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지난해 5월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지난해 5월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미국 국빈 방문에 맞춰 4대그룹 총수를 비롯해 대기업 총수들이 합류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을 꾸린 가운데 양국 정·재계가 논의할 경제 현안 및 협력을 두고 이목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4대 그룹의 경우 미국 사업을 두고 민감한 상황에서 결국 미 반도체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둘러싼 보조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5일 재계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지난 24일부터 30일까지 방미 일정에 돌입한 가운데, 4대 그룹을 비롯해 대기업 19곳 등 122명으로 꾸려진 경제사절단 역시 일정에 합류한다.

경제사절단은 전경련과 미국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한미 첨단산업 포럼, 백악관 환영 행사, 중소벤처기업부 주최 한미 클러스터 라운드테이블 등 여러 행사를 통해 현지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다양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중 재계의 관심은 바이든 정부가 내세운 반도체법·IRA 등으로 얽힌 보조금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 지다.

미국은 반도체 기업의 자국내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대규모 지원 정책을 발표했지만 보조금 지원 요건으로 수율 등 기업의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자료 제출까지 요구하는 독소조항을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수익이 전망치를 초과할 경우 미 정부와 초과분 일부를 공유해야 한다는 조항도 달려 있다.

이 때문에 이번 방미를 계기로 기밀 자료 제출 범위를 최소화하고 가드레일 조항을 완화시킬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텍사스주에 170억달러(한화 약 22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설립 중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첨단 패키징(후공정) 제조시절 등에 150억달러(약 2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고심 중이다.

이와 더불어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중국내 반도체 공장에 대한 장비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하면서 중국 내 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에 대해 적용을 1년 유예했지만 이후 중국 투자는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은 반도체 보조금 신청 등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대만 TSMC 역시 보조금을 신청했지만 독소조항에 대해 미 정부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IRA로 인해 북미 전기차 사업에서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IRA의 배터리 요건을 맞추지 못하면서 전기차 보조금에서 전 차량 제외됐다.

IRA 세부지침에 따르면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만 세액공제 형태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또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시 3750달러의 보조금 대상이 된다.

문제는 현대차그룹이 아직 북미 전기차 생산설비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조기 건설을 서두르고 있지만 사실상 2년 이상 보조금 공백이 발생하면서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반면 미국 자동차 브랜드만 사실상 보조금을 받게 되면서 현대차그룹의 마음이 조급해진 상황이다. 이에 업계는 정 회장이 전기차 전용 공장 완공을 앞당기는 조건으로 미국 협조를 얻어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업계는 IRA 시행으로 세액공제가 적용되면서 IRA 배터리 보조금 해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이 당장 수혜를 입게 됐고 SK온도 IRA 보조금 혜택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IRA가 우려 단체에서 조달한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핵심광물은 2025년부터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배터리 소재 탈중국을 단시간 내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백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 코발트 등 중국산 의존도가 높고 미국이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해외 우려 단체 범위에 중국 업체가 상당수 포함될 것으로 전망돼 이 역시 업계가 조속히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은 시간적 유예를 확보하거나 세부 규정 적용을 유연하게 하는 방향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 회장은 최근 SK하이닉스가 보조금 신청에 무게를 두고 있어 SK온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IRA로 인해 복잡해진 북미시장을 두고 현대차그룹과 SK온은 합작법인 설립으로 정면돌파에 나서고 있다.

양사는 지난해 11월 말 2025년 공급을 목표로 북미 전기차 배터리 공급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실제 이번 방미를 감안해 현대차·현대모비스·기아는 25일 정기 이사회를 열어 SK온과의 북미 배터리셀 합작법인 설립 안건을 승인했다고 공시했다.

SK온 역시 오는 27일 이사회를 열어 합작법인 설립 내용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재계에서는 두산그룹과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도 사절단으로 합류한 만큼 원전 문제에도 진전이 있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최근 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출 신고를 반려했다.

한국형 원전인 APR1400 기술 소유권을 주장하는 웨스팅하우스와 협력 하지 않을 경우 향후 체코 등 원전 수출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원전 대장주로 꼽히는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이 동행하는 만큼 미 정·재계와의 만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만 이번 경제사절단을 통해 한미 양국의 경제 현안을 해소할 수 있을 지는 다소 의문이다.

그간 경제사절단의 성과를 비쳐보면 대규모 계약 혹은 양해각서(MOU) 체결 등을 통해 상대국 시장 공략 및 협력관계를 이어왔지만 이번 미국행은 다소 분위기가 다르다.

특히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이미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대통령 방한 때 어마어마한 선물보따리를 안긴 바 있다.

여기에 최근 악화된 글로벌 경기침체와 보다 노골적으로 진화한 미국 자국우선주의 등을 감안할 때 선물보따리를 풀기보다 기존 사업계획 진행을 점검하는 수순에 머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방미 경제사절단이 최대 규모를 자랑하지만 실제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 내기에는 힘들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악화된 수출 경기 등을 감안할 때 경제사절단 파견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사실 이번 방미의 경우 큰 성과를 기대하긴 힘들다. 양국의 입장이 첨예한 상황에서 새로운 합의를 이끌어 내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내다봤다.

관계자는 또 “다만 미중무역전쟁·미국 자국우선주의 정책 등으로 인해 중간에서 한국 기업이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하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면서 “미국 정책에 부합하면서도 그 틈새를 찾아 기회를 만드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기업마다 입장이 제각각인 만큼 성과를 두고 섯불리 평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라며 “다만 현지 정·재계 인사들과의 밀접한 관계 형성을 통해 우리 기업들에게 최대한 유리한 방향을 이끌어 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수출 중심의 한국경제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라며 “미국 시장이 최대 수출시장으로 돌아온 만큼 양국이 윈윈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단계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정치적 입장이 먼저 고려되는 만큼 자칫 허울만 좋은 경제협력으로 비쳐질 수 있어 정부 차원에서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