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대한항공은 4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마일리지 관련 개편안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대한항공은 4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마일리지 관련 개편안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정희경 기자] 막혔던 하늘길이 풀리면서 여객 수요에 훈풍이 불지만, 항공사의 부당한 마일리지 정책에 소비자들의 불만은 늘어가고 있다.

최근 대한항공이 오는 21일부터 항공마일리지로 국제선 보너스 항공권을 구입할 때 현장 대기를 제한하겠다고 공지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선 “왜 마일리지 사용을 갈수록 어렵게 만드냐”는 분노가 폭주했다.

보너스 항공권은 마일리지로 좌석을 구매하거나, 기존 좌석을 비즈니스·퍼스트클래스 등으로 승급할 수 있는 항공권이다. 기존에는 좌석 여유가 있으면 현장에서도 보너스 항공권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대한항공이 이제부터 이를 막는다고 밝힌 것이다. 소비자들의 반발에 대한항공 측은 “공항 대기가 불가능한 것이 원칙”이라며 “기존에는 승객들의 요청에 따랐지만 이제 원칙대로 할 뿐”이라고 항변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4월에도 보너스 항공권과 좌석 승급 마일리지 공제기준을 ‘지역’에서 ‘거리’로 바꾸는 개편안을 시행하려 했다가 물러선 바 있다. 소비자 반발이 거셌고 정부와 국회까지 나서자, 2월 말에 해당 개편안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승객들 목소리엔 꿈쩍 않더니 나라가 말리니 움직이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해당 달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 마일리지 유효기간 관련 조항 등을 포함한 8가지 약관도 공정거래위원회에 덜미 잡혔다.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정상적인 사용이 곤란한 기간을 고려함이 없이’ 10년의 유효기간이 지나면 마일리지가 소멸하는 약관에 대해, 공정위는 ‘사용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제한되는 경우 소멸시효를 연장’하도록 시정을 권고했다.

공정위는 ‘마일리지 공제기준 변경 시 유예기간을 예외 없이 12개월로 정한 조항’에 대해서도 ‘마일리지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 변경 전 제도를 12개월 이상 적용해 유예기간 연장’이 가능하다고 명문화하도록 시정 조치를 가했다. 보너스 좌석 증편, 복합 결제 사용 비중 확대 등 마일리지 소진방안도 다양하게 시행하도록 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칼을 뽑은 후에도 일부 소비자들은 여전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등에서는 항공 마일리지도 소비자의 ‘재산권’이라는 근거를 들며 양도 및 상속 가능, 소멸시효 정책 중단, 약관 ‘의무 이행’ 문구화 등을 주장하는 성명을 냈다. 공정위 측은 해당 사안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항공마일리지 활용도 자체가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항공마일리지 몇 점이 있는데 어디에 활용할 수 있냐”는 질문이 올라오면 종종 돌아오는 답변은 “최대한 멀리, 비싼 좌석 발권하는 것뿐”이라는 내용이다. 제주항공 같은 저비용항공사(LCC; Low Cost Carrier) 마일리지는 1포인트당 현금 가치가 1원인 경우도 있어서, 더더욱 활용 가치가 떨어진다는 불만도 있다.

한 소비자는 “적립 마일리지로 좌석 구하는 난이도도 극악인데, 다른 활용 방법이 없다”며 “물건 사는 것도 아깝고, 좌석 승급하면 호갱”이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항공마일리지로 좌석을 업그레이드하기보다 차라리 처음부터 비싼 좌석을 구매하는 편이 가성비가 낫다는 주장이다.

지방에 거주하는 소비자들은 “마일리지 한 번 쓰려면 인천이나 서울 올라가는 돈도 들여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지방출발 마일리지 이용 가능 항공편은 극히 적다. 미주·유럽 지역 장거리 항공편은 거의 없고 아시아권만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족 간 마일리지 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에도 불편함이 따른다. 아시아나항공 등의 마일리지 정책을 활용한 예를 들면, 갑이 1만5000 마일이 필요하고 가족관계인 갑과 을 둘 다 유효기간이 임박한 7500마일과 넉넉한 5500마일을 각각 보유할 때, 갑은 임박한 마일리지 두 개를 합치지 못하고 자신의 마일리지 부족분인 2000마일만 을에게서 끌어 쓸 수 있다. 을의 나머지 유효기간 임박한 마일리지는 그대로 소멸해 버린다.

항공마일리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끊임없는 불만에 항공사 측도 답답한 심정을 내보였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책마다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지만, 항상 목소리를 내는 쪽은 피해를 입었거나 불만이 있는 쪽”이라며 “항공마일리지 정책의 장점도 분명 많지만 부각되지 못한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대한항공 관계자도 “이번에도 ‘캐시 앤 마일즈’처럼  좋은 방향으로 개선된 정책도 있지만, 보너스 항공권 현장 제한 정책 등 불만스러운 부분만 주목받고 있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캐시 앤 마일즈는 항공권을 마일리지와 현금을 섞어 결제할 수 있는 복합 결제 서비스로, 마일리지 이용 한도가 이번에 기존 운임의 20%에서 30%로 상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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