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에서 소비자가 라면을 고르고 있다. [사진=안경선 기자]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에서 소비자가 라면을 고르고 있다. [사진=안경선 기자]

[이뉴스투데이 최은지 기자] 국내 먹거리 물가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달 들어 우유값이 줄줄이 오른데 이어, 설탕과 올리브유 등 주요 식료품 가격의 인상 요인도 늘고 있어 고물가 기조가 계속될 전망이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먹거리 물가 대표 지표인 외식과 가공식품의 물가 상승률은 20개월 넘게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품목 대비 먹거리 물가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올해 8월 외식 품목 소비자물가지수는 118.10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올랐다. 전체 소비자 상승률(3.4%)보다 1.8포인트 높은 수치다. 외식 부문 39개 세부 품목 중 전체 평균(3.4%)을 웃도는 품목은 34개로 87.2%에 달했다.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도 6.4%를 기록했다. 가공식품 73개 세부 품목 중에서 74.0% 정도인 54개가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품목별 물가 상승률은 드레싱이 31.1%로 가장 높고 고추장, 치즈, 참기름, 된장 등의 순이다.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우유를 고르는 시민.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우유를 고르는 시민. [사진=연합뉴스] 

◇흰 우유, 2900원대 선으로

먹거리 물가는 앞으로 더 오를 예정이다. 지난 1일부로 주요 흰 우유 제품을 포함한 유제품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는 점이 대표적인 사례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이달부터 흰 우유와 발효유 등 신선 유제품에 사용되는 원유 기본가격은 ℓ당 88원 인상돼 1084원이 됐다. 가공 유제품에 사용되는 원유 가격은 87원 오른 887원이다. 

이에 유업계의 제품 가격 인상 소식은 당연한 수순이다. 먼저 서울우유협동조합은 ‘나100%우유’의 출고가를 대형할인점 기준으로 3% 올렸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기준 가격은 ℓ당 2900원대로 3000원에 육박하게 됐다. 

매일유업 또한 흰 우유 가격을 4~6% 수준으로 인상한다. 가공유는 5~6%, 발효유와 치즈는 6~9% 수준이다. 냠양유업은 흰 우유 출고가를 900㎖당 4.6% 인상하고, 다른 유제품 출고가도 평균 7% 올리기로 했다.  

동원F&B 역시 유제품 가격을 평균 5% 인상한다. 덴마크 우유의 경우 기존 1800원에서 2000원으로 11% 인상된다. 빙그레도 6일부터 순차적으로 흰 우유 제품인 굿모닝 우유, 바나나맛 우유 가격을 5.9%씩 올린다. 

유업체들은 이번 인상에 대해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인상폭을 최소화했다는 입장이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원유값 인상 분 외에 기타 가격 인상 요인에 대한 가격 반영은 최소화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선 우유 가격 인상 이후 이를 사용하는 빵,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이 오르는 밀크프레이션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에도 유업체들이 우유 제품가를 약 10% 올리자, 빵 가격은 6%대, 아이스크림 가격은 20%대로 인상된 바 있다. 

BBQ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50%를 원료로 한 BBQ 블렌딩 올리브오일을 도입했다. [사진=BBQ] 
BBQ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50%를 원료로 한 BBQ 블렌딩 올리브오일을 도입했다. [사진=BBQ] 

◇설탕, 올리브유 가격 급등도 우려

최근 설탕과 올리브유의 가격 변동도 심상치 않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식품산업통계정보(FIS)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LIFFE)에서 거래되는 설탕 선물가격은 톤당 701.7달러로 1년전(487.3달러) 대비 44% 올랐다.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던 2019년 9월 10일(301.5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132.7% 오른 셈이다. 

이는 주요 설탕 생산국이 최근 심각한 가뭄과 이상기후로 부진한 작황을 맞은 영향이 컸다. 이로 인해 설탕 수출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격이 오른 것이다. 

향후 국제 설탕 가격은 더 오를 전망이다. 인도가 이달부터 설탕 원재료인 원당의 수출을 엄격히 제한키로 하면서다. 현재 국제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설탕 선물 가격은 통상 4~6개월의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된다. 다만 소비자 불안감 선반영으로 국내 설탕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올리브유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하다. 스페인은 45~50℃의 폭염, 수개월간 계속되는 극심한 가뭄, 냉해 및 초대형 산불 발생 등 연이은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으로 올리브 생산량이 급감했다. 이에 국제 올리브오일 가격은 지난 2020년 7월 톤당 약 3000유로에서 현재 약 1만유로로 3.3배 급등했다.

성장 속도가 느린 올리브나무 특성상 새로 심은 나무에서 제대로 된 열매를 수확하려면 약 10년 이상의 오랜 기간이 필요한 만큼, 올리브오일 가격이 예전 가격을 회복하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최근엔 레시피 변경 사례도 등장했다. 제너시스BBQ가 ‘BBQ 블렌딩 올리브오일(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50%, 해바라기오일 49.99%)’을 도입한 것이다. 올리브오일 가격 상승분을 패밀리 공급가에 반영할 경우, 현재 공급가 대비 약 3배가 넘는 금액이 산정돼 새로운 레시피를 찾아 나섰다는 게 사 측의 입장이다. 

BBQ 관계자는 “지난 2022년 5월 패밀리 공급가를 톤당 3500유로 기준으로 책정했으나, 실제 시세는 톤당 5000유로로 차액에 해당하는 비용을 본사가 감당해왔다”면서 “올리브오일 가격 급등 현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이번 도입을 신중하게 검토했다”고 말했다. 

한 식품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상반기부터 업계와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물가 안정을 도모하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선 원재료 가격이 인상되는 상황에 가격을 동결하기 쉽지 않다”며 “인상 요인이 두드러지는 만큼, 먹거리 물가는 더욱 오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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