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와 휠라홀딩스 등 국내 거대 패션기업이 승계를 위한 물밑 작업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은 이 같은 사전작업으로 비용 부담을 줄이고 원만한 기업 경영의 초석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사진=LF]
LF와 휠라홀딩스 등 국내 거대 패션기업이 승계를 위한 물밑 작업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은 이 같은 사전작업으로 비용 부담을 줄이고 원만한 기업 경영의 초석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사진=LF]

[이뉴스투데이 서병주 기자] 거대 패션기업들이 효율적인 승계를 위한 사전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패션업계에서 그룹 후계자의 물밑 작업이 한창 이뤄지고 있다. 향후 이어질 승계 작업은 물론, 원활한 기업 경영의 초석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LF는 구본걸 회장의 장남 구성모씨의 존재감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구성모씨가 최대 주주로 있는 고려디앤엘은 최근 LF의 주식을 수차례 매수하며 지분율을 높였다. 특히 이번달에만 3번의 매수가 이뤄지면서 고려디앤엘의 지분율은 8.79%로 늘어났다. 이는 구본걸 LF 회장의 지분인 19.11%에 이어 2번째로 많은 비중이다.

고려디앤엘은 지난해 7월 LF네트웍스에서 인적분할됐다. 이후 구성모씨가 91.58%의 지분을 매입하며 최대 주주에 올랐다. 구씨의 매입 후 고려디앤엘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LF의 주식을 매수해 1년 사이 2대 주주가 됐다. 여기에 구씨가 가지고 있는 지분을 더하면 구씨는 총 10% 가량의 지분을 차지하는 셈이다.

구씨의 적극적인 매수는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비상장사를 거쳐 기업의 지분을 확대하면 상속세 및 증여세의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LF는 이러한 방식으로 1993년생인 구성모씨의 입지를 다지고 비용 발생 역시 줄여 승계 작업을 차근차근 이어가고 있다.    

휠라홀딩스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윤근창 휠라홀딩스 대표의 경영권을 확대하고 있다. 윤윤수 휠라그룹 회장은 자신이 소유한 피에몬테를 통해 휠라홀딩스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만 13번의 매수가 이뤄졌다. 이달 13일 기준으로 피에몬테의 지분율은 31.26%에 달한다.

올해 적극적인 매수를 이어가는 피에몬테 역시 비상장사로, 지난해 윤 회장이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윤 회장의 사퇴와 피에몬테의 지분 매수를 윤근창 대표의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고있다. 

앞선 LF의 사례처럼, 향후 비상장사인 피에몬테의 지분을 윤 대표에게 넘긴 후 승계 작업을 진행해 상속세 및 증여세를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창수 F&F 회장의 차남 김태영씨는 브랜드 수프라의 마케팅팀 팀장으로 배치되며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나선다. 사진은 지난달 개장한 수프라의 오프라인 매장 전경. [사진=F&F]
김창수 F&F 회장의 차남 김태영씨는 브랜드 수프라의 마케팅팀 팀장으로 배치되며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나선다. 사진은 지난달 개장한 수프라의 오프라인 매장 전경. [사진=F&F]

F&F는 실무 경험을 통해 후계자 교육에 나선다. 김창수 F&F 회장의 차남 김태영씨는 최근 F&F가 주력하는 브랜드에 배치되며 경영 수업 초읽기에 들어섰다. 

F&F는 지난 2020년 미국의 브랜드 수프라를 인수해 지난해 메타패션 브랜드로 리론칭한 바 있다. 이전 MLB와 디스커버리 등 라이선스 브랜드를 성공 가도에 올렸던 F&F는 수프라를 인수하며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를 꾀했다. 특히 김 회장이 인수 과정을 진두지휘하는 등 브랜드 출범 작업에도 직접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F&F가 주력하는 수프라에 김 회장의 차남 김태영씨는 마케팅팀 팀장으로 배치됐다. 지난 2020년 입사한 김태영씨는 팀장직에 오르며 소비자와 접점 확대에 나서는 수프라의 마케팅을 책임진다. 실제 수프라는 지난달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며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시장 접근성을 제고하고 있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승범씨 역시 디지털본부장을 역임하며 동생보다 먼저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김승범씨는 상무로 해당 직책을 맡으며 기업의 온라인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업체들의 움직임에 패션업계 관계자는 “1세 경영 시대와는 다른 환경에서 현장에 나서는 2세 경영인들의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현장 실무를 미리 경험하게 해 효과적인 경영 수업이 될 수 있다. 또 새로운 환경에서 2세만의 강점이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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