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사장[사진=코오롱그룹]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사장.[사진=코오롱그룹]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코오롱 오너가 4세인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사장이 윤석열 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에 합류하면서 그의 존재감을 두고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 사장은 지난해 승진한 이후 좀처럼 공식석상에 얼굴을 내비치지 않다가 이번에 사실상 첫 데뷔 무대를 갖게 되면서 코오롱그룹의 후계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2일 재계 등에 따르면 이 사장은 지난 19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방미 경제사절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사장이 공식석상에 얼굴을 비추는 것은 2021년 열린 H2비즈니스서밋 창립총회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사장에 오른 이후 첫 행보다.

이 사장은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차장으로 입사한 이후 2015년에는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영진단실에서 상무보로 승진했다.

2017년 지주회사 ㈜코오롱 상무로 승진한 뒤 1년 만에 전무로 올라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 최고운영책임자를 지냈다.

2020년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장 부사장으로 승진해 수입차 부문을 맡다가 지난해 사장 승진 후 수입차 부문을 통합해 출범한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에 취임했다.

이에 대해 재계 등에서는 코오롱그룹이 이 사장을 필두로 본격적인 승계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이번 방미 사절단에 합류하면서 사실상 재계 데뷔전이라는 시각이 제기된다.

특히 그는 이번 사절단 합류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계를 대표하는 인물들과 함께 일정을 소화하게 됐다는 점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코오롱그룹은 미국에서 큰 규모의 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과 이웅열 명예회장이 2018년 물러난 이후 총수 자리가 공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데뷔전을 통해 사실상 후계자로서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재계 등에서는 이번 방미 일정이 이 사장에게 후계자로서의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도가 실려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는 이유다.

다만 이 사장이 코오롱그룹의 총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여러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이 사장은 지분 확보를 통한 지배력을 강화해야 하지만 아직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코오롱 지분을 단 1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반면 이 명예회장은 준 49.97%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이 명예회장이 줄곧 언급하고 있는 경영능력 입증과 직결돼 있다.

이 명예회장은 2018년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경영 능력을 인정 받지 못하면 주식을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또 최근 이 명예회장은 “자기가 직접 (경영권을) 빼앗아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일관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이 사장 스스로 경영성과를 통해 능력을 입증해야 지분 승계도 가능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이번 인적분할 된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이 사장이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마지막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더욱이 이 사장은 그간 몸 담았던 분야에서 썩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해 임원으로 고속 승진을 하면서도 사업 성과가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사장은 2018년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인 코오롱인터스트리 FnC 부문을 맡았지만 이후 국내 패션산업 침체기가 겹치면서 재임기간 동안 FnC 부문 매출액은 2018년 1조456억원에서 2019년 9729억원, 2020년 8680억원으로 줄었다.

또 2018년 설립된 사내 스타트업 ‘리베토코리아’ 초대 대표이사를 맡았지만 적자가 지속된 영향때문인지 2020년 7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리베토코리아는 공유주택사업을 펼쳤지만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2020년 11월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을 맡아 호실적을 견인했다. 그는 또 2021년 15개 기업이 모여 출범한 수소 기업협의체에 코오롱그룹 대표로 참여하며 그룹 내 수소사업을 이끌었다.

이와 더불어 이 사장은 코오롱 최고전략책임자(CSO)로서 그룹 전반에 걸쳐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사업구조 혁신을 이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시장이 이끌고 있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사업환경은 긍정적이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2025년까지 매출 3조60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가운데 국산차 판매시장의 성장률은 지난해 –0.4로 뒷걸음질 쳤지만 수입차 시장은 9.5%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분할 전 코오롱글로벌의 주력사업인 건설시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분양 축소 등에 따라 매출 하락이 예상돼 모빌리티부문의 성장세를 상쇄할 건설부문과 분리되면서 성장 가능성을 더욱 높인 셈이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이 코오롱글로벌과 코오롱모빌리티의 주가 전망에 긍정적일 것”이라면서 “기본 주력 부문인 건설과 자동차 모두 양호한 실적을 보여왔고 특히 자동차 부문은 BMW 판매와 AS 모두 장기간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 가치 평가에서 배제했다”고 진단했다.

백 연구원은 또 “이번 분할을 통해 자동차 부문의 가치 평가만 제대로 받는다면 현재 목표주가 이상의 주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사장이 방미사절단을 통해 재계에 공식적으로 얼굴을 내밀게 되면서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통해 경영능력 입증까지 완수할 경우 후계작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방미 경제사절단에 5대그룹 총수를 비롯해 총 19개 대기업이 참여하는 등 잘 알려진 총수들이 대거 참여한다.

이 가운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비롯해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사장, 이 사장까지 MZ세대 젊은 오너 경영인이 동행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다만 코오롱그룹 측은 이 사장의 방미 사절단 합류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이 사장은 그룹의 CSO로서 참여하는 것 뿐”이라며 “대통령 방미 일정에 합류하는 만큼 그 자리를 빛내기 위해 참석하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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