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포트와인 원본 이미지, 드랩아트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드랩]
(왼쪽부터) 포트와인 원본 이미지, 드랩아트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드랩]

[이뉴스투데이 최은지 기자] 유통업계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특히 디자인 업무에서의 활용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이란, 이용자의 특정 요구에 따라 결과를 생성해 내는 인공지능을 의미한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쿠팡이츠는 스타트업 드랩의 인공지능(AI) 이미지 생성 서비스 ‘드랩아트’ 활용을 골자로 하는 공급 계약을 맺었다.

드랩은 자체 인공지능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모델 기반으로 이미지 생성 서비스 드랩아트를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서울대와 카이스트 출신 AI 전문가 3명이 삼성전자 퇴사 후 지난해 공동 창업했다. 

드랩아트는 사용자가 상품 사진의 원하는 콘셉트와 분위기를 입력하면 배경과 조명, 그림자 등을 새로 만들어 사진에 적용한다. 사실상 AI가 디자인 보정 업무를 맡는 셈이다. 사람의 경우에는 모델 얼굴까지 새롭게 생성한다. 

여기에 쿠팡이츠와의 계약에선, 드랩이 쿠팡이츠 서비스 특성에 맞게 음식 이미지 특화 커스텀을 추가해 서비스를 공급할 계획이다. 

미드저니가 그린 롯데온 기획전 이미지. [사진=롯데온] 
미드저니가 그린 롯데온 기획전 이미지. [사진=롯데온] 

보정의 영역을 넘어, 이미지를 그려주는 AI 활용 사례도 있다. 롯데온 디자인팀은 지난 5월부터 이미지 생성형 AI ‘미드저니’를 활용해 일부 기획전 이미지를 제작하고 있다. 

롯데온에 따르면 현재 디자인팀은 미드저니를 활용해 30분 정도면 작업을 마칠 수 있다. 활용하기 전 디자이너가 원하는 이미지를 찾고 조합해 재생산하는 등의 과정이 약 4시간 소요된 것과 비교하면 시간적 효율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세상에 없던 이미지를 실제처럼 그려낼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미드저니는 기존 이미지를 찾지 않아도 명령어를 입력하면 사진과 비슷한 품질의 이미지를 그려낸다. 일례로 롯데온은 골프 관련 콘텐츠에서 골프장에 있는 여성 골퍼의 뒷모습을 사용했는데, 해당 이미지는 AI가 명령어를 통해 그려낸 것이다.

11번가도 이달 여름 바캉스 프로모션 ‘지금, 바캉스를 준비할 때’에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인 미드저니를 활용한 이미지를 선보였다. 

프로모션 담당 디자이너가 입력한 명령어를 기반으로 미드저니가 이미지를 생성하면 디자이너가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때까지 반복해서 수정 명령어를 통해 조금씩 개선된 이미지를 받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여름 바캉스 프로모션에 어울리는 기본 이미지를 얻게 되면, 이를 바탕으로 디자이너의 후 작업 과정을 거쳐 프로모션의 대표 이미지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생성형 AI의 활용은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며, 업무 효율성을 높여 오히려 디자이너의 역량 발휘를 배가할 수 있는 기회”라며 “모든 디자인과 이미지들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로움을 보여주도록 적극적으로 AI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드저니가 그린 11번가 기획전 이미지. [사진=11번가] 
미드저니가 그린 11번가 기획전 이미지. [사진=11번가] 

◇ AI 디자인 직원의 한계, '보조'에 그쳤다.  

이처럼 유통업계가 디자인 업무에 AI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은 AI가 디자이너의 업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보조’의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AI 활용의 경우 시행착오가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가 입력한 명령어에 대해 AI의 결과물을 예측할 수 없어서다. 

예를 들어 사람은 머릿속에 그린 대략적인 모습을 바탕으로 기존 이미지들을 재가공할 수 있다. 반면에 AI는 이미지화 자체를 맡고 있어 어떤 명령어를 넣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문구 하나 차이로 전혀 다른 결과물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디자이너들은 여러 번 추가 명령어를 넣어가며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활용하기 좋지만, 단기적으로는 AI에 적응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셈이다.  

시행착오 끝에 AI로 창작물을 만들어내더라도, 한명의 디자이너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AI만으로는 여전히 부족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AI가 만든 작업물은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유통업계뿐만 아니라, 웹툰 등 산업 전반에서도 디자이너의 후보정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I를 포토샵 프로그램과 같은 하나의 ‘툴’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획전 이미지에 AI의 결과물을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고, 추가 편집을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창작자는 당연히 회사 디자이너다. AI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을 뿐, 이를 활용하고 만드는 건 디자이너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