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55년 전경련 역사속으로”···한국경제인협회로 새 도약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국내 경제단체 맏형 역할을 담당해온 전국경제인연합회가 55년간 사용한 기관명을 한국경제인협회로 바꾸고 새로운 도약에 나선다. 특히 과거의 오명을 모두 떨쳐버리고 글로벌 싱크탱크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경협은 19일 공식 출범에 맞춰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며 이날 오전 여의도 FKI타워(구 전경련 회관) 정문 앞에서 한경협 표지석 제막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류진 한경협 회장을 비롯해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 한경협 임직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제막식으로 한경협은 1968년부터 55년간 사용한 전국경제인연합회 간판을 내리고 새 출발의 발걸음을 내딛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961년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 등 기업인 13명이 경제단체를 설립할 당시의 사용한 기관 명칭이며 1968년부터는 전경련으로 바꿔 사용해왔다.

류 회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55년 만에 한국경제인협회가 이름을 바꾼 것은 창립 당시 초심을 되새기고 진정한 변화를 이루기 위한 것”이라며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싱크탱크로 나아가는 길에 임직원 모두 힘과 지혜를 모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와 더불어 한경협은 새 슬로건으로 ‘한국경제 글로벌 도약의 중심’을 발표했다.

한경협은 지난달 7일부터 지난 7일까지 한 달간에 걸쳐 ‘한국경제인협회 슬로건 및 CI 아이디어 대국민 공모전’을 진행한 바 있다.

새 슬로건은 ‘대한민국 G7 대열 진입 및 글로벌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의 도약’이라는 비전과 한경협이 글로벌 싱크탱크로 중추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또 기존의 전경련회관은 기관 명칭 변경에 맞춰 ‘FKI타워’로 건물명이 바뀌었다. 다만 한경협은 영문 명칭에 대해서는 기존의 ‘FKI(The Federation of Korean Industries)’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처럼 한경협이 새롭게 출발하면서 대표 경제단체로서의 위상을 회복하게 될지를 두고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과거 한경협은 전경련 시절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리며 치명상을 입었고 이후 정권들이 외면하면서 위세가 대폭 위축됐다. 또 당시 4대 그룹을 중심으로 주요 기업들이 탈퇴하는 등 내홍을 겪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김병준 전 회장직무대행이 맡으며 윤석열 정부의 해외 경제사절단을 꾸리는 등 다시금 정부와 발을 맞추기 시작했고 이번 기관명 변경 및 한국경제연구원 흡수 통합 과정을 통해 4대 그룹이 다시 복귀하는 절차 등을 밟으며 정상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 기관명 변경, 4대 그룹 복귀 정상화에 가속도

다만 한경협은 새출발을 앞두고 이어진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환골탈태하겠다는 의지에 의구심이 일며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새로운 수장을 맡은 류진 풍산그룹 회장은 지난달 22일 임시총회를 통해 새 출발을 알리면서도 상근부회장 자리에 대해 함구했다.

이에 앞서 세간에는 전경련 상근부회장으로 김창범 전 인도네시아 대사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며 전경련(현 한경협) 안팎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류 회장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새 정관 및 새 기관명 교체가 확정되면서 김 전 대사를 선임해 정면돌파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대사는 1981년 외무부에서 공직을 시작한 이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주 벨기에·유럽연합 대사, 주 인도네이사아 대사 등을 역임했다.

이에 대해 한경협 측은 “오랜 외교관 생활을 토대로 국제무대에서의 경험과 지식이 탁월하다”면서 “류 회장을 도와 한경협이 글로벌 싱크탱크로 환골탈태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해줄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김 상근 부회장을 두고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과거 전경련 시절 상근부회장 자리는 통상 경제인 출신이 도맡아 왔다. 이에 경제인이 아닌 외교부 관련 출신이 오르는 것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류 회장은 회장 취임을 수락하면서 정경유착 고리를 끊겠다고 천명했지만 상근부회장 자리에 사실상 정치권 인물을 선임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남긴 셈이다.

다만 류 회장은 윤리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하고 조기 안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한경협은 아직 윤리위원회에 관해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조만간 구성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위원장을 비롯해 외부 인사인 위원들은 이미 정해져 발표만 남겨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경협이 새로운 이름으로 새출발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라며 “다만 정경유착 고리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행보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도입되는 윤리위원회가 신의 한수가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4대 그룹이 복귀하는 상황에서 정치권과의 거리두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도 “아직 정상화를 위해 정치권과의 유기적 관계를 이어가려는 듯한 모습은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다.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