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설치업체에서 국내 대표 렌털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부터 계절 가전의 대명사로 우뚝 선 굴지의 중견기업까지 우리나라 리빙 업계를 선도해나가고 있는 다양한 기업들의 눈부신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이름은 친숙하지만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은 그들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앞날을 조망해보는 자리를 마련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사진=지누스, 그래픽=고선호 기자]
[사진=지누스, 그래픽=고선호 기자]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침대 매트리스라 하면 보통 ‘스프링형’을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통통 튀는 매트리스 위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이미지라던가,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강조한 마케팅 등 사람들의 뇌리에 침대 매트리스는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2014년, 미국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아마존’에서 뜬금없이 저가 제품의 매트리스가 역대 최대 거래량을 갈아치우면서 현지 온라인 매트리스 시장을 점령하는 일이 일어난다.

성장세가 더디지도 않았다. 엄청난 속도로 판매량을 늘려가더니 결국 현지 온라인 시장 점유율의 30% 이상을 장악하게 된다.

이름조차 생소했다. ‘지누스.’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우리가 모르던 외국계 기업 중 하나인 줄로만 알았지만, 지누스는 4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기업에서 시작됐다.

 

시대의 위기, 새로운 도전

지누스의 전신은 1979년 3월 진웅기업이란 이름으로 출발한 텐트 제조업체다.

뛰어난 제품력과 수완을 바탕으로 미국을 비롯해 중국에도 현지법인 세우며 탄탄대로를 이어가다 1989년 사명을 ㈜진웅으로 바꾸면서 유가증권시장에 주식을 상장, 한때는 주식 최고가가 11만2000원을 기록하는 등 우리나라 굴지의 강소기업으로 자리했다.

특히 1990년대에는 65%에 달하는 전 세계 시장 점유율 글로벌 1위를 차지하며 말 그대로 역사를 써 내려갔으며, 1992년 북방 진출 성공 기업으로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1995년 11월 무역의 날에 1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하지만 이 같은 영광은 그리 길지 않았다.

1997년 외환위기(IMF) 당시 높은 비중의 단기 차입금 문제로 경영 악화에 직면하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주력 사업인 텐트 제조사업 지분의 8할 이상을 미국계 사모펀드(PEF)에 헐값에 넘겼으며, 2000년 ㈜지누스로 사명을 변경한 이후 급격한 투자를 단행한 광통신사업에서 재무부담이 악화되며 2005년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상장폐지 이후 지누스는 주력 기반인 텐트 사업을 잃은 여파로 새로운 도전이 불가피했다. 이때 지누스가 눈여겨본 것은 자회사 노스폴의 가구 부문이었다.

그 중에서도 새 주력 업종으로 매트리스를 낙점, 자체 개발한 박스 포장 매트리스와 포장 프레임을 바탕으로 북미 시장에 발을 들였다.

과거 ㈜진웅의 DNA를 물려받은 지누스는 급격한 확장에 나섰다. 여행가방처럼 바퀴가 달린 박스에 매트리스와 침대 프레임을 접어 포장하는 ‘압축포장기술’의 특허권을 확보한 뒤 물류비용 절감에 성공하면서 미국 침대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워나갔다.

특히 2014년 오프라인 중심의 판매 방식을 온라인 판매로 전환하면서 엄청난 성장세를 기록하게 됐으며, 지누스가 개발한 메모리폼 매트리스는 스프링형 매트리스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더 이상 매트리스가 비싸지 않아도 되는, 그리고 교체가 자유로운 시장을 개척해낸 것이다. 여기에 박스 포장된 매트리스를 빠른 시일 내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는 물류 혁신을 이끌어내면서 우리나라 기업 최초로 2015년 아마존 베스트셀러 업체로 선정됐다.

 

혁신 DNA 지누스, ‘아류’에서 ‘대세’로

아마존 베스트셀러 제품으로 선정됐다는 뉴스는 지누스의 성장세에 날개를 달아줬다.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아마존에서 인정받았다는 문구 하나만으로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데 충분했다.

문제는 우리나라 시장이었다. 시몬스, 에이스, 씰리침대 등 유구한 역사와 전통, 하이엔드를 자랑하는 대표 침대 브랜드들이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저가 메모리폼 매트리스가 시장에 통할 수 있을지, 당시에는 의문부호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메모리폼 매트리스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소비자들로부터 새로운 소비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제였다.

하지만 지누스의 시각에서는 완전한 미지의 영역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과거 ㈜진웅 시절부터 닦아온 노하우와 북미 시장에서 거뒀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할지, 그리고 소비자들의 관심이 무엇인지부터 차례대로 공략했다.

트렌드의 변화도 기회로 작용했다. 주요 소비세대가 젊어지면서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트렌드로 급격히 전환된 가운데 더 이상 비싸기만 한 고가형 제품들이 설 자리를 잃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 지누스는 발 빠르게 저가형 제품부터 가성비 제품을 중심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갔으며, SNS(소셜 네트워크 시스템) 기반의 마케팅을 비롯한 다양한 소비자 경험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후 지누스는 2018년 국내에서만 6000억원 매출을 돌파했으며, 해외법인을 통한 제품생산 시스템을 통해 지속적인 외연 확장에 성공한다.

이 같은 지누스의 눈부신 성장세를 눈여겨본 현대백화점그룹은 2022년 3월 7747억원을 들여 지누스 인수를 단행했다.

인수 초기 당시만 하더라도 시장의 시각은 그리 밝지 못했다. 그리 크지 않은 국내 매출 비중과 인수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재무적인 어려움이 더욱 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전 세계의 경기 불황은 가성비 매트리스의 수요를 더욱 끌어 올렸고, 이러한 기류를 탄 지누스의 성장세도 지속됐다.

지누스는 올 2분기에만 국내 매출 238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무려 54%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이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이다.

지누스의 성장세에는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와의 유통 채널 확대가 주효했다. 또한 현대백화점그룹이라는 튼튼한 배경을 얻은 지누스의 이미지와 브랜드 인지도도 크게 상승하며 전반적인 우상향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지누스는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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