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정희경 기자] 아시아나항공의 수난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엔데믹에 들어서면서 다른 항공사들은 활개를 치기 시작하는데 아시아나의 시계만 멈춘 상태다. 한때 같은 대형항공사(FSC)로 어깨를 나란히 했던 대한항공은 벌써 100명이 넘는 대규모 신규 채용을 진행했고, 저비용항공사(LCC)들도 국제노선 확대에 따라 신입을 뽑으면서 코로나19 이전으로 무서운 속도로 회복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만 3년 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성적은 처참하다. 부채비율은 2013.9%에 달했다. 1780.2%였던 지난해보다 더 악화된 상황이다. 총부채는 12조8146억원이다. 지난 2019년 9155명에 달했던 직원 수도 8248명으로 줄었다. 지난달 27일 항공업계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2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183.7% 인상, 티웨이항공도 193.6% 증가하는 등 LCC가 무서운 ‘몸집 불리기’ 속도전을 치르고 있는 동안, 아시아나항공은 매각 공고 이후 4년째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 비교했을 때 중·단거리 노선을 공략했던 FSC였다. 하지만 중국노선 정상화는 지체되고, 일본과 동남아 노선은 이제 LCC들이 땅따먹기에 들어가서 포화 상태”라며 “한 마디로 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 지지부진···‘자금 수혈 시급’

유일한 동아줄인 대한항공과의 합병도 3년째 지연되고 있다. 지난 2020년에도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인수가 무산된 이력이 있다. 양사의 기업결합이 성사되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에 제 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1조5000억원 정도의 자금을 수혈할 수 있다. 이중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7000억원은 이미 투입했고, 나머지 8000억원은 경쟁 당국에 의한 합병심사가 끝나야만 투입이 가능한데, 심사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 현재 일본, 미국, 유럽연합(EU)의 결정만이 남았다.

일각에서는 LCC의 선전이 아시아나항공에 악영향만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보기도 한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 경쟁 당국들이 양사 기업결합 심사 결정에 시간을 끄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한항공이 운수권과 슬롯 독과점하게 될까 봐 우려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LCC들이 국제노선을 확대하고 기재를 증편하는 현상은 오히려 그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과의 인수합병만을 기다리는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이런 현상이 호재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조종사 노조와의 싸움···합의점은 찾았지만 결론은 ‘아직’

아시아나항공은 조종사 노조와의 임금 교섭에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조종사 노조 측은 지난달 7일부터 임금인상을 주장하며 쟁의행위를 벌여왔다. 조종사 임금은 2018년에 전년 대비 3.3% 인상된 후 동결됐다. 이에 노조 측은 지난해 10월부터 4년 치에 대한 임금을 10% 인상하라고 요구하고, 사측은 2.5% 인상을 제안해서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노조 측은 합법적 방식의 준법투쟁이 진척이 없자 오는 24일 이후로는 파업도 강행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노조의 단체활동으로 인해 지난 16일까지 베트남 호치민행을 포함한 국제선 2편, 국내선 10편이 결항되고 합계 56편이 지연됐다.

다행히 18일 아시아나항공 사측과 노조는 밤샘 교섭 끝에 기본급과 비행 수당 2.5% 인상, 안전 장려금 50% 지급 및 복지 혜택 확대 등의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조가 파업까지 감행했다면 발생했을 국제선 공급 최대 20%, 국내선 공급 최대 50% 축소에 따른 피해는 일단 피할 수 있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앞으로 노조 집행부가 노조 구성원에게 합의안에 대해 설명하고, 노조 내 찬반 투표하는 시간이 필요해 최소 2주 정도는 소요된다. 노조 구성원이 반대한다면 합의 결과는 번복될 수도 있다.

◇모두가 입 모아 “이미지 타격·안전 문제 최소화해야”

하룻밤 사이에 난 합의안에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노조의 단체 행동으로 발생하는 항공기 지연이나 결항 문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가 노조에도 부담으로 다가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휘영 교수는 이어 “아시아나항공이 지금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항공기 이용 불편 문제와 안전 문제에 대한 불안까지 형성되면 소비자들은 더더욱 아시아나 이용을 기피할 것이다. 고객 수요가 줄어든다면 노조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 측 관계자도 “회사가 어려운 시기임을 알고 승객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에 우선 잠정 합의를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합의안에 따른 인상률만 봤을 때 2.5%라는 숫자는 사측이 양보한 지점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아시아나항공 측 관계자는 “임금에는 비행 수당 등 다양한 수당과 요소가 포함되기 때문에, 모두 합했을 때의 인상액도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항공업계에서 이번 노조의 파업 예고가 최대 성수기를 ‘볼모’로 삼은 행동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아시아나항공이 경영 정상화가 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노조가 주장하는 10% 수준의 임금인상은 쉽지 않다. 어느 정도의 타협점을 택하는 편이 오히려 이득인 형국”이라는 관계자도 있었다. 아시아나항공 측 관계자도 “실익을 떠나 한쪽이 파업하면 그만큼의 일은 다른 직원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특히 현장에 있는 직원들은 그 부담이 더 크게 돌아올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노조 측 파업이 ‘안전’ 문제로 번졌다면 어땠을까. 최근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 이물질로 승객의 치아가 다치거나 착륙 직전에 비상구가 개방되는 사건 등이 연달아 발생했다. 잇따른 안전 문제로 업계에서는 “채권단 관리 체제가 길어지다 보니 조직 문화가 느슨해지고 사내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주인은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주채권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휘영 교수도 이에 “얼른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이 성사돼서 아시아나항공이 주인을 찾는 편이 최선”이라며 “경영진이 확정돼서 책임경영 하에 조직관리가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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