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노조가 지난 7일 울산 본사에서 올해 임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개표를 진행하고 있다.[사진=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지난 7일 울산 본사에서 올해 임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개표를 진행하고 있다.[사진=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두고 평행선을 그리던 조선 빅3가 추석을 앞두고 마무리하면서 하반기 대형 수주전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조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업계 안팎으로 우려됐던 경쟁력 확보에도 청신호를 켜고 있어 제2의 호황기를 통한 실적 개선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지난 7일 2023년 임금교섭 2차 잠정합의안에 대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조합원 총회 투표에서 찬성 58.52%로 집계돼 가결됐다.

이에 따라 양측은 기본급 12만7000원(호봉승급분 3만5000원 포함), 격려금 450만원(상품권 50만원 포함) 등에 대해 합의했다. 특히 그룹 내 맏형인 HD현대중공업이 임단협을 타결한 만큼 협상을 진행 중인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계열사 조선사들의 타결 가능성도 키울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앞서 한화오션은 지난 7월 조선 3사 중 가장 먼저 임단협을 마무리 지었다. 한화오션 노사는 출범 첫해라는 의미와 더불어 회사를 잘 이끌겠다는 의지로 무분규 타결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양측은 이번 임단협 합의안에 기본급 11만1223원 인상, 근속수장 구간별 5000원 인상, 자기계발비 매월 환산 3시간 인상 지급, 격려금 300만원 등을 담았다.

삼성중공업도 기본급 12만6436원 인상, 격려금 200만원, 상품권 50만원 등으로 임단협을 마쳤다.

이처럼 조선 3사를 중심으로 임단협이 마무리되면서 세간의 노조리스크 우려 역시 말끔히 해소했다.

올해 들어 완성차 노조 등을 중심으로 임단협이 고비를 맞으며 파업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모처럼 호황기를 맞은 조선업계도 파업 리스크가 고조되기도 했다.

실제 현대자동차 노조는 오는 13일과 14일 이틀동안 4시간 부분파업을 예고하고 있고, 기아 노조 역시 조합원 투표 82.5%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하지만 조선 3사 노사 모두 모처럼의 호황기에 편승해 실적 개선에 합심하기로 하면서 하반기 대형 수주전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카타르·모잠비크·이중연료추진선 등 '선별수주' 훈풍

우선 업계에서는 카타르의 2차 발주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카타르에너지는 올 하반기 약 12조원 규모의 엑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발주한다. 1차 발주에서 조선 3사는 총 54척을 수주한 만큼 2차 발주에서도 모두 40척 가량을 수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2차 발주 물량은 줄었지만 선가가 많이 오르면서 전체 발주 금액만 100억달러(약 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12일 기준)에 따르면 지난달 신조선가지수는 173.56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 172.38 대비 1.18p, 전년 동기(162.12) 대비 11.4p 증가한 수치다.

신조선가 지수란 새롭개 만드는 배의 가격을 지수화한 지표로 100을 기준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선박 전고 가격이 올랐음을 의미한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카타르 1차 발주 때 선가는 척당 2억1500만달러였지만 2차 발주분은 2억3500만∼2억4000만달러 범위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카타르 2차 발주는 국내 조선사의 선가 협상 경쟁력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뿐만 아니라 2020년 이후 지원되고 있는 모잠비크 LNG 프로젝트도 올 하반기 발주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모잠비크 프로젝트 관련 물량은 17척 수준으로 삼성중공업과 HD한국조선해양이 계약 물량 확정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최근 조선 3사가 고부가 선박을 중심으로 선별수주를 적극 활용하고 있어 이중연료 추진선을 비롯해 암모니아 운반선 등 LNG선을 대체할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업계는 글로벌 1위 선사인 MSC의 8000TEU급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발주, 대만계 에버그린의 메탄올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발주가 하반기에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조감도.[사진=HD현대]
HD현대중공업의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조감도.[사진=HD현대]

◇여유로운 현대重 vs 한화오션·삼성重 수추 총력전

다만 연간 수주 목표 달성치를 감안해 조선 3사의 표정은 엇갈리고 있다.

이미 올해 연간 수주 목표인 157억4000만달러의 101.3%를 달성한 HD현대중공업은 다소 여유로운 반면 올 상반기 다소 저조한 수주 실적을 보인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고부가 선박 수주에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오션은 현대 14억7000만달러를 수주해 연간 목표치(69억8000만달러)의 21.1% 수준에 머물러 있고 삼성중공업 역시 현재 연간 목표 수주액 96억달러의 66%인 63억달러를 채운 만큼 하반기 대규모 수주전을 통해 목표액의 100%를 채운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하반기 수주전을 두고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한화오션을 방문해 카타르 LNG운반선을 거론하며 “조선사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를 적기에 발급하고 발급 한도를 초과하는 RG는 정책금융기관이나 시중은행이 공급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칫 임단협이 마무리되지 않았을 경우 선주들이 파업리스크로 고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노조리스크 해소로 수주전에서 K조선의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내대봤다.

관계자는 또 “조선 4사가 모두 3년 치 이상의 수주 잔고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무리한 수주보다 고부가 선박 중심 수주에 집중할 경우 예상치를 넘어서는 수익성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