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우유를 고르는 시민.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우유를 고르는 시민.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최은지 기자] 우유 가격 인상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소비자 구매 패턴에 변화가 생겼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수입산 멸균우유가 새로운 선택지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22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오는 10월부터 흰 우유와 발효유 등 신선 유제품에 사용되는 원유 기본가격이 ℓ당 88원 인상돼 1084원이 된다. 가공 유제품에 사용되는 원유 가격은 87원 오른 887원이다. 

이러한 원유 가격 인상은 우유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10월부터 대형할인점에 납품하는 ‘나100% 우유’(1ℓ)의 제품 출고가를 3%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에서 나100%우유 1ℓ제품의 소비자 가격은 2980원이 된다.

다만 이번 인상의 경우, 최소한의 폭에서 이뤄졌다는 평이다. 실제 지난해는 원유 기본가격이 ℓ당 49원이 오르자 흰 우유 제품 가격 또한 10%가량 인상돼 1ℓ당 2800원 수준으로 형성됐다. 

이에 올해는 원유 가격이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오른 만큼, 흰 우유 가격이 3000원 선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는데,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3000원을 넘기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매일유업과 남양유업도 유통사와 제품 납품가를 협의하고 있다. 양사 또한 인상폭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체감 물가 커···멸균우유 찾는다 

다만 유업계의 노력에도,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는 이미 큰 모양새다. 전반적으로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흰 우유의 가격이 ‘인상’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비교적 저렴한 멸균 우유 제품을 찾을 충분한 이유가 된 것이다. 

멸균우유는 고온에서 고압으로 살균해 실온에서 자랄 수 있는 모든 미생물을 제거한 개념이다. 이에 따라, 병원성 유해 세균뿐만 아니라 우유 속 유산균 등도 죽을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다만 단백질이나 칼슘 등 주요 영양소는 남아 영양 측면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장점으로는 흰 우유 대비 유통기한이 길다는 점이 있다. 수입 멸균우유는 유통기한이 제조일로부터 약 10개월 정도다. 통상 10일 정도인 흰 우유보다 훨씬 긴 셈이다. 또 냉장 보관을 해야 하는 흰 우유와 달리, 실온 보관이 가능하다. 

가격도 큰 장점이다. 현재 국내 유업체 3사 흰 우유(1ℓ)는 2800원대 수준에 판매되고 있다. 이에 반해 폴란드산 멸균 우유는 1750원으로 국산 우유보다 1000원 이상 저렴한 편이다. 

이 때문에 최근 대형마트에서의 멸균우유 매출 변화도 심상치 않다. 주요 대형마트의 9월 수입산 멸균 우유 판매량은 전월 대비 최대 10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수입량 또한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전망 2023’에 따르면 지난해 멸균우유 수입량은 약 3만 3000톤으로 전년 대비 42% 증가했다. 수입 멸균우유를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6명 중 1명으로 나타났다.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우유를 고르는 시민.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우유를 고르는 시민. [사진=연합뉴스] 

◇멸균우유, 한계점은 ‘신선도’

멸균우유의 한계로는 신선도가 꼽힌다. 멸균처리를 하면서 우유 속의 미생물이 다 죽을 수 있고, 유통 기한이 길어 그만큼 신선도를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흰 우유와 멸균우유는 신선도 측면에서 전혀 비교할 수 없다. 아직까지는 소비자들이 멸균우유를 향후 ‘대안’ 정도로 생각하고, 흰 우유를 구매하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말 우유자조금위원회가 공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산 냉장 우유는 우유 본연의 건강 성분을 그대로 섭취하기 위해 그냥 음용하는 경우가 많고, 수입산 멸균우유는 요리나 라떼 등을 만들 때 사용하는 경우가 잦았다.

즉, 직접적으로 음용하는 경우에는 국산 흰 우유가 완승인 셈이다. 또 대다수의 응답자가 국산 냉장 우유가 맛, 원유의 질, 신선함 등 품질 전반에 대해 외국산 멸균우유보다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러한 인식 또한 변화될 조짐은 있다. 외국산 멸균우유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멸균우유의 선택 이유로 ‘자연 방목으로 사육한 젖소에서 나온 우유라 품질이 좋을 것’이라는 신뢰감이 바탕된다고 답했다. 유럽의 청정 자연과 자연 방목 목초지에서 생산된 우유라는 인식이 구매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또 수입산 멸균우유를 구입해 본 사람들 중 51.1%가 수입산 멸균우유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응답했다. 그중에서도 10.7%는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답했다. 

더불어 향후 수입산 멸균우유를 계속 음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51.4%가 지금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고, 34.2%가 지금보다 더 많이 음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우유의 가격 부담이 커지는 데 대한 대안으로 얼마든지 고려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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