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를 사용해 파리~인천 노선에 투입됐던 대한항공 보잉 777-300ER 항공기. [사진=대한항공]
SAF를 사용해 파리~인천 노선에 투입됐던 대한항공 보잉 777-300ER 항공기. [사진=대한항공]

[이뉴스투데이 정희경 기자] 최근 항공사들이 앞다퉈 친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다. 유럽환경청(EAA)에 따르면 승객 한 명이 항공기를 타고 1㎞를 이동할 때 발생하는 탄소량은 285g이다. 이는 기차(14g)의 20배 이상, 버스(68g)의 4배 이상의 수치다.

이러한 사실에 근거해 항공사들은 친환경 책임 경영에 돌입했다. 지난달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의 주요 이슈가 ‘지속가능성’이었던 만큼 항공업계에서 탄소 감축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국내에서는 최근 에어부산이 본격적으로 탄소 절감 친환경 정책의 신호탄을 날렸다. 에어부산은 지난 20일 본사 사옥 대강당에서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개선) 경영을 정식 선포했다. 공식 슬로건 ‘플라이 투 제로(FLY TO ZERO)’ 아래, 지역 거점 항공사로서의 비상을 의미하는 ‘FLY’와 △탄소 배출 △산업 재해 △보안 사고 △이해관계자와의 장애물에 있어서 ‘제로(ZERO)’ 달성을 위한 전 임직원의 동참 의지를 대대적으로 밝혔다.

진에어도 서스틴베스트의 2023년 상반기 ESG 평가에서 A등급을 획득하고, 기존 거버넌스위원회를 ‘ESG 위원회’로 확대 개편, ‘ESG 사무국’ 신설 통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ESG 경영 활동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친환경 기재 도입···오래된 항공 자원 업사이클링까지

국내 항공사들은 탄소 배출 계획 중 하나로서 친환경 기재 도입 및 비중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 항공기란 곧 ‘고효율’ 항공기다. 대표적으로 에어버스사의 고효율 신형 엔진이 장착된 ‘A321-NEO’ 항공기가 있다. 지난 2019년 아시아나항공을 시작으로 대한항공, 에어부산 등이 해당 기종을 투입해왔다. A321-NEO 항공기는 기존 1세대 A321 항공기보다 연료 효율이 약 15% 높아 동남아 비행 기준 연간 10억원의 유류비가 절감되고, 5000톤의 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있다. 좌석당 탄소 배출량으로 치면 20% 정도 낮출 수 있다.

에어부산은 2020년부터 매년 해당 기종을 투입하고 있으며, 대한항공은 오는 2027년까지 총 30대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외 대한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A220-300, B787-9, B737-8기종도 좌석당 탄소 배출량이 동급 기종 대비 15~25% 적다.

티웨이항공도 올해 초 B737-8을 도입하고 향후 반납하는 B737-800기종도 순차적으로 해당 기종으로 대체할 방침이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2023년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원년으로 삼고 탄소 배출 저감과 이해관계자 상생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며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까지 보유 기종별 특성에 맞는 노선망을 탄탄히 구축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전했다.

항공 자원을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 활동도 한 방법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1년 초 퇴역 항공기를 분해해 만든 첫 업사이클링 굿즈를 출시해 하루 만에 완판시켜 화제가 됐다. 23년 동안 총 10만682시간을 비행한 보잉 777 동체를 분해해서 만들었다는 타이틀 덕에 해당 굿즈 ‘네임택(Name Tag)’는 단번에 4000개가 팔린 것이다. 올해 5월에도 보잉 777-200ER 항공기 자재를 활용한 네임택과 골프 볼마커를 선보여 모두 매진시켰다.

항공체가 아닌 유니폼, 구명조끼 등 다양한 기내 자원들도 업사이클링 대상으로 활용된다. 폐유니폼을 활용한 최초 사례로는 아시아나항공이 친환경 패션 브랜드와 협업해 업사이클링 태블릿파우치를 탄생시켰고, 제주항공 ‘리프레시 백’ 시리즈를 제작해 판매했다. 에어부산도 업사이클링 전문 브랜드와 협업해 폐기 예정인 항공기 좌석 커버를 슬리퍼로 제작했다. 협업 업체인 오버랩에서 수거한 패러글라이더로 파우치를 만들기도 했다. 진에어는 유니폼 청바지로 필통을 제작한 바 있다.

◇“승객도 동참”···친환경 항공유 사용·탄소는 크레딧으로 결제

대한항공은 지난 2017년 국내 항공업계 최초로 ‘지속가능 항공유(SAF)’를 도입해 미국 시카고~인천 구간 운항에 성공한 후, 지난해부터 프랑스 파리~인천 정기편 노선에도 사용하고 있다. SAF는 석유나 석탄 등 기존 화석 연료가 아닌 동식물성 기름, 해조류, 도시 폐기물 가스 등 친환경 원료로 만든 항공유로, 기존 항공유보다 2~5배 비싸지만 탄소 배출량은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과 2026년부터 5년간 아시아·태평양 및 중동 지역 공항에서 SAF를 우선 공급받는 협약도 체결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1월 쉘과 SAF 사용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2일 국내 최초로 ‘자발적 탄소 상쇄 프로그램’ 도입을 위해 기후변화센터와 업무협약(MOU)도 맺었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항공기를 이용하는 고객이나 기업은 항공기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영향을 줄이는 데 직접 기여하게 된다.

올해 말부터 아시아나항공 공식 홈페이지 내 ESG 경영 페이지 및 이벤트 배너에 자발적 탄소시장 플랫폼 ‘아오라(AORA)’ 홈페이지가 연결된다. 승객은 탑승한 항공편 출·도착 공항을 입력하면 계산되는 탄소 배출량을 탄소크레딧으로 직접 결제 가능하다. 결제 후에는 구체적인 탄소 상쇄 프로젝트명과 탄소 감축량이 기재된 탄소 상쇄 인증서도 발급받을 수 있다. 구매한 탄소크레딧은 △바이오 스토브 보급 △재생 에너지 생산 △열대림 보존사업 등의 개발도상국 기후대응·탄소 감축 사업에 사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사의 탄소중립·절감 노력은 이제 ‘추세’가 아닌 ‘숙제’”라며 “이처럼 항공기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노력도 동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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