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의 하릴없는 추락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급등한 원자재 가격 등 각종 악재의 여파로 국내 건설업계의 피해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이에 위기의 한복판에 선 중견급 건설사들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경제 상황을 딛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활로를 모색 중이다. 이에 재도약을 위한 그들의 새로운 도전과 전망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사진=쌍용건설, 그래픽=고선호 기자]
[사진=쌍용건설, 그래픽=고선호 기자]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건설업계의 신화이자 혁신의 아이콘인 쌍용건설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와 같은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1986년 쌍용건설이 지은 싱가포르의 래플스 호텔은 국보급 문화재로 칭송받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 대한민국 건설사의 우수한 시공 능력을 알린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또한 세계 최초로 CAM공법과 TRcM 공법을 병행해 조성한 고속터미널역의 9호선 승강장과 터널구간은 전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시공법이자 혁신적인 결과물로 평가받아 2009년 영국토목학회로부터 ‘브루넬 메달(Brunel Medal)’을 수상했다. 브루넬 메달은 토목분야의 노벨상으로 일컬어지는 상이다.

1977년 쌍용양회 건설사업부에서 독립한 해를 기점으로 쌍용종합건설(주)을 거쳐 지금의 쌍용건설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외환위기 당시 주식 감자 및 출자전환을 거치며 회사 최대주주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들어선 이후부터 지속적인 매각 위기를 겪게 됐다.

그러다 2013년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 계속된 존폐 위기를 겪어오다 작년 10월 글로벌세아그룹 품에 안기면서 다시 우리나라 기업의 소유로 돌아왔다.

 


◇위기의 건설명가, 재건을 위한 혁신

김기명 대표이사. [사진=쌍용건설]
김기명 대표이사. [사진=쌍용건설]

1998년 쌍용그룹 해체 이후 24년 만에 민간기업 품으로 돌아간 쌍용건설의 상태는 수십년 동안 반복된 회사의 위기로 안팎이 크게 곪은 상태였다. 무엇보다 지속된 경영악화로 쌓일대로 쌓여있는 부채 등이 ‘건설명가’ 재건을 위한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에 글로벌세아그룹은 회계와 재무분야에서 탁월한 실적을 쌓아온 ‘경영전문가’인 김기명 대표이사를 구원투수로 등판시켰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건설업계 경험이 전무한 김 대표의 선임건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그룹의 의지는 확고했다.

김 대표는 월마트 한국 지사장과 인디에프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지난 2016년 글로벌세아 대표 자리에 오른 후에는 2018년 세아STX엔테크, 2020년 태림포장, 지난해 발맥스기술 등을 인수하면서 인수합병(M&A)에서도 뛰어난 수완을 보였다.

그는 가장 먼저 회사에 쌓인 짐부터 덜어내기 시작했다.

회사 인수과정에서 유상증자가 마무리되자 글로벌세아그룹은 신주와 구주를 포함, 쌍용건설의 지분 약 90%를 보유하게 됐으며, 전년 600%에 달했던 부채비율을 200%대로 줄이게 됐다.

김 대표 체제의 쌍용건설은 출범 1년 만에 문자 그대로 환골탈태(換骨奪胎) 수준의 변혁을 맞고 있다.

쌍용건설은 해외사업 손실을 회계 처리해 일단락하고 글로벌세아그룹의 유상증자로 부채비율을 대폭 줄이면서 재무구조부터 개선했다.

이는 실적에도 반영돼 회사 재건의 단초가 탄탄해지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쌍용건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영업이익 89억원, 순이익 106억원을 거뒀다. 회사의 전체 매출원가율도 2021년과 지난해 각각 103.5%, 97.4%에서 2023년 1분기 93.6%로 개선됐다.

아직 한 분기 실적에 그친 결과물이지만, 손실 부문이 크게 정리되고 신규 수주 성과가 반영되는 등 종합적인 여건을 고려했을 때 추가적인 개선 여지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돌아온 글로벌 강자, 쌍용건설

쌍용건설이 수주한 아랍에미레이트 파크뷰 레지던스1 조감도. [사진=쌍용건설]
쌍용건설이 수주한 아랍에미레이트 파크뷰 레지던스1 조감도. [사진=쌍용건설]

쌍용건설은 국내 주요 건설사들과 견줘도 밀리지 않는 손꼽히는 해외건설 강자로 이름이 났지만, 회사의 지속된 위기로 명성이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실제 해외수주금액 순위 10위권 안에 다시 들어가게 된 것도 2018년 이후 5년이 지나서야 가능했다.

이처럼 쌍용건설은 글로벌세아그룹 품에 안긴지 단 1년 만에 즉각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는 중이다.

쌍용건설 전체 매출에서 해외사업 비중은 50%가 넘는다.

이에 미국과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10개국에 현지법인을 둔 글로벌세아그룹이 중남미시장 개척 등을 통한 해외사업 확대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와 싱가폴 지역 네트워크를 이용해 신규 사업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뿐만 아니라 기존 진출 국가를 대상으로 한 성과도 올라 올해 해외수주 실적도 전년 대비 129% 증가했다.

쌍용건설은 2023년 해외에서 6600억원, 국내에서 2조400억원 등 신규 수주 2조7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앞서 쌍용건설은 올해 3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약 1500억원 규모 고급 주거시설 ‘파크뷰 레지던스’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4월에는 아프리카 서부 기니만에 위치한 적도기니에서 1000억원 규모 상하수도 사업도 따내는 등 연달아 성과를 도출해 냈다. 적도기니는 중동, 싱가포르와 함께 쌍용건설 해외 주요 시장으로 쌍용건설이 국제공항 건설사업 등을 수주한 경험이 있는 곳이다.

이 밖에도 약 2000억원 규모의 두바이 파크뷰 레지던스 후속사업도 곧 수주할 예정이며, 글로벌세아그룹이 갖고 있는 코스타리카 등 중남미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회 인프라시설 등 SOC분야에 대한 공략에도 속도를 끌어 올릴 것으로 보인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