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지구의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의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한 인류의 노력이 가중되고 있다. 인간의 이기(利器)로 인해 자연이 훼손되고 불가항력적 바이러스로 인간성이 파괴되는 것을 더 이상 두고볼 수는 없다. 이제 ‘친환경’이라는 명제는 선택의 아니라 필수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그린슈머’라는 친환경·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착한소비’가 대세를 이루고 있고, 기업들은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과 동행하며 환경 보호를 실천하고 소외 계층을 돌보는 ‘착한 기업’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이에 이뉴스투데이는 ‘必환경ESG NO.1’이라는 기획특집을 마련, 우리의 다음 세대까지 보호하고 더불어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친환경 기업들의 노력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종이멸균팩을 재활용하는 모습. [사진=자연드림]
종이멸균팩을 재활용하는 모습. [사진=자연드림]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최근 친환경 종이팩으로 ‘멸균팩’이 인기를 얻고 있다. 멸균팩은 일반팩(우유팩)에 비해 빛과 열의 차단효과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식음료를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친환경제품으로 사용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월6일 환경부가 2024년부터 종이 멸균팩에 ‘재활용 어려움’ 표시를 시행한다고 고시하면서, 친환경제품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행정당국이 자원순환에 역행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종이팩 재활용 지지 100만 서명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종이팩의 재활용을 막는 환경부의 고시 개정안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멸균팩은 재활용 가능한 친환경제품

종이 멸균팩으로 제작된 자연드림의 기픈물. [사진=자연드림]
종이 멸균팩으로 제작된 자연드림의 기픈물. [사진=자연드림]

종이팩은 크게 우유를 담는 일반팩(살균팩)과 두유나 주스 등에 주로 쓰이는 멸균팩으로 나뉜다. 일반팩은 안쪽면에 합성수지가 부착돼 있고 멸균팩은 알루미늄박이 부착돼 있다.

견고한 금속 재질을 가진 멸균팩은 상대적으로 가벼워 휴대성·유통성은 물론 음용 용이성이 우수하다. 특히 열과 빛(자외선 등)을 차단하는 효과가 뛰어나 다른 종류의 종이팩(포장재)에 비해 식품을 더 오래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다. 이에 우유팩은 1~2주 정도 냉장보관이 가능하지만, 멸균팩은 6개월~1년간 상온보장이 가능하다.

우리에게 이미 친숙한 종이팩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대체재로 주목받아왔다. 우유에서 주스, 최근 소비가 크게 늘고 있는 단백질 음료까지, 전 세계인이 아주 일상적으로 쉽게 접하고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부패하지 않는 플라스틱의 글로벌 생산량은 연간 무려 390억 미터톤에 이르고 있다. 국내 페트병 사용량만 매년 56억개에 이르고 1인당 사용량은 세계 3위 수준이다. 전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은 3억5000만톤을 넘지만 재활용되는 양은 9%에 불과하다. 그중 무려 8000만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그대로 방치돼 지구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종이팩은 친환경성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만큼 분리 배출과 수거, 처리까지 더욱 환경에 이로운 재활용을 위해 발전을 거듭해왔다.

종이팩은 생산부터 PET병 대비 월등한 친환경성을 보여준다. 물 사용량과 탄소발자국 모든 면에서 멸균 종이팩이 분명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 PET병은 350g CO2e/리터이지만 종이멸균팩은 3분의 1 수준, 평균 100g이 안되는 수준이다. 현존하는 포장용기 재료 중 탄소 배출이 가장 적다.

이에 멸균팩은 우수하고 대체불가능한 포장재이며, 재활용이 용이한 친환경제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재활용 어려움 표시. [사진=자연드림]
재활용 어려움 표시. [사진=자연드림]

◇‘재활용 어려움’ 표시는 구시대적 발상

멸균팩 사용량이 증대되자 환경부는 2021년 7월 9일 일부 개정한 ‘분리배출 표시에 관한 지침’을 통해 ‘일반팩’과 ‘멸균팩’을 별도 분리배출·수거토록 표시를 개선했다. 이어 8월 30일 「멸균팩 회수·재활용 개선과제별 이행계획」을 수립해 같은해 12월부터는 ‘종이팩 분리배출 시범사업’을 시행해 왔다.

환경부는 멸균팩의 재활용을 적극 장려하기 위한 제도 또한 마련했다.「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제9조의2(포장재의 재질·구조 기준)에서 환경부 장관은 포장재의 재활용이 쉽도록 하기 위하여 재질·구조 및 재활용의 용이성 등에 관한 기준을 정하여 고시했다.

고시에 따르면 일정 포장재의 경우 재질·구조 평가 결과 ‘재활용 어려움’ 유형으로 분류될 경우 그 겉면에 ‘재활용 어려움’ 표시를 해야 하는데, 멸균팩의 경우 그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게끔 예외규정을 둔 것이다.

그런데 환경부는 그로부터 불과 1년 반 이후인 2022년 9월 20일 행정절차법 제46조에 따라 기존 고시를 개정하는 행정예고를 했다.

개정 이유는 포장재의 재질·구조를 재활용이 쉽게 유도하기 위하여 재활용이 용이한 대체재질이 존재하는 포장재를 평가결과 표시의 적용예외 대상에서 제외하여 재활용성 제고를 도모하고자 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평가결과 표시의 적용예외 대상에서 ‘종이팩 중 알루미늄박이 부착된 종이팩’을 삭제했다. 이어 올해 3월 2024년부터 종이 멸균팩에 ‘재활용 어려움’ 표시를 시행한다고 고시했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자원순환기본법’을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으로 개정하며, 지속가능한 순환경제사회를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 법의 핵심은 ‘생산-유통-소비-재활용’ 전 과정에서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폐기물 발생 억제, 순환이용 촉진을 도모함으로써 탄생부터 탄소발생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여 자원을 아끼는 것이다.

그런데 환경부가 멸균팩을 예외 대상에서 삭제한 것이다. 재활용 과정이 살균팩보다 복잡하다며 종이멸균팩에 ‘재활용 어려움’이라는 표시를 시행하는 것은 ‘친환경’ 시대에 역행이자 소비자의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비난을 초래했다.

종이팩 재활용 지지 100만 서명운동. [사진=자연드림]
종이팩 재활용 지지 100만 서명운동. [사진=자연드림]

◇시민사회단체 ‘종이팩 재활용 지지’ 서명운동 전개

소비자기후행동을 비롯한 69개 시민사회단체는 종이 멸균팩 ‘재활용 어려움’ 표시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개진해 왔지만 환경부는 그대로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아이쿱자연드림·소비자기후행동(이하 자연드림·소기행)은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종이팩 재활용 지지 100만 서명 캠페인 ‘팩-DO, RE-팩!’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은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는 시대에 플라스틱 대체재로 쓰이는 종이팩의 재활용을 막는 환경부의 고시 개정안을 바로잡자는 취지이다.

멸균팩 겉면에 ‘재활용 어려움’이라는 표시를 하도록 강제할 경우, 모든 소비자는 멸균팩을 ‘재활용이 안되는 포장재’ 또는 ‘종량제 봉투에 넣어 폐기해야 하는 포장재’로 오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종이멸균팩은 휴지, 화병, 건축판넬로 쉽게 재활용이 가능하다. 이에 멸균팩은 그 대체재질을 찾기도 어렵거니와 재활용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도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간의 저조한 재활용률은 ‘분리배출’을 뒤늦게 미온적으로 시행한 탓이며 ‘분리배출’과 ‘선별’의 토대부터 갖추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

아이쿱생협 김정희 회장은 “멸균팩은 충분히 재활용 가능한 소재이기 때문에 환경부는 멸균팩의 분리배출 제도 개선과 재활용 공정 투자 등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재활용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번 개정안은 기후 위기 속에 탄소 배출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자 하는 세계적 인식과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는 행정 고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페트병 소비량은 연간 56억개로, 500ml 생수병으로 환산하면 지구 14바퀴를 돌 만큼 많은 양이다”라면서 “종이 멸균팩은 페트병 대체재로 각광받고 있으며 내 몸 건강과 지구 환경 보호에도 우수한 포장재”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회장은 “자연드림은 종이멸균팩도 재활용이 잘 될 수 있도록 재활용 지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재활용이 어렵다는 인식을 깨기 위해 종이멸균팩도 소재 분류 없이 재활용이 어렵지 않도록 건축자재로 개발했다. 지구 환경을 위해 자원 재순환 캠페인, 단순한 요구를 넘어 대안까지 만드는 캠페인에 함께 참여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자연드림 종이 멸균팩 재활용 지지 100만 서명 캠페인은 10월19일 기준 약 36만명이 서명했으며, 자연드림 공식 홈페이지에서 캠페인 참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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