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이식 대기자의 증가세로 장기 이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그 대체재로 이종장기가 부상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장기이식 대기자의 증가세로 장기 이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그 대체재로 이종장기가 부상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장기이식 대기자는 갈수록 늘어가고 있지만 장기 기증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해외에선 그 대체재로 이종장기 이식 수술과 시험,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수요에 비해 관심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종장기 이식은 여전히 윤리적·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하는 연구지만 해외에선 국가사업으로 지정되는 등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분야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이식 장기의 수요와 공급 불균형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미국의 장기이식 대기자는 1990년 3만 명대에서 10여 년 동안 10만 명대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동안 장기기증자 수는 3만 명대에도 도달하지 못 했다.

한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2022년 10월 기준으로는 장기인식 대기자 수가 4만 명에 달하고 장기이식 대기자의 평균 대기시간은 약 5년 4개월이다. 한국장기기증협회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장기기증을 기다리다 사망한 국내 환자는 2480명. 하루 평균 7명에 가까운 환자들이 장기기증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2017년에 비해 장기기증 대기 중 사망자 수가 40%가량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 업계는 이종장기가 유일한 대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21년 형질전환돼지의 신장 세계최초 이식, 2022년 형질전환돼지 심장 이식 후 2개월 이상 생존 사례 보고 등 세계적으로 이종장기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서다.

선도국가는 미국이다. 2018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발표를 보면 미국의 이종장기 기술은 질적 수준·시장 확보력 면에서 모두 우수하다.

미국에서 이종장기를 개발하고 있는 대표적 회사는 ‘리비비코어(Revivicor)’다. 주력 분야는 이종장기 개발을 위한 ‘형질전환돼지’ 기술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진행되며 세계적인 관심을 끈 심장 이종이식에 리비비코어의 형질전환돼지가 활용된 바 있다.

이종장기를 연구하는 또 다른 미국 기업으로는 ‘e제네시스’가 있다. 해당 기업은 유전자 편집기술을 이용한 효과적인 호환용 장기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2019년에는 1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자금 유치를 성료하며 업계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외에도 독일이 이종장기이식을 국가사업으로 선정, 형질전환돼지의 장기를 영장류에 이식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 중국은 탈세포화 돼지각막 임상을 진행해 72%의 시력 호전 효과를 확인하기도 했다.

세계 각지에서 이종장기에 주목하고 있지만 한국의 움직임은 더딘 편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기구 ‘국제장기기증 및 이식 등록기구(IRODaT)’에 따르면 2020년 인구 백만 명당 장기기증률(PMP)에서 미국(38.03)·스페인(37.97)이 선두그룹을 차지했다. 반면 한국은 9.22로 전 세계 20위권에 그쳐 있다.

KISTEP의 조사 결과 국가별 이종장기 관련 특허의 경우 선도국가인 미국이 213건인 반면 한국은 절반 수준인 110건에 불과했다.

물론 국내에 이종장기를 다루는 기업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낸 제넨바이오는 WHO 등 국제기준에 맞춰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이종췌도 이식 임상 1상에 진입했다. 서울대 이종장기개발사업단·가천대 길병원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주목 받았다. 하지만 올해 초 상장폐지 위기를 겪으며 시장 퇴출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이외에도 충북 오송에 대규모 바이오 연구시설을 건립하며 이종장기 사업에 박차를 가했던 ‘BNGT’, 제주축산진흥원 부지에 ‘재래흑돼지 유전자원 연구센터’를 세우며 이종장기 이식용 미니피그 개발연구를 진행 중인 ‘크로넥스’도 있으나 아직 업계에 연구 결과물이 알려진 바는 많지 않다.

업계는 한국 이종장기의 유일한 희망으로 ‘옵티팜’에 주목하고 있다. 옵티팜은 돼지 신장을 원숭이에 이식하는 실험을 통해 180일 이상의 생존을 확인, 국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를 통해 국내 이종장기 이식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옵티팜의 최종목표는 이종장기의 인체 이식이지만 인체 임상에 진입하려면 해당 프로토콜의 추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옵티팜은 4개의 돼지 유전자를 제거하는 동시에 사람 유전자 4개를 삽입한 글로벌 수준의 형질전환돼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생존일을 추가경신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는 것이 옵티팜 측의 설명이다.

옵티팜 관계자는 “이종장기 이식 기술의 발전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집약적 기술 개발 지원이 필요하다”며 “윤리·사회적 합의를 위한 이종장기 이식 기술의 필요성에 대한 홍보도 지원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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