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공항에서 티웨이항공 관계자들이 항공화물을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구공항에서 티웨이항공 관계자들이 항공화물을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정희경 기자] 국내 항공사들이 일제히 2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화물 매출 감소가 발목을 잡았다.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여객 수요가 바닥을 치면서 화물 매출이 선방해줬다면, 올해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입장이 뒤바꼈다. 전 세계 여행길이 풀리면서 폭증한 여객 수요가 실적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한 반면, 화물 매출은 1년도 안 돼서 ‘불효자’로 전락했다.

이같은 상황은 전세계적인 추세다. 올 2분기 전 세계 항공화물 운임을 추적하는 발틱항공화물운임지수(BA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하락했다. 항공업계는 화물 운임 지수 및 매출액의 감소 원인을 코로나19의 사실상 종결로 인한 화물 수요 감소와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또 항만 운송 정상화에 따라 항공운송 비중이 줄어든 이유도 있다.

◇국내 화물 감소에 FSC 매출 ‘반토막’

화물 매출 감소의 최대 피해자는 국내 대표 대형항공사(FSC; Full Service Carrier)인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이 지난 2일 발표한 2분기 잠정 실적을 보면 매출은 3조5354억원, 영업이익은 468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6% 증가, 36% 감소했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바라본 매출 3조7000억원, 영업이익 4776억원 전망치보다도 낮다. 당기순이익도 3715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떨어졌다.

대한항공이 영업익에서 이처럼 뒷걸음질 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화물 수요의 감소라는 관측이다. 대한항공의 이번 2분기 화물 매출은 9638억원(56%↓)으로,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이 됐다. 국내와 국제 화물 수송량이 둘 다 줄어든 결과다. 여객 정상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여객기 하부 화물칸인 ‘벨리 카고(Belly Cargo)’ 공급이 증가했고, 항공화물 수요 감소로 인한 운임 하락도 영향을 줬다. 다만 여객 수요가 같은 기간 154% 증가한 2조2210억원을 기록하면서 다행히 실적 구멍을 메꿔줬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동기 대비 전체 화물 수송량의 변화는 크지 않지만, 지난해도 화물 부문 매출이 2조9891억원으로 전년인 2021년 3조1493억원 대비 감소했고 이번 국내 화물 수송량도 줄어 실적 감소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LCC, 국제 10배 증가로 ‘거뜬’

저비용항공사(LCC; Low Cost Carrier)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지난달 24일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빨리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티웨이항공은 매출액 2861억원, 영업이익 196억원으로 흑자를 달성했다. 통상 비수기로 분류되는 2분기에서 흑자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항공은 오는 8일 공시를 앞두고 있다. 대부분이 LCC는 여객 증가와 함께 대부분 무난히 흑자를 볼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LCC도 국내 항공화물 수요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4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 통계를 보면 LCC 대표 3사인 제주항공·티웨이항공·진에어의 지난해 2분기 국내 화물 수송량은 각각 6829톤, 7497톤, 5823톤이었지만 올해 같은 기간 세 항공사 모두 5000톤대로 다같이 떨어졌다. 에어서울은 1217톤에서 861톤으로 30% 가까이 감소했다.

그럼에도 실적에 큰 영향이 없는 건 국제 화물 및 여객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린 덕이다. 에어프레미아와 플라이강원을 제외한 LCC 8곳의 국제 화물 수송량은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티웨이항공의 경우 지난해 2분기 전체 화물 매출액은 15억원이었지만, 올해는 50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당시 워낙 적었던 국제 화물 수요가 급격히 증가해 가능한 수치다.

지난해에도 LCC들의 화물 매출은 1485억원으로 709억원이었던 2021년보다 109.4%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올해는 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LCC 대표 3사의 화물 실적을 포함한 올해 연간 매출액을 각각 1조6648억, 1조2765억, 1조1293억으로 추정하며 ‘LCC 1조 시대’를 열 것이라고도 보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제선 릴레이 증편으로 LCC의 여객이나 화물 실적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고 평했다.

◇3분기 화물 실적 두고 ‘엇갈린 전망’

오는 3분기 화물 실적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국내 화물 매출이 반등하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이 끝났으니 화물 수요가 확 늘지 않는다면 항공화물 단가는 결국 그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국내 화물 수요 감소가 문제인데, 교통망이 발달돼 있는 상황에서 굳이 항공운송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화물 수요를 되돌리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하반기 반도체 시장 경기 회복에 따라 반등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도 있다.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나 전기자동차 등 리튬 배터리의 활용 분야가 성장하면 항공화물의 수요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대한항공이 수송하고 있는 항공화물에서도 리튬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율이 10% 이상이다. 일본 정부의 전기차 배터리 지원 정책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런 관측 속에서 항공업계에서는 화물 실적을 올리기 위한 노력으로 분주하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은 지난 5월 ‘세계 최초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리튬 배터리 항공운송 품질인증’을 취득했다. 또 지난달에는 글로벌 화물 운송 및 물류 기업 페덱스(FedEx)와도 항공화물 사업에 관한 협력의 시간을 가졌다. 당시 이학재 공사 사장은 “앞으로도 페덱스와 같은 국제적인 물류업체와 지속적으로 협업함으로써 인프라 확충 등을 통해 동북아 물류 허브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화물 매출 감소로 이번 실적에 치명타를 당한 대한항공도 적극적인 신규 화물 수요를 개발하고 효율적 노선 운영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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