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올리브영 배송 서비스 배너. [사진=쿠팡] 
CJ올리브영 배송 서비스 배너. [사진=쿠팡] 

[이뉴스투데이 최은지 기자] 쿠팡과 CJ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말부터 햇반 납품을 두고 쿠팡과 CJ제일제당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최근 쿠팡이 CJ올리브영을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특히 양사가 식품, 뷰티에 이어 물류, OTT 등에서도 치열한 경쟁 구도를 이어가고 있어, 사실상 기업간의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CJ올리브영이 중소 납품업자를 대상으로 쿠팡과의 납품 거래를 막는 행위를 수년간 지속해왔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납품업체가 쿠팡에 납품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거나, 쿠팡에 납품할 경우 거래에서 불이익을 주는 등 납품업체에 배타적인 거래를 강요하거나 다른 사업자와의 거래를 방해했다는 게 쿠팡의 설명이다. 

쿠팡은 “이는 법 위반행위로, 쿠팡은 납품업체로부터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받는 데 방해받고 있고, 이에 따라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해 신고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CJ올리브영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쿠팡에 협력사 입점을 제한한 사실이 없다. 신고 내용이 확인되는 대로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CJ올리브영은 이번 쿠팡의 신고와 별개로 랄라블라, 롭스 등 헬스앤뷰티(H&B) 경쟁업체에 대한 납품을 방해한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다. 이에 쿠팡의 주장이 비슷한 맥락을 갖고 있는 만큼, 공정위의 결론에 다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영향에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또 다른 납품 방해 의혹이 재차 제기되면서 CJ올리브영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한편, 기존 사건에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공정위는 판결에 앞서 CJ올리브영의 시장 지배력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데, H&B 시장을 기준으로 하면 CJ올리브영이 독과점 사업자로 평가되지만 쿠팡을 포함한 온·오프라인 화장품 유통 시장 전체로 하면 CJ올리브영의 영향력이 낮아진다.

◇쿠팡-CJ제일제당, ‘햇반 전쟁’은 진행 중

쿠팡은 CJ제일제당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CJ제일제당과 햇반 등 간편식 제품의 납품단가를 두고 신경전을 이어온 것이다. 이에 CJ제일제당 제품은 현재 쿠팡 오픈마켓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첨예하게 대립된다. 쿠팡은 햇반을 생산하는 CJ제일제당이 비싼 납품가를 요구하면서도, 성실히 제품을 납품하지 않아 손해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CJ제일제당은 쿠팡이 요구하는 마진율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연을 완전히 끊은 것은 아니다. 쿠팡과 CJ제일제당은 납품과 관련해 여전히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언제 화해할지는 모르지만, 화해 가능성을 담겨둔 셈이다.

다만 대외적으로는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 CJ제일제당은 신세계그룹, 네이버, 11번가, 컬리 등과 함께 업무협약(MOU)를 체결하며 일명 ‘반 쿠팡 동맹’을 구축했다.

쿠팡은 지난달 올해 1분기 식품 판매량이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CJ제일제당의 납품 중단 이후 오히려 중소기업 제품 판매량이 급증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쿠팡은 이를 ‘독과점 식품기업 제품이 사라진 효과’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쿠팡 로켓배송 이미지. [사진=쿠팡] 
쿠팡 로켓배송 이미지. [사진=쿠팡] 

◇식품, 뷰티, 물류, OTT까지···“겹치는 사업 영역”

이렇듯 양 사간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 보니, 일각에선 기업 간의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식품, 뷰티에 이어 물류와 OTT 영역에서도 양 사간 경쟁 구도가 치열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물류 분야에서는 CJ대한통운이 오랜 기간 업계 1위를 지켜왔지만, 쿠팡의 공세가 예사롭지 않다. 쿠팡은 지난 2018년 5월 배송 전문 자회사 CLS를 설립한 이 타사에 위탁했던 물량을 직접 배송하면서 2위 택배사업자로 등극했다. 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 배송 물량은 13억건 정도로, 이는 CJ대한통운에 이어 2위다.

OTT부문 역시 1위 다툼이 치열하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5월 기준 티빙과 쿠팡플레이의 월간 활성 사용자수(MAU)는 각각 514만명, 431만명이다. 단 추이로 살펴보면 티빙은 하락세를, 쿠팡플레이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업계에선 특정기업간의 갈등 구조 형성보다는 각각 사업영역에서의 경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쿠팡과 CJ가 펼치는 사업구조가 ‘너무 겹쳐서’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CJ는 식품, 뷰티, 물류 등 생활에 밀접한 업종이 사업의 주축이다“며 “이렇다 보니 비슷한 사업을 전개하는 쿠팡과 부딪칠 수밖에 없는 여건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갈등 양상이 다르다는 점도 주목할 사안이다. 공교롭게도 갈등의 주축이 쿠팡과 CJ그룹 계열사지만 살펴보면 햇반 전쟁은 유통사와 제조사 간의 협상 과정이고, 뷰티의 경우 온·오프라인 유통사 간의 신경전이다. 즉, 각자의 영역에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한 각축전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는 분석이다. 

단 갈등이 해결될 때까지의 시간은 꽤 걸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통 공룡 간의 자존심 싸움이라는 점에서 어느 쪽도 쉽게 물러설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과 CJ제일제당이 햇반 납품과 관련해 반년간 협의를 이어가며 기싸움을 하는 듯한 모습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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