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에서 한 주민이 연탄보일러로 추위를 녹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겨울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에서 한 주민이 연탄보일러로 추위를 녹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용 기자] 한때 서민 연료로 각광받았던 연탄 수요가 줄면서 국내 무연탄 산업이 소멸 위기에 처했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29년 발전용 무연탄이 퇴출되면 1903년 평양 사동탄광 개발로 시작된 국내 탄광 산업의 명맥이 끊길 것으로 보인다.

28일 무연탄 업계에 따르면 광주 유일의 연탄공장인 남선연탄이 다음 달 15일 영업을 중단하고 문을 닫을 예정이다. 남선연탄공장의 폐업으로 광주는 연탄공장이 단 하나도 없는 8번째 광역자치단체가 됐다.

한국광해광업공단 통계에 의하면 2022년 말 전국 연탄공장은 25개였으나 이번 남선연탄의 폐업으로 24개로 줄었다. 지난 2020년에는 서울 금천구 고명산업이 폐업하면서 서울 연탄공장도 1개소만 영업중이다.

잇따른 연탄공장 폐업의 원인으로는 연탄 소비 감소가 꼽힌다. 연탄을 포함한 무연탄 소비는 1986년 연간 2692만톤에 달했지만 이후 급격히 줄어 지난해에는 불과 82만톤이 소비됐다.

연탄용 무연탄 소비량은 산업통상자원부 광물생산보고서 기준으로 2022년 42만톤으로 2012년 대비 77% 줄었다.

이번에 폐업하기로 남선연탄의 한 관계자는 “옛날에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고 연탄공장만 있어서 괜찮았는데 지금은 도심지가 됐다”면서 “석탄 먼지로 인한 민원이 끊이지 않는 데다 수익성이 없어서 폐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연탄 판매량이 400만장이었는데 지금 생산시설은 1억6000만장 생산하던 시절에 사용하던 것”이라며 “민원을 감수하고 연탄을 만들 만큼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결정적인 폐업 이유로는 물류비 상승을 꼽았다. 남선연탄 관계자는 “예전에는 석탄공사가 원료를 철로로 운송해서 물류비가 적었는데 지금은 탄광에서 공장까지 화물차로 운반해 와야 한다”며 “운송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았지만 연탄 가격은 마음대로 올리지 못해 수익 악화로 이어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까지 사업을 이어온 이유에 대해서 “회장님이 호남지역에 이 공장이 없어지면 연탄 때는 사람들 어떡하냐면서 지금까지 사업을 이어왔다”며 “화순과 전주에 연탄공장이 있지만 남선연탄에 비하면 규모가 매우 작다”고 말했다.

밥상공동체복지재단 연탄은행은 ‘2021 연탄사용가구조사’에서 난방에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가 2019년 10만347가구에서 2021년 8만1721가구로 18.6%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는 연탄 수요 감소 원인으로 도시개발·재개발 등에 의한 주거환경 변화와 연탄 사용 가구 주민의 건강 악화 및 고령으로 인한 사망 등을 꼽았다.

또 연탄 사용 가구의 84.2%가 수급자·차상위가구와 독거 및 장애 가구를 포함한 소외가구로 조사돼 연탄이 ‘서민 연료’에서 ‘소외층 연료’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무연탄 소비의 양대 축인 발전용 무연탄 역시 소비가 끊길 전망이다.

발전용 무연탄 수요는 산업부 광물생산보고서 기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연속 40만톤으로 동일했다. 발전용 무연탄 수요는 10년 전만 해도 연탄용에 비해 보잘것 없는 수준이었지만 연탄 수요가 급감하면서 전체 무연탄 수요의 절반에 육박하게 됐다.

국내에서 발전용 무연탄을 사용하는 유일한 곳은 한국동서발전 산하 동해화력발전소로 알려졌다. 정부가 무연탄 수요 진작을 위해 1999년 준공한 동해화력1·2호기는 주로 유연탄을 사용하는 다른 석탄발전소와 달리 국내에서 채굴되는 무연탄만 사용한다.

정부는 올해 초 확정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탄소 저감 및 대기오염 저감을 위해 동해화력 1·2호기를 2029년까지 폐쇄하기로 했다. 계획에 따라 국내 발전용 무연탄 소비는 2029년에 완전히 끝나고 그 역할은 신규 원전이 대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연탄 산업의 쇠퇴에 따라 국내 최초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석탄공사는 운영 중인 3개의 탄광을 2025년까지 모두 폐광하기로 하고 조기 폐광하는 경우 소속 노동자들에게 특별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등 사실상 폐업 수순에 들어갔다.

현재 국내에서 채굴 중인 탄광은 장성·도계·화순·상덕 등 4개로 석탄공사가 운영하는 3개소가 폐광하면 경동이 운영하는 상덕광업소가 국내 유일의 탄광이 된다.

남선연탄공장의 폐업으로 호남 최대의 연탄공장이 된 전주연탄의 한 관계자는 “철도 운송이 막혀 물류비용이 너무 크고 수요도 매년 10%씩은 주는 것 같다. 광주 공장이 문을 닫는다고 해서 수요가 비약적으로 늘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어려운 분들의 난방을 책임지고 있어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지만 계속 운영하려면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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