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옥포조선소.[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 옥포조선소.[사진=한화오션]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제2의 호황기를 맞고 있는 조선업계가 고부가가치 선종을 중심으로 일감이 몰려들고 있는 상황에서 인력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최근 직접 해외에서 근로자를 공급받는 카드까지 등장했지만 인력난 불안감으로 해외 선사들의 발길이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4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 등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76만CGT(포준선 환산톤수·95척)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했다.

한국은 이중 38만CGT(14%)를 수주해 2위를 차지한 반면 중국은 220CGT(80%)를 수주하며 큰 격차로 벌어졌다. 척수로는 한국과 중국이 각각 10척, 71척을 수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선박 발주량 점유율은 한국 29%(516만CGT·114척), 중국 59%(1043만CGT·428척)를 기록했다. 양국의 수주 격차는 2020년 상반기 한국 14%, 중국 58%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이에 대해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소들이 향후 3년 치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독(Dock·건조공간)이 꽉 차 중국업체들에 대한 발주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 조선업계가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어 납품 지연 우려가 발생하고 있는 등 선주들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조선·해양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조선해양 산업 인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산업 생산직 필요인력은 2022년 3분기 ‘8239명 부족’에서 2023년 3분기 ‘1만2873명 부족’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업계에서는 인력수급이 지연될 경우 선박 건조 및 납품 일정 역시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에 중국 조선업체의 추격도 거세질 것이라는 데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한국의 주력 선종인 LNG선의 발주 비중이 벌크선(중국 주력 선종)에 비해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 31.7%에서 올 상반기 14.7%로 감소했다. 반면 벌크선 발주량은 같은 기간 17.2%에서 20.7%로 확대됐다.

여기에 그간 한국이 주도했던 대형 컨테이선 시장에서도 중국 수주가 늘었다. 지난 4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중국 방문 이후 세계 3대 해운업체인 프랑스 CMA CGM이 메탄올 및 LNG연료 추진 대형선을 대거 중국에 발주하는 등 2분기 들어 대형선 발주가 중국에 쏠리는 결과가 발생했다.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인력난으로 인한 인도 지연으로 중국을 찾아가는 선주들이 늘고 있다”면서 “점유율 축소를 위해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압도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선행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 한화오션, 경쟁사 수준 상향···인력확보 ‘불씨’

조선 빅3를 중심으로 인력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모양새다.

우선 한화그룹으로 새롭게 시작한 한화오션은 과거 조선 명가를 재건하겠다며 인력 확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은 지난 18일 선임급 이상 사무직군 연봉을 종전 대비 최대 1000만원 가량 인상하는 방향으로 개편된 급여 기준을 개별 통보했다.

한화오션의 이 같은 조치는 임금을 경쟁사 수준으로 끌어올려 인력 이탈을 막고 과거 대우조선해양 시절 회사를 떠난 이들을 복귀시키겠다는 취지다. 또 우수 인재를 확보하겠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각사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화오션 직원 1인 평균 연봉은 7300만원으로 HD현대중공업(8472만원), 삼성중공업(8400만원)보다 약 1000만원 낮은 수준이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이번 인사제도 개편으로 평균 1000만원 정도의 연봉이 인상된 것은 맞다”면서 “조선업계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임금을 올린다는 회사 측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한화오션은 3년차 이하 사무직 사업들은 노사 임단협에 따라 인상 수준을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생산직 노조는 임금 인상을 위해 회사 측과 임단협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한화오션은 생산직 확충을 위해 베트남 정부와 인력 양성 및 채용을 위한 포괄적 사업 협력을 맺었다.

한화오션은 지난 22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베트남 산업무역부와 ‘베트남 인력 양성과 채용 등을 위한 포괄적 협력사업’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한화오션은 베트남 산업무역부 산하 직업훈련 기관들에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향후 숙련된 기술 인력을 채용하는 방향으로 인력 수급의 안정성을 꾀할 방침이다.

HD현대그룹도 상반기에 이어 24일까지 하반기 경력사원 모집을 진행하는 등 인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HD현대그룹은 HD현대,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HD현대글로벌서비스, HD현대사이트솔루션,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인프라코어,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로보틱스 등 11곳의 계열사가 참여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지난해 200여명에 이어 올해도 현재까지 170여명을 채용한 바 있다.

이처럼 조선 빅3를 중심으로 인력 채용이 적극 나서고 있지만 만성적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 단기 외국인 근로자 땜빵 해법···부작용도 급증

업계는 당장 생산직 확충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는 업계 요청에 맞춰 외국인 용접공의 2년 경력 조건을 삭제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내놨고 외국인 근로자 입국 절차를 단축 및 기업별 외국인별 도입 허용 비율도 확대하기로 했지만 역량을 갖춘 외국인 근로자를 구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일각에서는 단기 외국인 근로자들로 높은 품질의 선박을 생산해 낼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조선사 노조관계자는 “인건비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이주노동자를 해외에서 충원하는 것은 기술 축적을 통한 조선 산업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비자 제도개선을 통한 단기 이주노동자 채용은 국내 숙련기술자 단절 현상을 발생시킨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차세대 선박기술 개발에 힘써야할 인력들도 조선사 입사를 기피하는 추세다. 조선 호황기 당시 3만명에 육박했던 조선·해양 전공자들은 감소세로 돌아서면 2017년 처음으로 2만명 선이 무너졌고 현재 1만5000명(교육부 통계서비스 기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이 기간산업인 만큼 정부가 경각심을 가지고 인력양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면서 “빅3 업체뿐만 아니라 중소조선사의 경쟁력 제고 방안을 마련해 일자리 창출 및 우수 인재 육성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형 조선사들이 거점 조선소가 아닌 수도권에 연구 개발 기능을 집중시키려는 이유 역시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것”이라며 “업계가 얼마 전까지 극심한 침체기로 부침을 겪었지만 이제는 슈퍼사이클을 대비하고 그 이후 침체기를 대비하는 기틀을 마련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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