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서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서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종효 기자] 면세점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유커(중국 단체관광객) 유입으로도 매출이 회복되지 않자 다른 방안을 모색 중이다.

26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면세점 이용객은 확연히 증가했지만, 매출은 감소하는 추세다.

실제 한국면세점협회 조사를 살펴보면 올해 8월 국내 면세점 이용객은 206만3989명에 달한다. 전년 동월 103만5773명 대비 무려 99%가 늘어난 것으로,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대치다.

그러나 속사정은 정반대다. 이 시기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1366억원에 머물렀다. 전년 동월 매출인 1조5701억원 대비 27.6%가 줄어들었다.

면세점업계는 8월 들어 중국 정부가 단체여행 자율화를 선언한 뒤 관광객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매출이 오히려 감소한 것은 관광객 대부분 비중을 차지하는 유커들의 소비 행태가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그간 유커들에게 가장 인기있던 품목 중 하나인 화장품이 이전만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들은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국 화장품보다 자국 화장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중국인 특유의 자국 상품 선호 외에도 중국 화장품 품질이 좋아지면서 한국 화장품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저가의 중국 화장품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로드숍의 성장도 면세점을 잘 이용하지 않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단체관광객은 아직 면세점에서 대량으로 제품을 구매하지만, 개별 여행객들은 올리브영 등 로드숍에서 화장품 등을 구매한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역시 면세점 매출에 영향을 주는 요소다. 중국 소비자들도 이전처럼 소비하기 힘든 데다가 한국에서의 고물가 기조가 이어져 면세점 쇼핑을 꺼리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과거처럼 중국에서 다수의 단체관광객이 오는 것보다, 소수의 패키지 혹은 개별여행도 늘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기간에 이전까지 여행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던 단체식당, 단체숙박, 단체버스 등 수요가 줄어들면서 관련 인력도 자연스럽게 축소됐다. 엔데믹 후에도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아서 개별여행객 위주로 패키지가 운영되고 있는 이유”라고 했다.

개별여행객의 관광 행태도 달라졌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중국 유커 유입과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응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엔데믹 후 중국 관광객들의 관광은 쇼핑 위주에서 체험 중심으로 변화했다. 과거와 같이 면세점 내 쇼핑보다 맛집과 관광지 방문을 더 선호한다는 해석이다.

다른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면세점이 살아났다고 해도, 따이궁(중국인 보따리상) 이슈 등으로 인해 매출 규모에 허덕였다. 외국인 이용객수는 지난 2월 20만명대에서 매월 10만명씩 늘어나는 분위기였지만, 매출액은 점점 줄어들어 외형 성장에 고심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다만, 따이궁에 지불하는 송객수수료를 낮추면서 점점 수익성이 개선되는 점은 그나마 긍정적이다. 이에 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면세점 등 각 면세점은 유커 맞이 전략과는 별개로 국내 소비자를 공략해 매출을 올리는 방향 등도 고심 중이다.

이 관계자는 “당초 추석 황금연휴 등으로 인해 하반기 매출을 기대했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면서 매출 반등은 4분기 혹은 내년에나 기대해야 할 것 같다”며 “여행 관련 인프라가 나아져서 관광이 안정화되면 국내 수요뿐 아니라 유커 수요까지 흡수하면서 면세점업계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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