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1월 3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3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1월 3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3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오는 14일 취임 3주년을 맞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그야말로 ‘승승장구(乘勝長驅)’ 중이다. 지난 2022년 선봉장으로 올라선 지 단 2년 만에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유수의 해외 브랜드를 제치고 도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글로벌 판매량 3위를 달성한 이래 현재까지 톱3를 유지하고 있다. 판매량은 매출로 고스란히 반영됐다. 올 상반기 현대차‧기아는 365만7382대를 팔아 매출액은 129조9633억원, 영업익은 14조1076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2조437억원) 590%나 늘어났다. 숫자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쯤은 이미 넘어선 듯 보이는 정의선호(號), 최종 목적지는 어디이며, 장애물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현대차‧기아의 올 한해 9월까지 판매량은 549만대다. 연말까지 700만대는 무난히 넘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그룹 매출액은 3년전 182조원에서 지난해 249조원으로 급증했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를 지향하며 전기차 등 신산업 생태계 리더를 자처한 그의 계획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전기·수소차 진출로 혁신 실현···각종 논란은 기술로 정면승부

정의선 회장의 취임 후 첫 행보는 전기차, 수소차 시장 진출이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개발해 아이오닉5, 아이오닉6, EV6 등 1회 충전시 주행가능거리 400㎞가 넘는 전기차 라인업을 완성했다. 당시 벤츠, BMW 등도 전기차를 만들었지만, 주행거리 400㎞ 달성은 힘들었다. 현대차그룹의 열성 덕일까. 국내 전기차 보급대수는 어느새 50만대를 넘어섰다.

현대차그룹의 수소차 개발은 이미 1998년 시작해 25년 가까이 투자를 지속해 왔으며, 토요타와 함께 전 세계 유일한 수소차 보유사다. 당시 수소 승용차 넥쏘를, 지난 2020년엔 수소전기 대형트럭 엑시언트를 세계최초로 만들었다.

정의선 회장은 세계 최초 개발에 만족하지 않고 ‘수소’ 원료를 신성장산업의 핵심으로 봤다. 정 회장은 오는 2025년 드디어 넥쏘 후속모델을 출시한다고 밝히며 주력사업으로 지목했다.

또 하나의 과제는 ‘그린워싱’ 논란이다. 지난 2012년 시작한 ‘N 브랜드’를 계승하며 고성능 모델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정 회장은 친환경차 정책과 고성능 내연기관차 개발이 충돌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일각에선 아이오닉5를 필두로 친환경 전용 전동화 모델 개발에 주력한다고 홍보하면서 전기차 실제 판매량은 아주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런 논란 속 지난달 출시한 ‘아이오닉5 N 모델’은 정의선 회장이 시승 소감을 직접 밝힐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아이오닉5 N은 현대차가 추구하는 고성능 사양을 지닌 최초의 전용 전기차다. 전문가들은 고성능과 친환경의 접점을 찾기 위한 정의선 회장의 노력이 아이오닉5 N으로 실현했다고 보고 있다. 각종 모터스포츠 대회에서 축적한 고성능 기술력과 E-GMP 기반 전용 전기차를 통해 발전시킨 전동화 기술이 잘 담겼다는 평가다.

현대차 관계자도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 N에는 과거부터 축적해 온 최고 수준의 기술과 혁신을 위한 도전의 시간이 녹아 있다”며 “전동화 시대에도 고객들에게 변치 않는 운전의 즐거움을 제공하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아이오닉5 N. [사진=현대차]
아이오닉5 N. [사진=현대차]

◇IRA·중국 진출은 선적 과제···UAM 등 가시 성과도 부족

한편 지난해부터 정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값싼 배터리로 대적하는 중국산 전기차와의 전쟁 등은 여전히 산적한 과제다.

지난해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IRA로 현대차 북미 수출계획은 180도 달라졌다. 아이오닉5로 시작한 주력 전기차종 발표와 함께 그동안 북미 수출에 열중해 온 현대차는 미국 내 생산공장이 없어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1년간 현대차의 북미 수출 수치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지난 6월 판매량은 6만9351대로, 전년동기 대비 10% 올랐다. 가격 경쟁력을 잃은 대신 리스 비중 확대와 고가 모델 판매 비중 상향 등 전략 전환에 주력한 덕이다.

현재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 주 브라이언 카운티(Bryan County)에서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HMGMA)’를 건립 중이다. 현지 생산을 기본으로 하는 IRA 조건 충족을 위해서다. 정의선 회장은 생산공장 설립에 그치지 않고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자체 생산에도 공을 들였다. SK온,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배터리사와 2025년 생산을 목표로 미국 전기차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세운다.

합작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셀은 현대모비스가 배터리팩으로 제작해 미국에서 생산하는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전기차에 전량 공급될 예정이다.

반면 중국은 미국보다 두, 세 단계 높은 산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현대차는 27만여대를 팔았다. 이는 중국 전체 판매량의 1%에 불과한 수치로, 이 같은 판매 부진은 무려 7년여간 이어져 왔다. 지난 2017년 주한미군 사드 배치 이후 한한령이 시행되면서 한국 자동차 판매량도 곤두박질쳤다. 전년인 2016년 114만대 수준이던 판매대수는 2017년 78만대, 지난해엔 고작 27만3000대에 불과했다.

수출은 수출대로, 값싼 LFP 배터리를 매단 중국산 전기승용차가 한국에 몰려들며 내수 입지마저 위협하고 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현대차가 고심해 내놓은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우선 중국 내 총 5개던 공장도 매각과 수출용 전환이란 명분으로 한 발 뺐다. 애초에 200만대 넘는 생산능력을 갖췄으나 10분의 1 수준만 팔리는 상황에서 공장 가동이 불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공장뿐 아니라 출시 모델도 과감하게 줄인다. 13개 차종을 8개로 축소하고, 대신 제네시스 등 고급 모델 위주로 재정비한다. 여기엔 최근 출시한 ’N‘ 브랜드도 포함된다.

특히 고성능 ‘N’ 브랜드의 핵심 라인업 ‘아반떼 N·아이오닉 5 N’으로 침체된 중국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방침이다. 아반떼 N은 지난 3월 중국 상하이 모터쇼에서 가장 처음 공개해 의미를 더했고, 아이오닉5 N은 내년 중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중국산 맞춤형 가격 포지션 등 해결책 될 것”

내수시장에선 가격 포지션이 관건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판매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EV시장으로 거듭나는 상황에서 테슬라는 지속적인 가격 인하와 별도 중국 맞춤형 브랜딩으로 전략을 찾고 있다”며 “현대차 역시 중국산 공습을 대비한 가격 포지션과 판매전략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정의선 회장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봇 등 신사업 분야에 관심이 높아 지난 3년간 이 분야 투자를 꾸준히 하고 있다. 2030년 사업 부문별 매출 비중 목표는 자동차 50%, UAM 30%, 로봇 20%다. 그러나 아직 신사업 분야 성과는 뚜렷하지 않다. 현대차그룹과 자율주행기업 앱티브가 설립한 모셔널은 지난 3년간 영업손실이 1조5000억원에 달한다. 로봇 분야를 주도하는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해 상반기 1969억원, UAM 법인 슈퍼널은 88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지난 2020년 CES서 투자를 선언했고, 지난해 5월 조 바이든과의 면담에서도 추가 투자를 알렸던 도심항공모빌리티(UAM)산업과 로보틱스 등은 아직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회장은 지난해 5월 방한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영어 연설을 통해 “미국에 2025년까지 로보틱스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50억 달러(약 6조3000억원)를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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