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사업계약서에 포함된 전관 보장 조항. [자료=최인호 의원실]
2019년 사업계약서에 포함된 전관 보장 조항. [자료=최인호 의원실]

[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2013년부터 한국도로공사에서 퇴직한 임원 및 1급 직원 118명 중 15명이 민간 휴게소에서 감사나 임원 등 ‘전관’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도로공사 전관들이 민간 영역까지 진출, 휴게소 사업을 장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2일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민간업체와 맺는 사업협약서에 사실상 전관고용을 합리화하는 조항을 2013년부터 신설해 계약을 맺어왔다.

공사가 각 업체와 맺은 사업협약서에는 “본 사업시설의 운영 안전성 및 매출관리의 투명성 제고 등을 위해 ‘공사’는 ‘사업시행자’와 협의해 감사를 추천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최 의원은 “공사가 퇴직자 자리 보전을 위해 계약서에 전관 보장 조항을 넣어놓은 것은 심각한 갑질”이라며 “공사 전관들이 민간 영역에까지 진출해 사실상 휴게소 사업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든다”고 지적했다.

실제 도로공사는 매년 운영서비스 평가를 통해 운영업체들의 계약 해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공사 측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운영서비스 평가 배점은 △계량 100점 △비계량 100점 △가점 8점 △감점 15점 상대평가로 이뤄지며, 계량은 외부 전문기관이, 비계량은 도로공사가 진행한다.

이 중 5등급을 2회 이상 받거나, 2차 재계약 후엔 4등급을 한 번만 받아도 계약이 해지되는데, 지난해엔 운영서비스평가를 거쳐 총 6곳의 휴게소가 계약이 해지됐다.

문제는 지난해 평가 결과 지표별 세부 점수를 분석해보면 도로공사에서 진행한 보고서 평가의 최고점 업체와 최저점 업체의 점수 차이가 16.1점으로, 격차가 가장 크게 나타나 사실상 업체 간 등급을 나누는 기준이 됐다.

도로공사가 업체들 단톡방에 공지한 할인 관련 내용. [자료=최인호 의원실]
도로공사가 업체들 단톡방에 공지한 할인 관련 내용. [자료=최인호 의원실]

최근 도로공사가 운영평가를 이용해 갑질을 한 정황도 드러났다. 올 추석 연휴, 휴게소 음식 가격이 너무 높다는 국회의 지적에 도로공사는 추석 연휴부터 일부 품목을 최대 33% 할인 판매하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할인 품목의 중량을 줄여 ‘꼼수 판매’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후 도로공사는 업체들이 소속된 SNS 비공식 채널을 통해 ①별도 지시가 있을 때까지 최소 3종 이상의 메뉴 가격 할인을 유지할 것, ②이행 여부는 운영평가에 적극 반영할 것이란 지시를 내렸다. 도로공사의 할인 지시는 임대료율의 조율 없이 진행된 것이라 할인에 따른 손실을 사실상 업체들이 떠안게 된다.

최인호 의원은 “정성 평가에 해당하는 도로공사의 보고서 평가는 업체가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기준이어야 하는데, 기준이 불분명하다 보니 계약해지된 업체들의 불복소송도 빈번한 상황”이라며 “계약 해지 여부가 달린 운영평가에 도로공사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다 보니 민간 휴게소로선 도로공사 전관들을 고용해 도로공사와의 관계를 공고히 하려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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