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김동률이 지난 10월 7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총 6회의 단독 콘서트 ‘멜로디(Melody)’를 개최했다. [사진=뮤직팜]
뮤지션 김동률이 지난 10월 7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총 6회의 단독 콘서트 ‘멜로디(Melody)’를 개최했다. [사진=뮤직팜]

[이뉴스투데이 김종효 기자] 좋은 공연엔 좋은 메시지가 있다. 단순히 가창력을 강조하며 히트곡을 줄줄이 부르는 게 아니라,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커다란 물줄기가 흐르듯 서사를 담아내 관객의 마음을 두드리는 것이 좋은 공연의 요건이다. 관객의 귀를 즐겁게 해야하는 것은 ‘기본’이고, 음악을 통해 뮤지션과 관객이 소통을 하는 것은 ‘목표’가 돼야 한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김동률을 조용필, 이승환과 함께 국내 3대 공연 대가로 꼽는다. 그 이유는 앞서 언급한 ‘좋은 공연’을 만드는 뮤지션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공연은 늘 메시지가 담겨 있고, 공연이 끝난 뒤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뮤지션 김동률이 지난 10월 7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총 6회의 단독 콘서트 ‘멜로디(Melody)’를 개최했다. 앞서 2019년 11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2019 김동률 콘서트 ‘오래된 노래’ 이후 무려 4년 만에 개최한 단독 콘서트다. 

뮤지션 김동률이 지난 10월 7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총 6회의 단독 콘서트 ‘멜로디(Melody)’를 개최했다. [사진=뮤직팜]
뮤지션 김동률이 지난 10월 7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총 6회의 단독 콘서트 ‘멜로디(Melody)’를 개최했다. [사진=뮤직팜]

‘The Concert’로 시작되는 김동률의 그랜드 오프닝은 하나의 시그니처가 됐다. 김동률의 소리에 맞춰 불이 꺼지고, 검은 막이 걷혀진 뒤 다시 눈부신 조명이 켜질 때 터지는 환호는 ‘빛과 소리의 향연’이라는 찬사를 듣는 김동률의 공연 노하우가 집약된 순간이다. KSPO DOME을 가득 채우는 김동률의 묵직한 목소리는 더 깊어졌고, 과거 기자가 ‘어깨에 뽕이 잔뜩 들어간 것 같다’고 비평했던 웅장한 스트링 팀, 빅밴드와 8명 코러스 및 콰이어는 거대한 사운드로 다시 한 번 본인의 그 오만한 평가를 짓밟았다. 

자줏빛으로 바뀐 조명 속에 대중에게 널리 사랑받은 ‘사랑한다는 말’과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를 시작으로 공연의 포문을 연 김동률은 “정말 오랜만이다. 2019년 ‘오래된 노래’ 공연 이후 4년 만이고, KSPO DOME에선 ‘답장’ 공연 이후 5년 만이다. 공연을 띄엄띄엄 하다보니 ‘월드컵 가수’라는 별명도 붙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이번엔 대중적인 공연을 해보고 싶었다. 공연을 확정짓고 산책하면서 내 곡을 듣는데, 원래는 흔히 말하는 인기곡, 히트곡은 스킵하곤 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번엔 그런 곡이 반갑게 느껴졌다. 그때 ‘아, 나도 이렇게 반가운데, 여러분들은 얼마나 반가울까’ 생각했다. 반갑게, 오랜만에 보는 친구 보듯이 공연을 즐겨줬으면 하는 생각이었다”고 말해 이번 공연을 음악적 욕심이나 새로운 시도를 조금 내려놓고, 대중적인 셋리스트로 채웠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언급했다.

뮤지션 김동률이 지난 10월 7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총 6회의 단독 콘서트 ‘멜로디(Melody)’를 개최했다. [사진=뮤직팜]
뮤지션 김동률이 지난 10월 7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총 6회의 단독 콘서트 ‘멜로디(Melody)’를 개최했다. [사진=뮤직팜]

앞선 웅장한 사운드 대신 미니멀한 반주 속에 ‘마중가던 길’이 조용히 흘렀다. 메인인 기타 소리 뒤로 김동률의 목소리와 콰이어가 차례대로 하나씩 쌓여 오롯이 소리에 집중케 만든 연출이 돋보인다. 이어 스트링이 얹어지면서 시작된 ‘오래된 노래’에선 조명이 한 몫 했다. 측면과 위쪽의 핀 조명으로 시작해 노래의 흐름에 따라 하나씩 추가되는 조명은 무대 위의 김동률을 더 빛나게 했다.

이어진 ‘아이처럼’에선 악기에 따라 조명이 달라지는 연출로 보는 재미를 더했다. 흰색과 자주색과 푸른색 조명이 번갈아 무대를 수놓았고, 무대 뒤쪽에 배치된 17개의 큐브 조형물에 조명이 반사되면서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연출이 완성됐다. ‘아이처럼’은 재즈와 탱고를 섞어 편곡한 버전 대신 8명으로 늘어난 코러스와 함께 소리를 강조하고, 후주 부분만 라틴 느낌으로 편곡한 버전을 불렀다. 김동률은 브라스 팀에게 공을 돌렸다.

뮤지션 김동률이 지난 10월 7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총 6회의 단독 콘서트 ‘멜로디(Melody)’를 개최했다. [사진=뮤직팜]
뮤지션 김동률이 지난 10월 7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총 6회의 단독 콘서트 ‘멜로디(Melody)’를 개최했다. [사진=뮤직팜]

김동률은 공연에 늘 처음 라이브 하는 곡을 선보인다. 김동률의 표현에 따르면 “소외된 자식들을 챙기는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 선보인 해당 곡은 2001년 ‘귀향’ 앨범에 수록된 ‘망각’이었다. 특히 국내 최고의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가 강한 탱고 느낌으로 편곡했다. 강렬한 붉은 조명 속에 화려한 반도네온 연주와 스트링이 조합돼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운 무대가 완성됐다. 지난 2019년 공연 당시 가장 카리스마 있었던 무대가 ‘연극’이었다면, 이번 공연에서 가장 카리스마 넘치는 곡은 ‘망각’이었다.

오히려 바로 이어진 ‘연극’은 관객을 짓누를듯 강렬했던 지난 2019년 공연과는 달리, 뮤지컬 무대를 재현하듯 영상을 이용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뒤쪽 관객석을 배려한 무대 양쪽 대형 스크린을 암전시키고 앞쪽의 가림막에 영상을 투과시킨 뒤 김동률만 핀 조명으로 강조해 실제 뮤지컬 공연을 연상케 했다. 휘몰아치는 스트링 후주가 끝난 뒤 김동률이 뮤지컬 한 장면처럼 신사 인사를 한 것도 소소한 재미다.

이처럼 몇몇 곡에서 양쪽의 스크린을 암전시킬 정도로 김동률은 공연에서의 조명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공연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응원용 야광봉, 야광 머리띠 등은 김동률 공연에 반입이 금지된다. 의도되지 않은 조금의 빛 간섭도 1년 가까이 공들여 준비한 공연에선 집중도의 방해 요소가 된다. 아티스트가 1년간 준비한 공연에 훼방을 놓는 것은 팬의 역할이 아니다.

이번 공연에서도 김동률이 직접 오프닝에서 “사진 촬영이 금지된 공연이다. 초상권이나 이런 문제가 아니라, 내 공연은 조명이 매우 중요하다. 어떤 곡에서는 완벽한 암전이 돼야 한다. 여러분을 믿는다”고 할 정도다. 아티스트의 직접적인 요청에도 불구하고 ‘인증샷’ 때문에 이를 무시하는 관객들은 있기 마련이지만, 섬세한 조명과 웅장한 연출이 깃들여진 김동률의 공연은 눈으로 담아 가슴으로 느끼고, 기억에 저장하기에도 벅차다고 조언한다.

뮤지션 김동률이 지난 10월 7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총 6회의 단독 콘서트 ‘멜로디(Melody)’를 개최했다. [사진=뮤직팜]
뮤지션 김동률이 지난 10월 7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총 6회의 단독 콘서트 ‘멜로디(Melody)’를 개최했다. [사진=뮤직팜]

이어진 곡은 ‘이제서야’와 ‘다시 시작해보자’였다. “두 곡 모두 각 앨범의 타이틀 곡이었지만 아무도 모른다는 공통점이 있는 비운의 곡들”이라는 김동률의 농담으로 시작한 이 두 곡은 무대 위 배치돼 있던 큐브 조형물을 이용한 연출 대신 조명의 다이내믹한 움직임이 눈을 즐겁게 했다.

“높은 난이도와 스킬이 필요한 곡들이라 다른 가수들 공연에선 후반에 배치돼야 하는 곡인데, 내 수많은 곡들 중에선 엔딩곡으로는 명함도 못 내민다”는 깨알 자랑이 섞인 ‘그게 나야’까지 타이틀곡 3개를 연속으로 부른 김동률 공연 1부가 막을 내렸다. 김동률은 이번 공연 셋리스트를 대중적으로 구성했다고 말하면서도 “마치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 무리하게 트리플 악셀 7개를 더 넣은 느낌”이라며 쉽지 않은 공연이라 털어놓기도 했다.

인터미션에선 앞서 화려한 무대를 꾸민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 밴드가 무대에 올랐다. 김동률의 곡을 편곡해달라는 요청에 고심했던 고상지가 선택한 곡은 다름아닌 김원준의 ‘쇼’였다. ‘쇼’는 김동률이 고등학교 시절에 TV에서 본 김원준의 모습을 보고 작사 작곡한 곡으로, 김원준의 최대 히트곡으로 꼽힌다. 고상지가 원곡의 느낌은 살리면서 재치있고 화려하게, 세련된 편곡으로 되살려내 관객의 큰 환호를 이끌어냈다.

뮤지션 김동률이 지난 10월 7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총 6회의 단독 콘서트 ‘멜로디(Melody)’를 개최했다. [사진=뮤직팜]
뮤지션 김동률이 지난 10월 7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총 6회의 단독 콘서트 ‘멜로디(Melody)’를 개최했다. [사진=뮤직팜]

2부의 시작은 신곡 ‘황금가면’이었다. 기존 곡과는 다른 김동률의 파격적인 스타일 변신이 돋보이는 곡이다. 이날 공연에서는 15명의 퍼포먼서와 코러스들이 뮤지컬처럼 화려한 무대를 만들었다. 무대 뒤의 LED 조명과 미러볼을 적극 활용해 시각적 만족도를 끌어올렸다. 후반에 무대 위의 미러볼과 KSPO DOME 천장에 설치된 2개의 미러볼로 조명을 반사시켜 화려함을 극대화하고, 마지막 불꽃까지 사용해 만화 속 한 장면 같은 무대를 만들어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김동률은 “‘황금가면’은 나에게 있어 큰 숙제같은 곡이다. 노래만 하는 것도 벅차다. 여기에 내가 춤을 추면 열심히 준비해온 공연이 ‘김동률이 춤을 춘 공연’으로만 기억될 것 같아서 ‘일부러’ 안 췄다”며 “이 템포에 춤을 안 추는 나나, 가만히 앉아서 듣고 있는 분들이나 정말 희한한 풍경”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황금가면’이 가장 최근에 발표한 곡이라면, 이어진 ‘꿈속에서’는 김동률이 대중과 가장 처음 만난 곡이다. 김동률의 목소리는 그때보다 더 깊어졌으며, 소리를 내는 방법도 달라졌다. 직전 무대인 ‘황금가면’에서 쓰인 미러볼을 활용한 조명을 선보였는데, 같은 미러볼이라도 활용 방식에 따라 180도 다른 느낌의 연출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여러 공연으로 빛을 활용하는 노하우가 쌓일대로 쌓였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이어진 ‘구애가’에서는 알록달록한 형광색 조명으로 가벼운 느낌을 만들어냈다. 무대 뒤 ‘KIM DONG RYUL’이라 적힌 큐빅 구조물의 색이 계속 바뀌는 것도 곡 느낌에 맞게 연출이 잘 됐다.

뮤지션 김동률이 지난 10월 7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총 6회의 단독 콘서트 ‘멜로디(Melody)’를 개최했다. [사진=뮤직팜]
뮤지션 김동률이 지난 10월 7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총 6회의 단독 콘서트 ‘멜로디(Melody)’를 개최했다. [사진=뮤직팜]

김동률은 “최근엔 노트북 하나로도 음악을 뚝딱 만들 수 있다. 음악적인 접근은 쉬워졌지만 개인적으론 아쉽다. AI의 발전으로 음악에 내 목소리를 입힐 수 있다고 해서 들어봤는데, 난 내 목소리가 아닌 것 같다. 실제 어쿠스틱 악기 연주 수요가 많았으면 좋겠다. 전람회 시절부터 제 음악을 들어오신 팬들은 알겠지만, 브라스에 대한 집착이 있다. 빅밴드 공연이 로망이었다”며 빅밴드 연주를 살린 ‘그땐 그랬지’와 ‘내 오랜 친구들’을 불렀다. 

실제로 최근 음악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해 큰 번거로움 없이 48인조 오케스트라가 참여한 것 같은 음악도 집에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음악 작업은 물론 공연에서도 대규모 스트링 및 브라스 팀을 배치하고, 이들의 사운드 밸런스를 하나하나 잡는 수고를 하는 것은 김동률의 음악적인 고집을 증명한다.

일전에 묵묵히 같은 음악을 더 깊게 파고드는 그를 ‘우동 장인’에 비유한 적이 있는데, 이 경우라면 면 잘 뽑는 기계가 있음에도 자신만의 소신을 갖고 굳이 수타로 면을 뽑는 장인이라 비유해도 되지 않을까. 그래서 그의 음악과 공연을 찾고, 기계가 아닌 인간이 주는 음악의 전달력을 믿는 사람들이 그의 ‘단골’이 돼간다. 이날 김동률은 “오랜 시간 음악을 한 사람의 고민은 예전의 내가 라이벌이 된다는 것”이라며 “다음달에 신곡을 발표한다. 과거의 내 히트곡을 내가 이길 수 있을까”라고 깜짝 신곡 발표를 예고해 ‘단골’들을 설레게 했다.

뮤지션 김동률이 지난 10월 7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총 6회의 단독 콘서트 ‘멜로디(Melody)’를 개최했다. [사진=뮤직팜]
뮤지션 김동률이 지난 10월 7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총 6회의 단독 콘서트 ‘멜로디(Melody)’를 개최했다. [사진=뮤직팜]

오랜만에 열리는 공연에 대한 관심을 증명하듯, 김동률은 이번 공연 티켓 오픈 당일 총 6회 공연의 6만석을 전석 매진시키는 기록을 세우며 티켓파워를 입증했다. 김동률은 “당연히 매진될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큰 공연장인 KSPO DOME에서, 그것도 회차도 두 배로 늘어서 부담스럽긴 했다”면서도 “티켓을 못 구하신 분들이 항의가 많다. 그런 분들의 반응을 보면 내가 BTS(방탄소년단)나 임영웅도 아닌데 참 죄송스럽다. 뒤늦게나마 여러 방면으로 부정 티켓에 대한 조치를 취했다. 앞으로도 매크로나 리셀러들에 대한 대응을 더 확실히 대처하도록 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김동률의 말처럼, 공연 명가인 뮤직팜은 이번에도 매크로나 암표 거래 등 부정 티켓을 적발해 취소하는 등 과감한 조치로 올바른 공연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섰다. 그러나, 시야 및 음향 불편을 호소한 1층 사이드 관객석 등의 좌석 오픈은 과감히 포기하거나 개선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김동률 공연은 완벽에 가까운 사운드 디자인으로 공연장 내 어디서나 훌륭한 음향을 체험할 수 있다. 다만, 이번 공연에선 자잘한 음향 실수 외에도 몇몇 곡에선 일부 좌석에서 음향 밸런스가 맞지 않아 김동률의 보컬이 스트링 및 브라스에 묻혀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의 아쉬움이 있었다. 또, 이날 야외에서 열린 공연 소리가 KSPO DOME 내부까지 들려 공연 집중을 방해한 점도 매우 아쉬웠다. 여담이지만, 7일 첫 공연에서 음향 실수가 나자 김동률은 “첫 공연엔 설렘과 떨림과 실수가 있다. 그리고 그걸 좋아하는 변태 여러분이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뮤지션 김동률이 지난 10월 7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총 6회의 단독 콘서트 ‘멜로디(Melody)’를 개최했다. [사진=뮤직팜]
뮤지션 김동률이 지난 10월 7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총 6회의 단독 콘서트 ‘멜로디(Melody)’를 개최했다. [사진=뮤직팜]

다시 한 번 무대 양 옆 대형 스크린이 암전되고, 김동률이 직접 피아노를 연주해 오롯이 김동률과 피아노에 모든 시선을 집중시킨 ‘사랑한다 말해도’와 ‘이방인’을 부른 뒤 김동률은 “피아노를 치며 곡을 부를 땐 내가 마치 밴드의 일원이 된 것 같다. 우리 밴드 분들의 실력과 인성은 모두 최고다. 이렇게 좋은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영광이다. 무뚝뚝해서 잘 표현은 못하지만, 우리 밴드, 너무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한 뒤 밴드 사운드를 한껏 살린 ‘취중진담’을 선보였다.

지난 2019년 편곡한, 이른바 ‘어덜트 버전’으로, 당시 김동률은 “23살에 발표한 노래다. 오래 사랑받은 노래인데, 가수는 나이를 먹고 노래는 나이를 먹지 않았다. 20년 전 불렀던건 술 마시고 약간 객기 부리면서 ‘내가 이렇게 고백하면 반드시 사랑을 받아줄거야’라는 느낌이었다면 이젠 나이가 좀 들어서, 고백해봐야 어차피 잘 안 될 걸 알면서도 고백하는 느낌을 줬다. ‘어덜트 버전’이라고나 할까”라고 소개했다.

김동률의 음악적 스펙트럼과 보컬 레인지, 공연 노하우를 모두 쏟아넣은 듯한 ‘리플레이’를 열창한 뒤 김동률은 “팬데믹을 겪으며 너무나 당연했던 것이 그렇지 않게 됐다. 앞서 당연히 매진될거라 생각했던 것도 당연하지 않게 됐다. 사소한 것에 감사하게 된다. 맑은 하늘, 지금 공연을 하고 있는 것 모두”라며 “내 노력뿐 아니라,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다. 모든 것이 당연하지 않고 감사할 수 있도록 이런 것들을 연장시키고 싶다. 조금만 늙어서 다시 건강하게 만나자”고 마지막 인사를 한 뒤 깊은 울림이 있는 ‘기억의 습작’으로 본 공연을 마무리했다.

뮤지션 김동률이 지난 10월 7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총 6회의 단독 콘서트 ‘멜로디(Melody)’를 개최했다. [사진=뮤직팜]
뮤지션 김동률이 지난 10월 7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총 6회의 단독 콘서트 ‘멜로디(Melody)’를 개최했다. [사진=뮤직팜]

잠시 후 반쯤 열린 가림막 뒤에서 무대로 다시 나선 김동률은 무반주로 ‘내 마음은’을 부르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이, 핀 조명 하나에 의지한 채, 목소리 하나만으로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김동률의 목소리는 단지 비브라토가 담뿍 섞인 중후한 보컬이라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관객을 안아주는 따스함이 있고, 모두를 집중케 하는 힘이 있다.

’내 마음은’이 김동률 보컬의 힘을 증명했다면, 이어진 곡이자 이날 공연명인 ‘Melody’는 가림막에 새겨진 가사를 관객들이 모두 합창하면서 가사를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2008년 발표된 ‘Melody’는 마치 펜데믹을 겪으며 지쳤던 관객을 위로하는 듯한 가사를 미리 써 놓은듯 했다. 

김동률은 공연 오프닝에서 “이번엔 자의가 아닌 4년의 공백이 있었다. 4년, 길었다. 오랜 시간 견뎌내느라 다들 고생 많으셨다”고 말했다. 어쩌면 마지막 곡인 ‘Melody’와 일맥상통하는, 김동률만이 할 수 있는 위로와 격려다.

본 공연리뷰를 시작할 때 ‘좋은 공연엔 좋은 메시지가 있다’고 했다. 김동률이 이번 공연에서 전하고픈 메시지는, 아마도 공연명인 ‘Melody’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김동률에겐 마음을 울리는, 묵직한, 따뜻한, 포근한, 감싸주는, 팬데믹에 지친 우리를 소리로 위로하는 힘이 있다. 그 소리를 매개로 담담하면서도 단단한 ‘메시지’를 전하는, 그게 바로 김동률의 ‘Melody’다.

Melody, 한 마디 말보다 진실한 맘을 전하는 Message
(중략)
세상을 사는 동안에 지나칠 고마움과 소중함을 알게 했고,
모자란 생각도 감히 끄적일 수 있도록, 
또다른 내가 되어준 그 Melody
이세상 어느 곳 누군가가 삶의 무게로 숨가빠할 때
작은 힘이라도 돼줄수 있다면, 이 노래가 그럴 수 있다면

- 김동률 ‘Melody’ 中

 

뮤지션 김동률이 지난 10월 7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총 6회의 단독 콘서트 ‘멜로디(Melody)’를 개최했다. [사진=뮤직팜]
뮤지션 김동률이 지난 10월 7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총 6회의 단독 콘서트 ‘멜로디(Melody)’를 개최했다. [사진=뮤직팜]

※ 본 공연리뷰에 소개된 아티스트의 멘트와 셋리스트, 무대 연출은 모두 10월 7일 첫 공연을 기준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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