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호황기로 불리는 조선업이 올해 1분기만을 앞둔 가운데, 수주 잔고를 채우는 것은 물론 기술 초격차 실현을 통해 경쟁국과 격차를 넓히고 있다. 특히 LNG선을 기반으로 쌓아온 기술력이 차세대 친환경 연료 및 운반선으로 이어지면서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의 정점을 찍고 있다. 친환경 선박 훈풍으로 재도약하고 있는 조선사들을 만나봤다.<편집자주>

[사진=대한조선]
[사진=대한조선]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전남 해남 등 서부권 지역 대표 중견 조선사인 대한조선이 지난해 KHI그룹에 인수되며 독자생존에 나선 가운데, 과거 대우조선해양의 위탁경영의 그늘에서 벗어나 유조선 전문 조선사로서의 위용을 갖추고 있다.

25일 업계 등에 따르면, 대한조선은 지난해 KHI그룹에 인수된 이후 수주량을 확대하며 올해 3분기 연간 목표 매출액인 8억9200만달러의 90% 수준인 8억400만달러를 달성해 올해 연간 목표 달성에 청신호를 켰다.

대한조선 측은 올해 10척을 수주한 가운데 주력 선종인 아프라막스급 3척과 수에즈막스급 원유운반선 7척을 수주했다.

특히 김광호 KHI인베스트먼트 회장은 지난해 9월 대한조선을 인수한 이후 벨기에와 그리스 등 해외 계약식에 직접 참여하는 등 수주활동을 이어가는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해 고삐를 조이고 있다.

더욱이 대한조선은 올해 들어 유조선 발주가 늘어나면서 이에 맞춰 기존 아프라막스급에 이어 수에즈막스급으로 시장을 넗히고 있다. 향후 대형조선소들이 건조하는 대형급 선박 수주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한조선이 중국의 저가 공세 속에서도 차별화된 품질과 기술력으로 선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고 평가한다.

실제 지난 7월 그리스선사인 아틀라스와 15만8000DWT급 수에즈막스 유조선 2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한 가운데 해당 선박은 스크러버가 장착되며 메탄올 또는 LNG 이중연료 추진 방식으로 건조되는 등 까다로워지고 있는 글로벌 배출 규제에 맞춰 친환경 선박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또 지난달 23일에는 노르웨이 선급인 DNV로부터 대한조선이 독자 설계한 수에즈막스 탱커 메탄올 이중연료추진 개념승인(AIP)을 획득하기도 했다.

대한조선은 메탄올 연료 수급 및 저장·공급 관련 시스템은 독자 설계하고 장비 스키드(SKID) 도면 및 공정해석은 선보공업과 협업해 설계를 마쳤다.

이뿐만 아니라 암모니아 등 친환경연로 추진 및 탄소포집시스템(CCS) 등의 기슬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 안정적 건조·친환경 미래기술로 곶간 채워

대한조선의 독자생존을 위한 노력은 최근 글로벌 조선업계 호황도 보템이 되고 있다. 더욱이 대한조선의 주력 선종인 유조선의 발주량이 크게 늘어난 것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1~8월 수에즈막스급 원유 운반선 발주는 총 41척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발주량(11척)을 넘어섰다.

업계는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유조선 발주가 최근 10년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료되고 러시아에 대한 석유수출 규제가 해제될 경우 유조선 발주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대한조선이 넘어서야 할 과제 역시 수두룩하다.

우선 지난달 초 3년여 회사를 이끌었던 정대성 사장이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그는 지난해 대한조선을 인수한 김 회장과 호흡을 맞춘지 1년여 만에 결별했다.

특히 대한조선 안팎에서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으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에서 현장 전문가로서 회사를 이끌어왔고 기술력 강화를 통해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던 만큼 다소 아쉽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또 대한조선 인력에서 협력사 비중이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아직은 유연성을 갖고 있지만 조선업계의 인력난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더욱이 노동조합 측에서는 핵심 인력 이탈 문제도 거론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중국을 비롯해 최근 일본 조선사들까지 원유운반선 시장에 관심을 돌리면서 수중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 유조선 호황에 일본 조선사들 저가 공세 합류

지난 8월 그리스 선사인 키클라데스 측은 최근 일본 JMU(Japan Marine United)에 수에즈막스 유조선 2척을 발주했다.

선박가격을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일본 조선사들이 한국보다 낮은 선가와 빠른 납기를 제시한 점이 이번 선박 발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한조선이 유조선에 특화돼 최근 수주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면서도 “다만 유조선에 글로벌 조선업계의 시선이 쏠리면서 경쟁도 치열해 지고 있어 친환경 선박 경쟁력을 통한 기술 격차가 강조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대한조선 관계자는 “3분기까지 올해 연간 매출 목표액의 근접하게 채운 남은 4분기 동안 경영 목표 달성에 집중할 방침이다”라며 “올해 속속 건조를 마치고 선박 인도를 하고 있어 향후 매출 성과에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또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올해 흑자전환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대한조선은 대주그룹 계열사로 출발해 2009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워크아웃 대상이 됐고 2011년부터 대우조선해양이 위탁경영을 맡았다.

이후 2014년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2015년부터 KDB산업은행이 관리해왔고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본격화되면서 별도 매각이 결정돼 지난해 KHI그룹이 인수했다.

앞서 KHI그룹을 이끄는 김 회장은 2021년 케이조선의 전신인 STX조선해양을 인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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