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HMM]
[사진=HMM]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공식 매각 절차에 돌입한 HMM을 두고 누가 인수 후보군에 이름을 올릴 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간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해 포스코그룹, CJ그룹, LX그룹 등이 거론은 돼 왔지만 이렇다할 관심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반면 SM그룹과 팬오션을 보유한 하림그룹이 인수 의사를 드러내 이들에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하림과 JKL파트너스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최근 삼성증권을 통해 HMM 투자설명서를 수령했다.

증권가에서는 하림이 주요 지분을 사들이고 JKL파트너스가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소수 지분을 사들일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앞서 이들 컨소시엄은 2015년 벌크선사 팬오션을 공동 인수한 바 있다. 팬오션은 연간 매출이 2015년 1조8000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6조4200억원을 기록하며 급증했다. 영업이익 역시 2000억원대에서 8000억원대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하림그룹이 HMM 인수를 통해 팬오션과 시너지를 노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컨테이너선사인 HMM을 인수할 경우 포트폴리오 다각화 뿐만 아니라 해운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는 데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하림그룹과 JKL파트너스는 KDB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10월까지 주식 전환을 예고한 1조원 규모의 영구채와 잔여 영구채(1조6800억원) 일부까지 인수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하림 측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림 관계자는 인수전 참여를 묻는 질문에 “확인이 어렵다”면서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하림그룹이 인수전에 참전할 경우 김홍국 회장은 과거 동업자였던 우오현 SM그룹 회장과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우 회장은 1970년대 김 회장과 함께 양계 사업을 했지만 1978년 사업을 정리하고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이에 앞서 SM그룹의 우 회장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류를 통해 HMM 인수 의사를 공식화 했다.

그는 HMM 인수에 성공할 시 SM상선을 HMM과 합병시키고 실패한다면 그룹 해운 계열사를 매각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강한 인수 의지를 드러냈다.

SM그룹이 보유한 SM상선은 2017년 파산한 한진해운의 미주노선 사업부를 인수해 설립됐다. 이와 함께 SM그룹은 대한상선, 창명해운, 대한해운LNG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이에 대해 SM그룹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도 “HMM 몸값 때문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우 회장은 HMM 인수 가격에 대해 4조5000억원(영구채 미전환 전제)이 정당한 가격이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더욱이 그는 영수채 주식전환이 이뤄질 경우 인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힌 바 있어 최종 참여 여부는 유동적이다.

하지만 업계 등에서는 SM그룹이 이미 HMM 지분 6.56%를 확보한 만큼 영구채가 전환돼 발행주식 수가 많아지면 주가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배수의 진을 쳤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실제 우 회장이 해운사업을 정리하려는 포석을 뒀다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

◇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격'···내부반발도 확산

다만 SM그룹을 비롯해 하림까지 거론되면서 HMM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23일 HMM 매각 공고가 나오자마자 SM그룹이 등장하면서 HMM 안팎으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HMM의 한 부서장은 직원들에게 사내 메일로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직설적인 인수 의사 표현으로 직원들의 동요가 예상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 회사가 SM에 인수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동요하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그는 “회사가 보유한 막대한 자금은 향후 회사 생존을 위한 투자 자금이지 잉여 자금이 아니다”라며 “회사 보유 자금이 SM의 인수 자금으로 대량으로 빠져 나간다면 투자 여력은 현격히 떨어지고 회사 경쟁력은 급속도로 하락할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우 회장이 4조5000억원을 언급했지만 HMM의 지난 1분기 기준 재무제표를 보면 현금성 자산은 12조원으로 확인된다. 차입금 계정으로 잡힌 장단기 차입금과 사채, 할부로 산 배에 대한 비용인 리스부채 등은 3조8693억원이며 이를 제외한 순현금은 8조6824억원에 달한다.

결국 SM그룹이 4조5000억원을 들여 인수한다는 건 사실상 ‘공짜로 산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여러 우려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업계는 KDB산업은행의 매각 의지가 가장 큰 변수라고 꼽고 있다.

산은은 최근 들어 매물을 잇달아 내놓으며 보유한 매물 정리를 시도 중이다.

HMM에 대해서도 산은은 연말까지 매각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업계 등에서는 산은이 조급한 마음에 서둘러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제기된다. 실제 산은은 2021년 대우건설 매각 당시에도 노조 반발 등에도 불구하고 매각을 마무리 지었다.

당시 대우건설은 매각 당사자가 아닌 만큼 관여할 수 없었지만 대기업인 대우건설이 중견건설사로의 매각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당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 입장에서 자신들보다 작은 업체에 인수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기본적으로 있다. 그동안 해오던 해외사업 등에 경험이 없는 중흥이 관여하기도 어렵고 주택에서도 ‘푸르지오’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가진 대우가 ‘S-클래스’로 알려진 중흥보다 우월하다고 느낌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산은으로서는 HMM의 실적이 곤두박질침에 따라 주가 역시 빠지고 있는데 1000원씩 떨어질 때마다 국제결제은행이 정한 자기 자본 비율(BIS)이 0.07%씩 하락하는 상황에서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도 “하지만 국적 해운사로서의 위상과 안보 문제 등을 감안했을 때 급변하는 해운 산업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대기업이 인수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고민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