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동발전이 운영하는 석탄발전소인 영흥화력발전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한국남동발전이 운영하는 석탄발전소인 영흥화력발전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용 기자] 우리나라 에너지 생산의 한 축인 석탄발전소가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국내 발전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석탄 발전의 빠른 축소가 예상되면서 석탄발전소 개선과 종사자 고용 문제 등 대책 마련에 발전업계가 고심하고 있다.

8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확정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국내 석탄발전소 설비용량은 지난해 38.1GW에서 오는 2036년 27.1GW로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58기 발전소 중 상대적으로 노후한 28기는 중단·폐쇄될 예정이다.

이 같은 변화 원인은 최근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등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석탄발전소의 단점이 부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환경부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배출량 보고 및 인증에 관한 지침’에서 연료용 유연탄이 1TJ(테라 줄)의 열량을 내는데 10만5000㎏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는 휘발유의 7만3300㎏이나 LNG의 5만6100㎏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로 발전량 대비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높게 책정된 것이다. 

미세먼지 발생 역시 석탄발전소의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석탄발전소가 LNG 대비 황산화물·질소산화물·미세먼지·초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을 3배 더 많이 배출하고 특히 PM 2.5의 초미세먼지 배출은 LNG 대비 8배 높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석탄발전소가 국내 전기 생산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당장 대체할 만한 방법을 찾기가 힘든 만큼 상당수 발전소는 가동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한국전력공사는 최근 전력통계월보에서 지난해 석탄발전소가 총발전량의 32.5%에 해당되는 약 193TWh의 전력을 생산해 연료별 전력 생산량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석탄발전소가 국내 전력의 49.6%를 생산했던 지난 2009년에 비해 비중은 감소했지만 지난해 전력 생산량의 29.6%를 차지한 원자력이나 27.3%를 차지한 LNG 복합 등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치다. 

이와 함께 석탄발전소는 가동률이 높아 설비용량에 비해 많은 전력을 생산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한전 전력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유연탄을 사용하는 석탄발전소의 발전 용량은 약 388GW로 430GW의 LNG발전소보다 적지만 지난해 193TWh의 전력을 생산해 약 164TWh를 생산한 LNG보다 연간 전력 생산량은 더 많았다.

석탄발전소의 가동률이 높은 이유는 이른바 ‘비 경직성 전원’ 중 발전 단가가 가장 저렴하고 변동성이 적기 때문이다. 

비 경직성 전원은 원전·신재생 에너지 등 전력 생산을 임의로 조절하기 어려운 ‘경직성 전원’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수시로 변하는 전력망의 수요에 따라 전력 생산을 상대적으로 쉽게 조절할 수 있어 전력망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일정 비율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유연탄 발전소에 대해 한전은 KWh당 137.2원에서 189.8원의 정산단가를 적용해 왔지만 또 다른 비 경직성 전원인 LNG 발전소에는 184.2원부터 304원까지 적용해 비용면에서 큰 우위를 가진다. 

전력 업계 관계자는 “석탄 발전은 비용과 유연성에서 유리해 당장 대체하기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다”며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태안화력발전소 내부 석탄 운송 설비 전경. [사진=연합뉴스]
태안화력발전소 내부 석탄 운송 설비 전경. [사진=연합뉴스]

◇다가오는 탈석탄 시대···단점 보완하고 일자리 지켜야

이 때문에 석탄발전소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한전 전력연구원이 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 등 발전공기업과 함께 무탄소 발전 기술 개발의 일환으로 ‘500㎿급 접선 연소 발전소 암모니아 혼소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암모니아 혼소기술은 석탄 가루를 연소하는 기존 석탄발전소 보일러에 탄소가 없는 암모니아를 섞어서 연소하는 방식으로 석탄발전소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을 비약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이다. 

문태영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는 “석탄 사용량을 줄이고 감소한 입열량만큼 암모니아를 주입해 발전효율을 맞출 수 있다”며 “현재 혼소율 10% 이상은 달성했고 15% 이상에서 발생하는 슬립암모니아·CO·N₂O 증가의 문제점을 해결을 위한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석탄 발전 축소에 따른 일자리 문제, 지역 경제 위축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충청남도의 경우 현재 가동 중인 국내 석탄 화력발전소 59기 중 29기가 밀집해 약 1만50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에 탈석탄으로 인한 지역 일자리 및 경제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한국동서발전과 한국기술교육대학교는 지난 3일 석탄화력발전소 협력사 근로자의 ‘업의 전환 지원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탄소 중립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등 에너지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향후 고용 위기가 예측되는 석탄 화력발전소 협력사 종사자들이 친환경 미래 일자리로 옮겨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취지로 체결됐다.

이에 관해 동서발전 관계자는 “에너지 정책에 따라 석탄화력이 폐지되면서 협력사 직원에게 중장기 발전소 운영 관련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며 “복합화력발전·신재생에너지 실무과정 등 단계별·수준별 교육으로 업의 전환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발전 공기업 모두 석탄발전소 근로자 재취업과 관련된 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다만 아직 임박한 일이 아니라서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을 뿐”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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