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개시한 24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에서 상인이 생선을 손질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개시한 24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에서 상인이 생선을 손질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일본이 24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개시한 가운데 ‘삼중수소’를 놓고 의견이 갈린다. 인체 유입 시 10일 후면 배출된다는 입장과 방류 후 체내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다. 더 나아가 과열된 의견 대립이 과학적 분석을 뒤로한 채 정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첨예한 이슈의 핵심은 과학적 판단에 있다. 특히 ‘삼중수소’를 놓고 시각차를 보인다. 앞서 일본 언론들은 후쿠시마 원전 운영회사인 도쿄전력이 22일 일본 정부의 방류 결정에 따라 사전 작업을 거쳐 수조에 보관하던 오염수를 방출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21년 4월 스가 요시히데 당시 총리가 오염수 처분 방식으로 해양 방류를 결정한 지 2년 4개월 만이다. 동시에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약 12년 반 만이다.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 저장 탱크에 보관된 오염수를 바닷물과 희석해 약 1km 길이의 해저터널을 통해 원전 앞바다에 방출했다.  ALPS로 정화 처리하면 세슘을 비롯한 방사성 물질 62종을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삼중수소(트리튬)와 탄소14 등 핵종도 미량 남는다. ALPS로 거를 수 없는 삼중수소는 바닷물과 희석해 농도를 일본 규제 기준의 40분의 1인 리터당 1500베크렐(㏃) 미만 수준으로 내보낸다는 계획이다.

이 삼중수소를 놓고 국내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ALPS 정화 처리를 거쳐도 잔류하기 때문이다. 먼저 낙관적 입장에서는 오염수 방류로 인한 영향이 극히 낮으며 특히 인체 유입 시에도 열흘 후에 배출 가능해 심각히 축적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서 개최한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후 방류의 국내 영향’ 토론회에서 이 같은 취지로 발언했다. 정 교수는 “2011년 후쿠시마 앞바다는 방류 대상이 되는 희석 전 탱크의 세슘 농도보다 상당히 높았으나 그로 인한 영향이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나타나고 있지 않다”며 “이번에 방류를 하더라도 우리나라 바다에 미칠 영향은 적을 것”이라 전망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이어 “삼중수소 농도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수백 배의 물을 섞어 최종 방류 전 희석을 한다”며 “그 농도 범위는 현재 우리나라 바다에서 측정되는 수준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쿠시마 탱크에 저장된 삼중수소의 무게는 2.2g가량인데, 우리나라에 동해 바다에 연간 비로 내리는 삼중수소의 양이 5g 내외”라며 “1년에 비로 내리는 양보다 적은 수준을 30년에 걸쳐 바다로 방류한다면 자연의 강우량 변동 범위 내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것이며 이는 총량의 측면에서 미미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경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부회장)도 일본의 삼중수소 배출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일본이 배출기준에 적합토록 2차·3차 정화를 통해 배출 기준에 맞춘 후 내보내겠다고 얘기했다”며 운을 띄운 서 연구원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자체 개발한 독자적 3차원 해양 확산 모델을 통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주관한 방사능 모델 비교 평가 프로그램에 참가해 다양한 모델들과 동일 조건에서 비교 검증을 완료했다고 제시했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교수도 배출량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라 전망했다. 이 교수는 “후쿠시마 해변에 137만톤의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은 후쿠시마 해변에다 층당 10가구 아파트를 10층으로 지어놓고 거기서 흘러나오는 하수를 희석해 버리는 수준”이라며 “이를 온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어야 할 정도로 심각하게 바라보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삼중수소에 대해서도 큰 문제가 없다고 봤다. 그는 “삼중수소가 인체 내 축적이 된다고들 하는데 이런 이야기가 삼중수소가 마치 물속에 알갱이처럼 떠다니는 것처럼 오해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오염수 속 삼중수소는 물의 형태로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물이 생체 내 심각히 축적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그중 약 1% 미만이 몸속에 조금 오래 남아있을 뿐, 그 물도 결국 다 빠져나간다”고 강조했다.

반면 삼중수소의 위험성이 과소평가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삼중수소는 에너지가 약하고 생물학적 반감기가 10일가량으로 나중에 소변을 통해 배출이 가능하다”면서도 “문제는 이것은 한두 번 인체로 유입됐을 때를 놓고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교수는 인체 내 유입된 삼중수소 중 일부가 미칠 영향을 경계했다. 그는 “인체에 유입된 3~6%의 삼중수소는 유기결합형 삼중수소로 바뀔 수 있는데 이는 나중에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며 “세포 안에서 DNA가 조금씩 바뀌며 세포가 사멸하거나 생식기 문제 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해양 방출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유기결합형 삼중수소의 존재를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IAEA 종합보고서 결과 자체에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백도명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명예교수는 “단순 세슘 측정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그 안의 먹이사슬 등 기타 생태계를 감안해야 한다”며 “IAEA 종합보고서는 그런 부분이 반영돼 있지 않으며 단편적 분석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ALPS 처리에 대한 회의적 관점도 덧붙였다. 백 교수는 “ALPS 처리를 해서 나온 핵종의 종류와 농도에 대한 자료를 봤을 때 기존에 알려져 있는 것과 일치하지 않은데, 예를 들면 스트론튬, 세슘 등의 비율이 탱크마다 상이하다”며 “탱크마다 똑같이 받아서 측정했다면 비율이 다르게 나타날 수 없는데 이렇게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ALPS 처리 장치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후쿠시마 오염수를 두고 국내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도쿄전력은 첫 방류 다음날인 25일 후쿠시마 제1원전 앞바다 방사능 측정 결과 삼중수소 농도에 의미 있는 변화는 없었다고 밝혔다. 삼중수소 농도는 모두 검출 한계치(리터당 10베크렐) 미만이었으며 설계대로 희석된 것이 확인됐다고 도쿄전력은 설명했다. IAEA에서도 25일 17시 기준으로 희석된 오염수의 농도가 207베크렐로 기준치(1500 베크렐)를 밑돌았다고 전했다.

다만 오염수 방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 우려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도쿄전력이 내년 3월까지 방류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염수의 양은 3만1200톤이다. 이는 현재 보관 중인 오염수의 2.3%에 불과하다. 또 현재 후쿠시마 제1 원전에는 이미 약 134만톤의 오염수가 1000여개의 대형 탱크에 들어 있으며, 현재도 원전 부지로 유입되는 지하수와 빗물 등으로 인해 오염수가 추가로 발생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오염수 방류가 30년가량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일본 정부가 사고 원자로를 2051년까지 폐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폐쇄 작업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 문제다. 강한 폭발로 인해 연료가 구조물 안에 보호돼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또 방사선량이 높아 사람이 들어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수십 년 내 공학적 해결 방법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지형 특성상 지하수가 계속 흘러 들어가는 구조로 인해 핵연료가 존재하는 한 오염수는 계속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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