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양천구 서울지방식약청 브리핑룸에 스테로이드 등 전문의약품 18억원어치를 헬스트레이너 등에게 판매한 A(36)씨로부터 압수한 의약품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1년 6월 양천구 서울지방식약청 브리핑룸에 스테로이드 등 전문의약품 18억원어치를 헬스트레이너 등에게 판매한 A(36)씨로부터 압수한 의약품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단백동화(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약물의 불법거래가 횡행한 가운데 정부가 지난해 7월부터 구매자도 처벌하도록 법을 개정했으나 정작 단속 주체가 불분명해 처벌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피트니스 업계에 따르면 보디빌더·헬스트레이너 등 업계 종사자 사이에서 단백동화 스테로이드 약물의 불법 유통이 꾸준히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식약처는 2013년 11월 26일 발표한 스테로이드 의약품 사건 수사결과에 대해 판매자 4명이 약사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는 발표와 함께 구매자가 900명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때 구매자들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는 구매자에 대해서는 형사 처벌할 근거가 없어 별도의 조처는 없다고 밝혔다. 불법 의약품이기는 하지만 마약이 아닌 스테로이드를 구입만 한 것으로는 처벌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올해에는 지난 8월에 6억2000만원 상당의 무허가 스테로이드 의약품을 제조·판매한 헬스트레이너 형제 2명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과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식품의약품범죄조사부의 합동수사에 의해 검거되며 스테로이드 불법 유통에 대한 우려가 더해지기도 했다.

동시에 스테로이드 불법 구매자의 단속·처벌에 관심이 쏠린다. 식약처가 약사법 제47조의4 ‘전문의약품 유통 질서 확립을 위한 특례’에 따라 2022년 7월 21일부터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는 자로부터 스테로이드·에페드린 성분 주사 등 전문의약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도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불법 구매자에 대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뿐 아니라 단속 주체마저 모호한 것으로 알려지며 국민 건강에 대한 우려의 시선으로 이어진다. 이뉴스투데이가 식약처에 스테로이드 불법 구매자에 대한 단속 현황을 문의한 결과, 식약처 관계자는 “해당 부분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며 “단속 또한 지자체에서 맡고 있으니 지자체에 알아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처음에 “식약처나 보건복지부가 하는 것이 아니냐”며 되물었던 서울시 관계자도 “단속 업무를 시청에서 하는지는 모르겠다”면서 “각 구별로 소속 보건소에 문의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1년 이상 단속 주체가 모호하게 유지되자 여전히 스테로이드 불법 사용자들은 온라인상으로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 피트니스 업계 관계자는 “스테로이드 사용을 인정한 일명 ‘로이더’들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자신의 약물 사용 사실뿐 아니라 사용 방법까지 공개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심지어 그런 모습이 ‘당당한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스테로이드 사용에 따라 짧은 기간 내에 근육이 성장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들이 유튜브 등 SNS를 통해 널리 퍼지고 있다”며 “이런 영상들은 스테로이드 오남용을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매 단속 주체가 모호하고 구매자 처벌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돼 있지 않자 식약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 식약처가 스스로를 관리 주체로 언급한 바 있기 때문이다. 2021년 4월 28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회의록을 살펴보면 당시 김진석 식약처 차장이 회의 중 제기된 별도의 신고센터 설립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의견에 대해 “기존에 각 지방청이나 사이버조사단을 운영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어서다.

현 상황에 대해 약사법 개정을 대표발의한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이상헌 의원은 “피트니스 업계로부터 구매자 단속의 주체도 모호하고 능동적인 단속도 없다”며 “단속 권한을 놓고 서로 발 빼기 바쁘다 보니 당장은 이용자에 대한 능동적인 신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행정당국에서 처분 권한부터 빠르게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반면 식약처 관계자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양성준 식약처 대변인실 연구관은 “과거 법안심사소위에서 당시 식약처 차장이 한 발언은 관련 부처로서 의견을 제시한 수준”이라면서 “관련 대책 등은 지자체에서 발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매자 처분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며 “법에서 지자체 장에게 사무를 부여했으니 지자체가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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