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설치업체에서 국내 대표 렌털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부터 계절 가전의 대명사로 우뚝 선 굴지의 중견기업까지 우리나라 리빙 업계를 선도해나가고 있는 다양한 기업들의 눈부신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이름은 친숙하지만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은 그들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앞날을 조망해보는 자리를 마련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가상으로 구현한 1980년대 가정집 풍경. [사진=유튜브 얀콜3D]
가상으로 구현한 1980년대 가정집 풍경. [사진=유튜브 얀콜3D]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신일 선풍기 모르세요?”

각 계절을 대표하는 가전은 종류도, 브랜드도 각양각색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선풍기 하나만큼은 이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딱 하나 있다.

80~90년대 우리 집, 이웃집, 할아버지 댁 할 것 없이 대부분 가정에 선풍기에는 ‘SHINIL(신일)’이라는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투박한 사각형의 버튼과 세월의 풍취가 스며든 것만 같은 색이 바랜 노란색 몸체. 그리고 손때 가득한 앞뒤 쇠로 만들어진 덮개까지, 그 시절 물병의 대명사 ‘델몬트’ 유리병과 함께 우리의 추억으로 새겨진 신일전자의 대표 선풍기의 모습이다.

 

신일전자

[사진=신일전자, 그래픽=고선호 기자]
[사진=신일전자, 그래픽=고선호 기자]

올해로 64살이 된 신일전자는 지난 1959년 7월 14일 모터 제조사 ‘신일산업(주)’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우리나라 대표 생활가전기업이다.

1967년 선풍기·환풍기 생산을 시작했으며, 1975년 9월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했다. 이후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로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당시 마크인 ‘SI’, ‘SHINIL’은 여름 계절 가전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선풍기 회사’라는 고착된 이미지는 신일전자의 새로운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에어컨이라는 막강한 대체재의 보급으로 계절 가전 시장에도 큰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물론 에어컨의 보급률이 올라갔다 하더라도 선풍기의 판매량 역시 계속해서 상승곡선을 이어갔지만, 과거 선풍기만이 시장을 독점하던 시대가 아닌 ‘에어컨이 먼저, 그리고 선풍기’라는 시장공식이 자리 잡으면서 혁신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신일전자는 2019년 오래된 기업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새로운 시대로 도약하기 위한 첫 행보로 기업의 사명과 CI 교체를 단행했다.

과거 신일산업이라는 오래된 이름과 낡은 선풍기에 새겨진 CI는 신일전자라는 이름과 새로운 브랜드 로고로 다시 태어났다.

신일전자라는 사명에는 ‘종합생활가전기업’을 지향하는 신일의 의지와 다짐, 그리고 신념이 담겨있다.

현재 신일전자는 계절가전 명가답게 여름가전(선풍기, 에어 서큘레이터, 이동식 에어컨 등)과 겨울가전(팬히터, 초절전 히터, 손세척 가습기 등) 등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달라진 점은 계절가전 외에도 생활가전, 주방가전, 환경가전은 물론, 반려동물 시장 성장을 고려한 펫 가전까지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종합가전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제품 연구 개발 투자 확대는 물론, 엄격한 품질관리(QC)를 통한 제품 관리, 다양한 카테고리의 신제품 출시 등 새로운 신일로의 성장을 위한 노력을 착실히 쌓아가고 있다.

 

계절가전, 그리고 신일 선풍기

신일전자의 선풍기는 신일의 역사이자 현재이고 미래 그 자체인 말 그대로 ‘상징’이나 다름없다.

실제 신일전자는 전체 매출 가운데 선풍기 판매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전통적인 ‘여름 강자’다.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선풍기 판매 비율은 51.2%로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이어 △동절기가전(28.7%) △일반가전(13.5%) △하절기가전(6.6%) 등의 순으로 매출을 올렸지만, 아직까진 여름 가전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엔 한계가 있다.

신일의 선풍기는 세월에 따라 점차 진화하며 이젠 과거 선풍기라는 이름보다는 ‘에어 서큘레이터’라는 신식의 이름을 갖게 됐다.

물론 여전히 신일전자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선풍기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소개하고 있지만, 신일의 다양한 시도와 새로운 도전으로 기존의 시끄럽고 투박하고, 위험하면서도 엄청나게 시원하지는 않은 선풍기에서 이 모든 단점을 보완한 에어 서큘레이터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아직까지 신일 선풍기의 푸른 빛의 날이 있는 과거 ‘레트로’ 방식의 선풍기를 찾는 사람들도 많다.

파란색, 초록색 팬과 세월의 흔적으로 까맣게 변색이 된 덮개, 네모나고 각진 버튼과 그 옆에 자리 잡은 딸깍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회전식 래버 등 신일전자의 선풍기는 옛날 감성을 듬뿍 담고 있다.

최근 80~90년대 만들어진 신일 선풍기의 몸값은 수십,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상태가 좋기는 커녕 때가 검게 묻었으면 더 값어치가 올라간다. 그만큼 신일 선풍기의 대표성이 높다는 방증이다.

 

’종합생활가전기업’으로

올해 64번째 생일을 맞은 신일전자는 지난 14일 서울 선유도 사무소 개최된 창립 기념식을 통해 ‘생동(生動)하는 신일’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새로운 막을 열었다.

이를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반가전 판매량 확대는 빠르진 않지만 착실하게 이뤄내고 있다.

올해 선풍기 판매 비중이 60.1%에 달하는 상황이지만, 일반가전의 판매 비중 역시 10%대에서 24.5%까지 증가하는 등 뚜렷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신일전자는 프리미엄 제품군을 확대해 매출 구조 다변화와 수익성 개선을 꾀하겠단 목표다. 이를 위해 에어 서큘레이터와 프리미엄 팬(Fan), 히터, 카본 카페트 매트, 스탠딩 드라이어, 에코 음식물처리기 등을 출시하면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신일전자는 글로벌 계절가전 시장 개척을 위해 현지에 최적화된 제품 위주로 수출을 늘려 가겠단 목표다.

신일전자는 현재 부탄과 일본에 각각 원통형 카본히터, 가습기를 주력 상품으로 수출하고 있다.

정윤석 신일전자 대표이사는 “외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기업 문화는 기업과 임직원들의 성장에 있어 중요한 핵심”이라며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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