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 본사 전경. [사진=동원그룹]
동원그룹 본사 전경. [사진=동원그룹]

[이뉴스투데이 최은지 기자] 동원그룹이 올해 기업 인수합병(M&A) 후보군에 자주 이름을 올리면서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M&A 카드를 통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등 사업 확장을 꾀한다는 전략이지만, 현재까지 확정된 인수 소식은 없어 결정에는 다소 보수적이라는 평도 나온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동원그룹은 최근 HMM 매각주관사 삼성증권에서 투자설명서와 예비입찰안내서를 받아 인수 검토에 들어갔다. 

만약 동원그룹이 HMM 인수에 성공하면 기존 항만(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과 육상 물류 라인(동원로엑스) 사업 간 시너지는 물론 해상 운송까지 더해져 종합 물류기업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번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20.6%)과 한국해양진흥공사(19.9%)가 보유한 HMM 지분 40.6%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포함되면 예상 매각대금은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올해 1분기 말 기준 동원그룹의 지주사 동원산업이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약 5000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열위의 입장이다. 이에 일각에선 한국투자금융그룹과 협업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 동원그룹은 창업주인 김 명예회장의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이 맡고 있다. 장남 김남구 회장은 한국투자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다.

◇“과감한 투자 실행하겠다”

동원그룹은 지난해 11월 기업과 주주 가치를 제고하고 경영 효율화를 위한다는 목적으로 지배 개편을 단행했다. 모태 기업이자 중간 지배회사였던 동원산업이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하면서 동원그룹의 사업 지주회사 지위로 올라선 것이다. 

당시 동원그룹은 M&A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동원그룹은 “이번 합병을 통해 동원산업은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는 중심 회사로 거듭나게 됐다”라며 “앞으로 계열사별로 추진하는 신사업 연착륙을 위해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고 과감한 투자를 실행해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동원그룹은 올 초부터 한국맥도날드, 보령바이오파마의 인수 후보군으로 이름을 올려왔다. 

한국맥도날드의 경우 동원홈푸드가 유통하는 식자재와 소스 및 드레싱 등 조미사업, 축육사업과의 시너지가 기대됐다. 보령바이오파마는 동원그룹의 첫 바이오 계열사로서 신성장동력이 확보되고 건강기능식품 사업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엔 인수 중단…가격 측면에서의 이견

그러나 두 회사 모두 최종 인수로 이어지지 않았다. 동원산업은 지난 3월 보령바이오파마 인수와 관련해 실사 우선권을 양사 간 합의에 의해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인수를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후 4월에는 한국맥도날드 인수협상 중단 소식이 들려왔다. 한국맥도날드의 경우 예비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해 회계법인 및 자문사 관련 비용을 투입, 실사까지 진행됐지만 결국엔 인수를 하지 않은 것이다. 

두 건의 M&A 모두 가격 부분에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일례로 동원그룹은 한국맥도날드 인수 희망가로 2000억원을 전후하는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맥도날드가 희망하는 매각가는 5000억원 수준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동원그룹은 M&A 검토 시 사전에 결정해둔 조건에 큰 변동 없이 협상을 진행하는 편으로 알고 있다”라며 “특히 의사결정에서 우선으로 하는 것이 가격이다 보니, 무리하게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동원산업 CI. 사진=동원산업
동원산업 CI. 사진=동원산업

◇M&A, 신중하게 봐야 

사실 업계에선 외식과 바이오 회사 인수 시도가 그간 동원그룹의 M&A와 달라 의외라는 평도 있었다. 실제 동원그룹은 △스마트 연어 양식 △스마트 항만 사업 △2차전지 소재 사업(원통형 배터리 캔) 등에 과감한 투자를 예고해 왔다. 모두 동원산업뿐만 아니라 동원그룹 계열사와 연계된 사업이다. 

여기에 해당 인수 시도와 관련해 우려 섞인 시선도 있었다는 점도 주목할 사안이다. 먼저 한국맥도날드의 경우 빈약한 내실이 단점으로 꼽혀왔다. 한국 맥도날드는 지난해 1조 177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영업손실은 278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실패, 4년째 적자 기조를 이어갔다. 

수익성 악화 원인으로 꼽히는 로열티도 걸림돌이다. 신규 인수자는 맥도날드 독점 사업권을 확보하는 대신 '마스터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미국 맥도날드 본사에 순 매출액의 5%를 로열티로 지급해야 한다. 

보령바이오파마도 백신을 주력으로 하는 유통구조 특성상 공공물량 비중이 커 미래 성장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힘들다는 평가가 있다. 또 지난달 보령바이오파마는 백신 입찰 담합으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 받기도 했다. 

◇지금의 동원그룹, ‘M&A’가 만들었다. 

그렇다고 동원그룹의 M&A가 항상 ‘시도’에 머물렀던 것은 아니다. 동원그룹의 대표적인 M&A 사례로는 2008년 단행한 세계 최대 참치 브랜드 ‘스타키스트’ 인수가 있다. 

리먼브러더스발 금융위기 당시, 동원그룹은 세계 최대 참치 브랜드 스타키스트를 3억6300만 달러에 인수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스타키스트는 1960년대 초반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남태평양에서 조업한 참치를 납품했던 고객사이기도 하다.  

수산뿐만 아니라 축산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동원그룹은 동원홈푸드를 통해 2015년 국내 최대 축산 도매 온라인몰인 금천미트를 인수해 축육 사업의 몸집을 불렸다. 

이 외에도 2017년 항만 물류와 창고 사업, 여객 운송, 렌터카, 국제 물류 등 사업을 하는 국내 대표 종합 물류기업 동부익스프레스(현 동원로엑스)를 인수, 물류 측면의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서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동원그룹이 검토에 나섰던 M&A가 모두 불발로 끝났을 뿐, 사실 동원그룹은 M&A로 꾸준히 몸집을 키워온 그룹”이라며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인수 경험이 많아, 사업 확대 의지와 가격, 시너지 등에서 충분히 긍정적인 검토가 이뤄진다면 인수 완주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키워드
#동원그룹 #M&A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