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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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이어가고 있는 K배터리가 최근 급변하는 시장 환경을 예의주시하며 돌파구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배터리 3사를 중심으로 기존 삼원계 배터리뿐만 아니라 중저가형 인산철(LFP) 배터리 양산계획을 내놓으면서 전기차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31일 이차전지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LFP 배터리 개발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5일 콘퍼런스콜을 통해 저가형 전기차 배터리 시장 대응을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 배터리에 이어 전기차용 배터리를 개발 중이라는 점을 공식화했다.

이창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파우치가 가진 셀 무게, 공간 활용률 등의 강점을 결합하고 셀 구조 개선과 공정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LFP 배터리를 오는 2026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LG엔솔은 미국 매리조나에 총 3조원을 투자해 16GWh 급의 ESS용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이곳에서 파우치형 LFP 배터리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또 중국 남경 공장 일부 생산라인을 LFP 배터리 라인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삼성SDI 역시 같은 해 양산을 목표로 LFP 배터리 양산을 검토 중이다.

손 미카엘 삼성SDI 중대형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지난 26일 “LFP 소재 관련 동종업체 대비 시작은 늦었지만 당사만의 제품 설계 최적화, 공정 및 설비 혁신 등을 통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SK온의 경우 국내 배터리 업체 최초로 지난 3월 열린 ’인터배터리 2023‘에서 전기차용 LFP 배터리 시재품을 공개해 이목이 쏠린 바 있다.

해당 제품은 기존 중국산 배터리가 영하 20도 안팎의 저온에서 주행거리가 50~70%로 급감하는 데 반해 70~80%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들은 구체적인 양산계획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경쟁사와 비슷한 2026년경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온 전기차용 LFP 배터리 시제품.[사진=연합뉴스]
SK온 전기차용 LFP 배터리 시제품.[사진=연합뉴스]

◇ 2026년경 LFP 배터리 글로벌 경쟁 본격화

이처럼 국내 배터리 업계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다양한 가격대 제품 마련에 나서는 건 급변하는 전기차 시장 환경에서 비롯된다.

우선 전세계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면서 완성차 업체들마저도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업계는 전기차 판매량에 대해 그간 높은 기술력을 구현한 전기차에 이목이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주행거리가 상당부문 상향 평준화되면서 가성비가 높은 전기차에 시선이 쏠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악화 및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고가의 전기차 판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글로벌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경우 올해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한 모델Y를 한국에 수출하면서 판매량을 대폭 끌어올렸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8월 모델Y의 판매 대수는 2229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LFP 배터리를 채용해 가격을 대폭 낮춘 모델Y가 공급되면서 지난달에만 4501대가 팔리는 기염을 토해냈다.

일각에서 LFP 배터리를 채용해 가격을 낮은 중국산 전기차들이 국내 보조금을 싹쓸이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전기차 판매량이 주춤하면서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생산 전략 수정에 나서는 것도 이차전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미국 포드는 최근 계획했던 전기차 투자액 가운데 120억달러(약 16조3000억원)를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26년 예정했던 블루오벌SK(SK온·포드 배터리 합작회사)의 캔터키 2공장 가동 시점을 연기했다.

GM도 미시간주 전기차 공장 가동 시점을 1년 늦췄다. 또 2027년부터 일본 혼다와 합작해 ’저가 전기차‘를 만든다는 계획도 백지화했다.

테슬라 역시 멕시코 전기차 공장(기가팩토리) 착공 일정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처럼 관련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북미시장에서 합작회사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국내 배터리업계 역시 전략 수정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실 LG엔솔 CFO는 “4분기 들어 주요 고객사의 보수적인 전기차 생산 계획에 따라 물량이 조정 가능성이 일부 있다”면서 “2024년 수요는 기대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종성 삼성SDI 경영지원실장(부사장)도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단기 수요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테슬라 모델Y.[사진=테슬라]
테슬라 모델Y.[사진=테슬라]

◇ 완성차 투자에 주저···업계 북미 진출 차질 우려도

이 때문에 배터리 업계로서는 기존 삼원계를 중심으로 중저가 모델 확대를 통한 다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내몰리고 있다.

더욱이 기아자동차의 경우 중국에서 생산·판매를 시작하는 EV5 모델의 경우 중국 현지에서는 LFP 배터리를 적용해 가격을 낮춘 모델을 선보이고 향후 국내·글로벌 시장에는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하는 등 이원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KG모빌리티의 토레스 EVX 모델과 최근 판매에 돌입한 기아 레이 EV 모델이 LFP 배터리를 탑재하는 등 국산 전기차의 LFP 비중 역시 확대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면서 다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는 맞다”면서도 “이미 배터리 업계가 충분한 수주량을 기록하고 있어 당장의 실적에는 영향을 미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LFP 배터리 양산에 관해서 그는 “스마트폰이 고가형에서 중저가형 등 다양한 모델이 공급되는 것처럼 배터리도 소재와 가격대 등에 맞춰 다양한 제품군을 준비하는 취지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LFP 배터리가 가성비를 앞세워 시장을 넓혀가고 있어 국내 업체들로서는 이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최근 배터리 자체 성능보다 충전 성능에 소비자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점 등도 변화로 감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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