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건설사들이 급격한 유동성 악화에 따른 자금난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이뉴스투데이DB, 그래픽=고선호 기자]
국내 중견건설사들이 급격한 유동성 악화에 따른 자금난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이뉴스투데이DB, 그래픽=고선호 기자]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급격하게 얼어붙은 주택거래 시장의 한파가 장기화되면서 분양시장에서 직격탄을 맞은 중견건설사들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채무부담이 확대된 건설사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친 데 이어 내수시장의 하락세까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 등 유동성 악화로 인한 연쇄적인 붕괴 상황에 직면했다.

문제는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계속해서 쌓이고 있어 추가적인 비용 부담과 원가율 악화 등의 악재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부채 잔치에 중견건설사 자금줄 마른다

국내 중견건설사들의 곳간이 급격하게 말라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상승세와 금리 인상의 여파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 침체와도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공급 아파트의 미분양 물량이 누적되면서 악재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우선 코오롱글로벌은 지난 1분기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율이 90.9%를 기록하며 심각한 재무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실질 이윤이 10%도 채 되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영업이익률 역시 하락해 3%대가 무너졌다. 코오롱글로벌의 영업이익률은 작년 3분기까지는 5%대에서 4분기 2.7%, 올해 1분기 2.3%로 반토막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제일건설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52.7% 이상 줄어들면서 7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순이익 역시 2354억원에서 655억원으로 72.1% 급감해 2015년 492억원 이후 가장 낮은 실적을 거뒀다.

올해 73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에 성공한 태영건설은 유동성 우려를 완화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막대한 이자로 인한 금융 부담을 떠안게 됐다.

태영건설의 장·단기차입금의 이자율을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3.40~8.0% 수준을 기록했지만, 일부 상품의 경우 이자율이 15%를 넘어서는 등 막대한 이자 부담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1분기 금융비용은 370억원으로, 지난해 126억원보다 3배 가까이 급증해 장기적인 금융 부담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쌓여가는 미분양 주택…미수금도 ‘빨간불’

문 닫은 공인중개사무소. [사진=고선호 기자]
문 닫은 공인중개사무소. [사진=고선호 기자]

중견건설사들의 분양미수금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작년 기준 일부 건설·시행사의 경우 분양미수금이 최대 6배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각 사별 분양미수금 규모 추이를 살펴보면 호반산업의 분양미수금은 지난 2021년 말 1681억원에서 지난해 4367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도건설도 분양미수금이 1739억원을 넘어서면서 전년 대비 294억원 늘었다.

이밖에도 우미건설, 계룡건설산업, 중흥건설 등도 분양미수금 규모가 수백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사의 입장에서는 분양대금을 받지 않은 상태로 공사를 진행하게 된다면 자기 자본을 투입하거나 추가적인 금융 부담을 질 수밖에 없어 손해를 피하기 어렵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 등 일부 주체가 미분양 리스크를 모두 떠안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서 “시행사, 건설사, 금융권 등 각 주체의 책임 분산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산업협회 관계자는 “미수금이 계속 쌓이는 구조에서 부채비율이나 차입금의존도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기업들의 재무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분양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플랜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분양에 허덕이는 건설사…부동산PF 위기 현실로

인천시 미추홀구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사현장. [사진=고선호 기자]
인천시 미추홀구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사현장. [사진=고선호 기자]

정부가 PF 시장 유동성 공급을 공식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 작업에 착수했지만, 전국적인 미분양 사태가 확산하면서 돈줄이 막힌 건설사들의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미분양주택현황보고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수는 총 7만2104가구로, 전월 7만5438가구 대비 4.4%(3334가구) 감소했지만, 1년 전(2만7974가구)과 비교했을 때는 157.7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위험 수위로 판단하는 20년 장기이동평균선인 6만2000가구를 4개월째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내수시장의 균열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올해 안으로 미분양 주택수가 10만 가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이에 따른 건설업계의 연쇄 부도까지 우려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시공능력 상위 10위 건설사의 민영아파트 분양실적이 당초 계획물량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분양 및 분양계획인 민영아파트 342개 단지 총 27만8958가구 가운데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물량은 125곳 14만6382가구다.

그러나 당초 계획한 분양일정은 현재 줄줄이 ‘대기’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실제 지난달 기준 분양실적을 보면 계획물량의 71%가 분양 일정을 진행하지 못했다.

특히 미분양 사태의 진원지로 꼽히고 있는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 물량이 대폭 줄어들고 있다.

이와 관련,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조차 분양률 악화로 몸을 사리고 있다. 문제는 유동성 악화로 자금줄이 말라가고 있는 중견급 이하 건설사들의 상황”이라며 “미분양 물량이 앞으로 더 늘어난다면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방 사업장의 신규 PF는 중단되거나 지연될 수밖에 없다. PF대출 부실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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