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통학차량들. [사진=연합뉴스]
전기 통학차량들. [사진=연합뉴스]

#. 경기도 내 한 공영주차장 전기충전소엔 오후가 되면 인근 어린이집·학원 통학차량 대기 행렬로 줄지어 있다. 수업 스케줄에 맞춰 이동해야하기에 빠른 시간 내에 충전 후 움직이려는 학원차들로 북새통을 이뤄, 정작 일반 승용 전기차들은 특정시간엔 진입조차 어려울 때가 많다. 차량 대부분은 앰블럼조차 생소한 중국산 모델. 인근 주민들은 충전 화재 등 안전사고 위험까지 우려된다며 해당 충전소를 아예 찾지 않는 실정이다.

[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이름 모를 중국산 승합차가 어린이집·유치원·학원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구매자들은 보조금을 받으면 훨씬 저렴하고 성능도 비슷해 “안 살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현대차 스타리아 등은 수개월 기다려야 받을 수 있는데 비해, 중국산 모델들은 구매 즉시 인도되는 것도 장점이다.

◇같은 조건 국산의 반값 수준···“안 살 이유 있나요?”

현재 조이롱의 ‘이비온 E6’의 보조금은 2362만원, 동풍류저우자동차의 테라밴은 2129만원, 테라밴 키즈는 2131만원의 국고보조금이 지급된다. 한차의 그린웨이720은 4530만원이 나온다. 특히 그린웨이729은 서울 일부 지역의 마을버스로도 쓰이고 있다. 모두 학원 통학차량으로 주로 이용되는 중국회사 제품이다. 중국산이지만 정부는 차등 없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어, 같은 조건의 국산에 비하면 반값 수준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실제로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수입 상용차 등록 대수는 약 4500대로 이중 중국산은 1451대로 집계됐다. 상용차는 버스와 트럭, 밴, 특장차 등을 포함해 3대 중 1대는 중국산인 셈이다.

이처럼 한국시장이 커지자 중국회사들은 한국 진출에 공격적으로 임하고 있다. 이비온 E6의 경우, 지난 2021년 중국회사 조이롱을 국내 기업 파츠몰이 인수해 조이롱 E6를 한국 시장에 새로 개발한 모델이다. 중국공장에서 조립해 판매하고 있으며, 가격은 지난해 기준 3800만원~5000만원 사이다.

중국 최대 규모 전기차 회사인 비야디(BYD)는 종합무역상사 GS글로벌과 손잡고 지난 4월 전기트럭 ‘T4K’를 출시하며, 전기 상용차 시장 진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세계 2위 전기차 기업 비야디가 상용차로 먼저 몸을 푼 후, 추후 승용차 시장에도 발을 들일 거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 누리집 전기차 국고보조금 지급 현황.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 누리집 전기차 국고보조금 지급 현황.

◇한국 진출 진짜 알짜는 ‘승용차’

사실 중국 전기차의 한국 시장 진출의 성공 여부는 상용차가 아닌 승용차에 달렸다. 판매시장 규모가 약 50배 정도로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이에 값싼 가격과 가성비 뛰어난 기능 등이 상용차에서 어느 정도 검증되면서 승용차 진출에도 기대감을 나타내는 분위기다. 최근 컨슈머인사이트 설문에 따르면 전기차 구매 희망자 중 ‘국산차보다 절반 이상 저렴할 경우 중국산 전기차를 고려하겠다’는 이가 전체 응답자(2102명)의 61.2%(1286명)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갈길은 멀다. 중국 전기차에 대한 품질과 안전성 관련 부정적인 인식 개선은 넘어야 할 산이다. 아이오닉 5, 아이오닉6, EV6, EV9 등 현대차, 기아의 굵직한 주요 전기차 모델과 KG모빌리티의 EVX 토레스 출시 등 세단, SUV 전기차 신모델 출시가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진입과 안착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BYD는 상대적으로 EV 시장이 열악한 일본 진출은 고민 없이 시작했다. 올해 1월부터 ‘아토3’ 판매하며, ‘돌핀’과 ‘씰’도 올 하반기에 일본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비야디코리아 관계자는 “승용 전기차의 한국 진출 시기에 관해서는 내부 검토 중이며, 구체적으로 정해진 부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국내에 빠르게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안전과 성능 등을 이유로 아직 거부감도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앞으로 비야디 등 중국회사들의 국내 진출이 거의 확실해지면서 어떤 식으로 해결해 나갈지도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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