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수도권취재본부 권오경 기자] K컬처 열기가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영화, 드라마, 팝, 패션, 제품 등 전 분야에 한국 콘텐츠의 우수성이 세계인에게 입증됐기 때문이다. 그 열풍 가운데 디자인이 숨은 주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의 디자인은 도시의 삶과 산업, 그리고 라이프스타일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썸네일_정수. [사진=서울디자인재단]
썸네일_정수. [사진=서울디자인재단]

최근 서울디자인재단(대표이사 이경돈)은 ‘디자인서울 스토리 - 인터뷰로 만나는 디자인 100년’이라는 제목으로 디자이너 37인을 재단 홈페이지(www.seouldesign.or.kr)에 공개했다.

‘미래를 알기 위해서는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말처럼 향후 K-디자인의 비전과 방향성을 이해하자는 취지로 제작된 영상은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한국에 상륙한 후, 도시와 산업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 과정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6개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받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인터뷰는 개인에 대한 질문과 디자인 서울에 대한 질문으로 크게 구성된다. 디자이너들에게 “나는 OOO 디자이너다”라는 한 문장의 질문을 던져, 스스로를 정의하게 하고, 그동안 디자이너로서 평생을 지켜 온 신념,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일상의 습관과 행동 그리고 디자이너로서 본인의 작품 베스트 3을 꼽아 설명했다.

또한 디자인 서울에 대한 질문으로 디자인이 시민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한 부분도 자연스럽게 담았다. 디자이너들은 서울의 역사, 장소, 트랜드와 관련된 작업을 소개하고 디자인이 도시의 변화와 시민의 삶에 작용하는 방식을 설명하고, 나아가 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진솔하게 말했다.

먼저 특별 인터뷰로는 최근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권영걸 서울디자인재단 이사장이 참여했다. 그는 “디자인은 문명을 창조하는 행위로, 우리는 현재의 낡은 문명을 대체할 새 문명의 길을 찾고, 문명의 형식을 결정하는 디자인의 새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고 했다. “신문명디자인은 오늘의 일그러진 사회 질서를 자연의 질서에 합치시키는 중재(仲裁)의 디자인이자, 자연에서 멀리 이탈한 인간을 본연의 자리로 귀환시키는 대의(大義)의 디자인”이라고 설명하며, 다가오는 시대의 새로운 디자인관을 제시했다.

또한 디자인 100년 인터뷰 영상에 담긴 디자이너들은 다양한 자신의 경험을 언급하며 한국의 디자인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윤호섭 국민대 명예교수는 “과거에는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게 최고다’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디자인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서 자신에게 질문을 하게 된다”라고 전했다.

이순종 서울대 명예교수는 “디자이너의 역할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사회를 혁신하는 주체가 돼 지속가능한 삶의 터전을 만드는 것”이라고 역할을 강조했다.

박돈서 아주대 명예교수는 ”환경이나 도시, 건축 모든 것이 인간의 쾌적한 삶에 기여해야 하는데 이중 색채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건축 및 환경, 도시의 색채를 개선한다는 것은 인간의 생활을 쾌적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디자인의 영향력을 말하기도 했다.

김현중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서울시의 가장 큰 공은 공공디자인의 개념을 확산한 것”이라며 “그 결과 공공디자인은 전국적으로 확대됐으며 ‘디자인은 바로 복지다’라는 개념을 보여줬다”고 디자인을 통한 도시의 변화를 설명했다.

1960년대 디자인을 처음으로 대학교 교과과정으로 만든 김정자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언젠가는 고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야겠다라는 마음으로 돌아와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는데 당시에는 디자인이라는 말과 개념이 전혀 정립돼 있지 않았다” 며 1960년대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했다. 이밖에도 인터뷰에 참여한 디자이너들은 한국에 디자인 산업이 자리잡았던 과정을 설명했다.

부수언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로 1975년 민성전자 휴대용 전자계산기를 꼽았다, 당시 1975년이면 제조업도 미미하고 대기업 말고는 디자인한 제품을 국내에서 양산하기 힘든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제품에 디자인을 입혔기 때문이다.

디자인계 안팎에서 ‘호돌이 아빠’로 널리 알려진 디자인파크 김현 대표는 “시선만 끈다고 소비자는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며 “ 마음과 생각, 머리 세 가지를 훔쳐와야 소비자의 행동 패턴이 변한다” 고 디자인의 공감력을 강조했다.

인터뷰 영상에는 국내 1호 디자이너들이 한국 전통 디자인을 세계에 알리려 한 노력들도 담겼다. 그 사례로는 서울의 특색이 담긴 돌담, 남산, 기와, 단청의 색을 뽑아내 만든 서울색, 서울 상징물인 상상의 동물 해치 디자인, 해외 전시에 출품한 발우공양, 보자기, 민화 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등을 들 수 있다.

먼저 은병수 전 은카운슬 대표는 한국의 전통미와 기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공예와 산업디자인 기법을 접목해 동서양의 생활양식에 맞게 기획한 비움(VIUM) 브랜드로 절에서 스님들이 사용하는 그릇, 발우를 활용해 합리적인 그릇을 출시했고, 조각보의 미학을 세계 유명 전시회에서 선보였다.

박영순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는 국가 이미지 개선을 위한 환경색채 연구를 해 우리나라의 도시색채 총 297개의 팔레트를 개발했다. 이숙자 리그래픽스 대표는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모란을 디자인 콘텐츠화는데 노력했으며, 김태호 전 한국산업디자이너협회 회장은 2년마다 열리는 디자인올림픽, 인터디자인을 99년 서울에 유치해 세계 디자이너들이 우리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디자인해 전파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민영백 민설계 대표는 “청와대 춘추관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중요하면서도 세계에 알려진 프레스센터인데 국가 기록에도 남아있을 프로젝트로 한국성을 현대화하려고 노력했다” 고 전했다.

또한 버려진 소뼈나 상품의 제재를 새활용하는 등 생각의 전환을 실천한 사례도 다양하다.

서애란 한국귀금속보석디자인협회 회장은 “음식을 만들어 먹고 나서 소뼈를 버리려고 보니 컬러도 상아처럼 아이보리 색이어서 악세사리 소재로 활용했다”며 “대구 패션 주얼리위크때 소뼈로 만든 악세사리가 피날레를 장식했다”고 전했다.

용기 디자이너로 알려진 정수 디오리진 대표는 “환경은 용기디자인을 할 때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중 하나”라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하하는 게 소재나 크기 등을 결정짓게 했다”고 전했다.

서울디자인재단 이경돈 대표이사는 “디자인 100년사를 충실히 기록한다는 목표로 올해에도 인터뷰 영상 20편을 새로 제작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재단은 지속적으로 국내외에 디자인 인사이트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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