 시장이 레드오션에 도달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건기식 시장은 6조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지만 전통제약사부터 바이오·식품 기업까지 자금 확보를 위해 건기식 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특히 막강한 자금력과 브랜드 파워를 보유한 대기업들은 기존 건기식 기업들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온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먼저 ‘프롬바이오’는 탈모치료제 개발로 선회했다. 프롬바이오는 지방유래 줄기세포에서 Wnt 신호전달경로를 활성화해 모유두세포로 분화하는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탈모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올해 전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프롬바이오는 이같은 성과에 기반해 내년 임상시험 개시를 목표로 비임상 독성평가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지방유래 줄기세포를 피부세포로 분화시키고, 이를 이용해 화상 혹은 당뇨병성 족부궤양과 같은 피부질환 관련 치료를 위한 세포치료제도 개발 중에 있다. 중장기 프로젝트로는 동일한 줄기세포를 신경세포로 분화시키고 이를 이용해 신경질환 관련 치료를 위한 세포치료제를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쎌바이오텍’은 대장암을 타기팅했다. 프로바이오틱스 건기식 브랜드 ‘듀오락’을 보유하고 있는바 자사 프로바이오틱스 기술을 활용해 대장암 혁신 신약 ‘PP-P8’의 개발에 돌입했다. PP-P8은 한국인의 대장에 서식하는 김치유산균을 활용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대장암 경구용 치료제다.

PP-P8은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1상 임상계획승인 신청 상태에 있다. 쎌바이오텍은 유전자 기술플랫폼을 활용해 향후 당뇨 치료제, 위암 치료제 등 연구 개발 파이프라인으로 신약개발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쎌바이오텍 관계자는 “그동안 유산균 사업으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다국적 제약사와 협력 관계를 구축해 왔기 때문에 보다 안정적·장기적인 관점으로 신약개발의 꿈을 완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외에도 ‘뉴메드’는 천연 성분을 활용한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뉴메드는 국내 유일의 어린이 키 성장 기능성 원료 HT042를 보유하고 있으며, 어린이 키 성장 분야의 연구를 이어온 건기식 기업이다.

또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산학협력단과 ‘성장장애’에 관련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파이프라인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2017년 경희대가 식약처로부터 임상2b상 단계로 승인받은 특허 기술이전을 통해 뉴메드는 성장 장애 예방과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의약품을 개발한다. 

이처럼 나타나는 건기식 기업들의 신약개발 움직임에 한 업계 관계자는 “건기식 기업들이 그간 마련한 자금을 바탕으로 자체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다”며 “이는 제약, 바이오, 식품 등 타 분야 기업들의 유입에 따라 과열된 건기식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미래 먹거리 확보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