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나노 테크데이 행사 현장에서 현대차·기아 선행기술원장 이종수 부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2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나노 테크데이 행사 현장에서 현대차·기아 선행기술원장 이종수 부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약간의 범퍼 긁힘은 알아서 복원되고, 비 오는 날 일부러 닦지 않아도 센서표면이 깨끗하게 닦이는 시대, 전기 충전을 하지 않아도 태양열로 주행이 가능하고, 한여름에도 창문에 붙인 특수 필름으로 단열이 가능한 자동차가 나온다.

이 같은 꿈같은 기술은 모두 나노(Nano) 소재를 기반으로 한다. 1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미터로, 머리카락 굵기의 10만 분의 1에 해당된다. 이렇게 작은 크기 단위에서 물질을 합성하고 배열을 제어해 새로운 특성을 가진 소재를 만드는 것을 나노 기술이라 부른다.

현대차·기아는 2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나노 테크데이 2023’을 열고 자사가 개발 중인 나노 신기술을 대거 공개했다.

이날 공개한 기술은 △손상 부위를 스스로, 반영구적으로 치유하는 ‘셀프 힐링(Self-Healing, 자가치유) 고분자 코팅’ △나노 캡슐로 부품 마모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 △자동차와 건물 등 투명 성능 요구되는 모든 창에 적용 가능한 ‘투명 태양전지’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을 자랑하는 모빌리티 일체형 ‘탠덤(Tandem) 태양전지’ △센서 없이 압력만으로 사용자의 생체신호를 파악하는 ‘압력 감응형 소재’ △차량 내부의 온도 상승을 획기적으로 저감 하는 ‘투명 복사 냉각 필름’ 등이다. 기술 소개 외에도 별도의 전시 공간을 마련해 직접 체험하는 공간도 마련됐다.

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 기술로 접합된 소재를 당기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
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 기술로 접합된 소재를 당기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

◇언제나 처음처럼 스스로 깨끗하게‘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

카메라와 라이다에 난 조그만 상처는 외부환경에 대한 정확한 판단에 지장을 초래한다. 또 대용량 모터의 초고속 회전으로 움직이는 전기차는 동력 부품의 내마모성과 내구성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대차·기아가 나노 소재를 활용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두 가지 고분자 코팅 기술을 선보였다. ‘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과 이 기술에서 가능성을 확장해 내놓은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 기술이다.

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은 차량의 외관이나 부품에 손상이 났을 때 스스로 손상 부위를 치유하는 기술이다.

현대차·기아가 개발한 셀프 힐링 기술은 상온에서 별도의 열원이나 회복을 위한 촉진제 없이도 두 시간여 만에 회복이 가능하고 반영구적으로 치유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기술은 셀프 힐링 소재가 코팅된 부품에 상처가 나면 분열된 고분자가 화학적 반응에 의해 맞닿아 있던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활용한 것이다.

여인웅 현대차‧기아 책임연구원은 해당 기술을 소개하며 “현재 카메라 렌즈와 라이다 센서 표면 등에 적용을 검토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차량의 도장면이나 외장 그릴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페로브스카이트 투명 태양전지로 생성된 전기를 통해 선풍기를 작동시키는 모습. [사진=현대차·기아]
페로브스카이트 투명 태양전지로 생성된 전기를 통해 선풍기를 작동시키는 모습. [사진=현대차·기아]

◇태양전지로 차량 주행페로브스카이트 소재 주목

현대차·기아는 진정한 친환경 모빌리티 완성은 태양전지 기반의 고효율 에너지 생성 기술이라고 봤다. 이날 공개한 나노 소재 기반의 태양전지는 전동화 차량은 물론 건물 등에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어 미래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기술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모든 창에 적용 가능한 ‘투명 태양전지’ 기술은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소재를 이용한 태양전지 기술이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빛을 전기로 바꾸는 광전효율이 높아 태양전지로 제작했을 때 발전효율이 실리콘 태양전지 대비 30%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기아는 페로브스카이트의 또 다른 특징인 투과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그 결과 광흡수층 두께 조절을 통해 태양광 발전과 물리적인 투명 상태 구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투명 태양전지는 차량의 모든 글라스에 적용돼 더 많은 발전량으로 전기차 효율을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일부 차종 옵션으로 ‘솔라루프’로 상용화중이며, 관련 규제로 글라스는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권정 책임연구원은 “한국에선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고 있지만, 미국에서 처음으로 허가 받았으며, 법규‧안전성‧친환경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명 복사 냉각 필름이 적용된 모형과 일반 열차단 필름이 적용된 모형의 온도 비교. [사진=현대차]
투명 복사 냉각 필름이 적용된 모형과 일반 열차단 필름이 적용된 모형의 온도 비교. [사진=현대차]

◇무더위에도 시원한 내부···특수필름 부착해 실현

물체가 복사열을 흡수하는 양보다 방출하는 양이 많아 온도가 내려가는 현상을 복사냉각이라고 한다. 현대차‧기아가 개발한 ‘투명 복사 냉각 필름’은 차량의 유리에 부착돼 더운 날씨에도 별도의 에너지 소비 없이 차량 내부의 온도 상승을 낮추는 친환경 기술이다. 차량의 글라스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양산성을 고려해 대면적화까지 성공한 사례로는 세계 최초다.

다층 필름 구조로 이뤄진 이 소재는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자외선, 가시광선, 근적외선과 같은 열을 차단하고 효과적인 복사 냉각을 위해 원적외선대의 열을 방사한다.

기존 틴팅 필름이 외부의 열 차단만 가능한 반면, 투명 복사 냉각 필름은 열이 외부로 방출되도록 하는 기능이 추가됨으로써 차량 내부 환경을 쾌적하게 하는 동시에 탄소 저감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한편 이날 행사에 함께한 현대차·기아 선행기술원장 이종수 부사장은 “기술 혁신의 근간에는 기초이자 산업융합의 핵심 고리인 소재 혁신이 먼저 있었다”며 “앞으로도 산업 변화에 따른 우수한 첨단 소재 기술을 선행적으로 개발해 미래 모빌리티에 적극 적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나노기술 체험공간 모습. [사진=노해리 기자]
나노기술 체험공간 모습. [사진=노해리 기자]
나노 테크데이 행사의 Q&A 세션에서 발표자가 답변을 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기아]
나노 테크데이 행사의 Q&A 세션에서 발표자가 답변을 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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