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는 플렉소 인쇄 설비로 제조한 친환경 포장재를 적용하고 있다. [사진=오뚜기]
오뚜기는 플렉소 인쇄 설비로 제조한 친환경 포장재를 적용하고 있다. [사진=오뚜기]

[이뉴스투데이 최은지 기자] 친환경 소비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식품업계의 변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업계는 일회용 포장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돼온 만큼 포장재를 친환경 패키징으로 변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지난해 면업계 최초로 ‘플렉소’ 인쇄 설비로 제조한 친환경 포장재를 적용했다.

플렉소 인쇄는 친환경 수성잉크를 사용하며, 양각 인쇄로 기존 대비 잉크 사용량을 30%가량 절약해 연간 최대 약 1600톤의 잉크와 유기용제 사용량을 절감할 수 있다. 기존과 다른 건조 방식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균 50% 줄여 탄소중립 달성에도 도움이 된다. 향후 오뚜기는 식품 포장재 전문 기업인 풍림 P&P와 함께 라면류를 중심으로 친환경 포장재를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소스류의 포장도 바꿨다. 오뚜기는 지난 2월 친환경 트렌드를 반영해 육류소스 등 소스류 9종의 패키지를 새롭게 선보였다. 소스류 최초로 ‘바이오 페트(Bio-PET)’ 재질의 용기로 바꾼 것인데, 바이오 페트는 사탕수수와 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원료를 30% 혼합산 소재다. 기존 석유계 페트 대비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약 10% 줄일 수 있으며,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 

오뚜기 관계자는 “환경 문제가 대두되고 소비자 인식이 변화하면서 ‘친환경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했다”며 “앞으로도 제품 생산과 유통, 소비,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 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생생우동’의 포장 방식을 최근 변경했다. 플라스틱 트레이와 비닐 포장을 제거하고 종이 포장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를 통해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을 83톤가량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사 측의 기대다. 

농심은 앞서 2021년에도 생생우동 묶음 포장을 띠지로 변경해 플라스틱 필름 사용량을 절감한 바 있다. 새로운 포장 역시 띠지 묶음 포장을 그대로 적용해 플라스틱 사용량 최소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라면과 스낵에 주로 사용되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최대한 줄이는 동시에 재질을 단순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사명감으로 지속가능한 패키징을 확산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이 상용화한 생분해 소재 PHA 브랜드 PHACT.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이 상용화한 생분해 소재 PHA 브랜드 PHACT.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포장재와 관련 ‘선언’까지 했다. 포장재 소재 중 환경적으로 유해하거나 재활용이 어려운 소재를 ‘네거티브 리스트(Negative List)’로 선정하고 이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네거티브 리스트에 포함된 소재는 총 6가지로 PET-G(글리콜변경PET수지), PVDC(폴리염화비닐리덴), PFAS(과불화옥테인술포산),EPS(발포폴리스타이렌), PS(폴리스타이렌), 유색 유리병 재질 등이다. CJ제일제당은 제품에 적용 가능한 기술적 검토 등을 거쳐 해당 소재들의 사용 중단 시점과 글로벌 패키징 전략 등 구체적인 목표가 담긴 로드맵을 추후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전환에 사용할 수 있는 포장재 소재 ’PHACT’도 직접 만들고 있다. PHACT는 CJ제일제당이 직접 상용화한 생분해 소재 PHA의 브랜드로, 퇴비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PHA연간 생산규모는 5000톤으로, 오는 2025년까지 6만 5000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의 PHA가 환경친화적인 소재일뿐 아니라 산업적으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점을 널리 알려 다양한 분야로 적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쏘아올린 공, 친환경 포장재 관심 커졌다

포장재에 대한 관심은 코로나19 사태로 일회용품 사용량이 급증, 과도한 플라스틱 용기 사용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시작됐다. 

실제 지난 3월 그린피스가 발표한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선 지난 2021년에만 총 1193만2000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했다. 이는 2017년 대비 49.5% 증가한 셈이다. 특히 분리배출되는 플라스틱 중 배달음식 포장재를 포함하는 ‘기타 폐합성수지류’ 항목은 2019년 하루 715.5톤에서 2021년 하루 1292.2톤으로 무려 80.6% 증가했다. 

특히 배달용기 부문의 1인당 연간 소비량을 살펴보면, 2020년 기준 1인당 연간 568개의 일회용 플라스틱 배달용기를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일회용 컵, 생수 페트병, 일회용 비닐봉투까지 더하면 연간 1312개로, 무게로 환산하면 약 19kg다. 

이에 일회용품 사용이 글로벌 문제로 대두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선 자연스레 인식의 변화가 나타났다.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 신념 및 생각을 소비를 통해 드러내는 ‘가치소비’와 제품 구매 시 친환경적 요소를 중시하는 ‘그린슈머’가 증가하는 등 소비자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롯데멤버스 리서치 플랫폼 라임이 전국 20~60대 남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가치소비 경험이 있는 소비자는 10명 중 8명으로 나타났다. 소비 활동을 통해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표출하는 이른바 ‘미닝아웃(Meaning out)’ 관련 제품 판매는 2019년 1분기 대비 2022년 1분기 171.4% 증가했다.

또 대한상공회의소가 MZ세대 3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MZ세대가 바라보는 ESG 경영과 기업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6명이 ESG를 실천하는 착한 기업의 제품이 더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와 밀접하게 닿아있는 식품업계 입장에선 친환경 경영은 필수가 됐다는 평이다. 특히 향후 기업 이미지와 매출 등을 고려하면 당장 발생하는 비용 대비 이익이라는 설명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은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항상 접하는 제품으로,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비자의 선택을 얻기 위해서는 이제 제품의 맛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가치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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