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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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재계 10위 신세계그룹이 정기 인사 시즌을 한달 가량 앞당겨 임원 40% 가량을 교체하는 파격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최근 경기불황의 여파로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칼을 빼든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안팎으로 주요 기업들이 인적 쇄신을 앞당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와 후폭풍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재계 등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지난 20일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해 대표이사의 약 40%를 교체했다. 이번 인사는 변화와 쇄신, 시너지 강화, 성과총력체제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정용진의 남자’로 불렸던 강희석 대표가 이마트와 SSG닷컴 대표 자리에서 모두 물러난 반면 이마트는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를 통합한 유통사업군 1인 대표 체체로 전환돼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가 이끌게 됐다.

신세계백화점 부문인 손영식 대표이사도 물러나 새로운 수장에 박주형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가 내정됐다. 박 대표는 신세계와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를 겸직하게 됐다.

이 외에도 신세계푸드와 신세계L&B는 신세계푸드 대표인 소현석 대표가 겸직하고 신세계프라퍼티와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인 임영록 대표가 겸직한다.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에는 신세계 신성장추진위 이석구 대표가 내정됐고 마인드마크 대표에는 텐츠 비즈니스 전문가인 김현우 대표를 외부 영입해 대표로 내정했고 더블유컨셉코리아 대표는 지마켓 이주철 전략사업본부장을 내정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조직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쇄신·강화하고 새로운 성과창출 및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과감한 혁신인사를 단행했다”면서 “앞으로도 철저한 성과능력주의 인사를 통해 그룹의 미래 준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신세계그룹이 여느때와 달리 파격적인 인적 쇄신에 나서면서 여러 해석이 등장하고 있다. 우선 업계는 그간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에게 경영을 맡긴 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던 이명희 회장이 다시 등장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이명희 회장이 그간의 정용진·정유경 경영 체제에 경고장을 날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이명희 회장은 오너가 경영인 신뢰가 두텁던 전문경영인을 사실상 경질하고 그 빈자리를 과거 그룹 전략실 출신 인사들로 채웠다.

더욱이 이명희 회장은 그룹이 위기에 봉착하자 다시 직접 총대를 메고 전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신세계그룹은 ‘쿠팡’에게 유통왕좌 자리를 내주며 실적이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그룹의 한 축인 이마트의 경우 2021년 이후 영업이익이 계속 하락세다. 올해 상반기에는 394억원 적자 전환하기도 했다.

◇한화, CFO 수평인사 단행···계열사의 철저한 자금관리 돌입

코로나19 엔데믹에 접어들었지만 인플레이션 위기 등으로 인한 고금리 기조, 공급망 재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등 여러 변동성이 작용하면서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자 기업들 역시 고삐를 잔뜩 조이는 모양새다.

올해 한화오션을 인수하며 재계 7위에 오른 한화그룹 역시 자금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계열사 최고재무책임자(CFO)들까지 자리를 맞바꾸는 수평적 인사를 단행했다. 한화그룹은 CFO라는 직책을 따로 쓰지 않아 재무실장이 곧 CFO에 해당한다.

재계는 한화그룹이 한화오션 인수로 2조원을 투입했고 오는 11월 예정된 한화오션 유상증자에 계열사들이 또다시 77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각 계열사들의 철저한 자금관리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최근 ㈜한화 지원부문 소속 박지철 전무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재무실장으로, 전연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무는 한화시스템 재무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 윤안식 한화시스템 부사장이 한화솔루션 재무실장으로, 신용인 한화솔루션 부사장은 한화오션 재무실장으로 옮겼다.

특히 윤 부사장의 경우 그룹 내 베테랑 재무통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한화솔루션이 탄생하기까지 진행된 과정에서 합병 전략과 자금 운용 전략을 총괄했다. 그는 매번 재무적 이슈가 있는 계열사로 이동해 해결사 역할을 맡아왔다.

이번 한화솔루션 복귀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등 실적이 나쁘지 않지만 현금흐름은 좋지 못하다. 현금흐름이 순유출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즉 벌어들인 돈 보다 시설투자(CAPEX)로 나간 현금이 더 많은 상황이다.

차입금도 급증해 지난해 RES프랑스 지분 100%(9843억원)을 인수하면서 7조원대로 늘었고 올 상반기 말 기준 8조3700억원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한화솔루션은 앞으로도 대규모 투자가 남아 있어 지속적인 자금 조달이 요구되고 있다.

이 같은 계열사간 이동은 한화그룹이 기존에도 CFO 인사에서 주로 사용한 용인술이다. 전략쪽에선 외부인사 영입이 이뤄지지만 재무쪽은 순혈주의를 고수해 내부 순환 배치를 선호하고 있다. 이는 그룹 차원에서 재무 전략을 공유하는 동시에 노하우가 확산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그러나 재계는 한화그룹이 올해 한화오션을 필두로 상당한 자금이 집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금리 기조, 경기 악화 등을 감안해 선재적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올해 유독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인사 분위기가 가장 흉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SK는 SK하이닉스와 SK온, 롯데는 롯데케미칼과 롯데건설, CJ는 CJ ENM 등의 부진과 자금 조달 압박 문제를 가지고 있다”면서 “여전히 시장에서 관심과 우려가 가장 많다”고 전했다.

우선 재계에서는 SK그룹이 ‘파이낸셜 스토리’를 앞세워 시장을 가장 잘 이해하고 활용했지만 유동성 긴축 시기엔 오히려 독이 됐다는 평가를 내린다.

주요 금융사마다 SK그룹 계열 한도는 여유가 없고 재무적투자자(FI)에게 돈 상환도 여의치 않다. 더욱이 세계적 경기 침체에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과 주가가 부진하면서 수계월간 자금 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정기인사에 찬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장 불안감이 고조된 지난해 말 정기인사 때 세대 교체 이야기는 자취를 감췄고 기존 중역들이 자리를 지키며 안전성에 방점이 찍혔다.

다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거센 찬바람이 예상된다. 재무성적표가 썩 만족스럽지 않으면서 각 계열사 임원들 역시 좌불안석인 것으로 전해진다.

◇주력 사업 부진으로 자금 압박···내부 구조조정 거세져

롯데그룹은 중국 사드 보복으로 직격탄을 맞은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변화와 혁신을 외치며 과감한 인사를 단행해왔다.

지난말 정기인사 때는 주요 사업군 대표 중 절반을 교체하고 젊은 인재들을 대거 기용했다. 이 과정에서 정통 롯데맨들이 대거 물러났고 그룹 위기설을 불러온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도 조기 사임했다.

하지만 올해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어 또 한번 강도 높은 쇄신 인사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그룹의 상황이 좋지 않지만 석유화학, 유통 등 핵심 사업이 부진한 롯데그룹의 임원 인사에서 가장 찬바람이 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CJ그룹도 여전히 그룹 전반에 재무 부담이 확대되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해 정기 인사에서 임원 직급을 ‘경영리더’로 단일화하고 최대 규모 신임 임원 승인 등으로 분위기 반전을 모색하고 있지만 CJ CGV, CJ ENM 등이 부진을 겪고 있어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룹 내 구조조정 전문가로 꼽히는 구창근 대표가 지난해 말부터 CJ ENM을 맡으면서 꾸준히 내부 구조조정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구 대표는 취임 당시 “임원들이 이렇게 많은 데도 그 좋던 회사를 망가뜨려 놨냐”고 호통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더불어 CJ그룹 차원의 문책성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기가 급변하고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주요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특히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반도체, 유통 등 국내 주력 사업 분야들이 침체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어 올해는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관계자는 또 “시장 불확실성으로 인해 지난해 교체보다는 안정을 택한 기업들이 많았지만 올해는 재무 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그룹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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