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안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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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SK그룹의 주력사업이 줄줄이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증권가 등에서는 자금난 우려를 제기하는 반면 일각에서는 SK그룹이 이 같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미래투자를 통한 반등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 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21일 재계 등에 따르면 금융권 등에서는 SK그룹이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으로 재계 2위로 올라섰지만 이른바 BBC(바이오·배터리·반도체)로 대표되는 신성장 사업들이 부진을 거듭하면서 재무 건전성에 부담을 두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SK그룹 12개 상장사 중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 기업은 5곳(SK(주)·SK이노베이션·SK스퀘어·SK하이닉스·SKC)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SK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우선 그룹의 최대 자금줄 역할을 해왔던 반도체 사업이 부진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1조898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영업외손실도 2조5230억원이었다.

특히 옛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인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 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낸드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90억달러를 투자해 솔리다임을 인수했지만 아직 이렇다할 실적이 없다.

인수 후 낸드 시장 시장 점유율은 줄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SK하이닉스 점유율은 20.4%였지만 4분기에는 16.8%로 줄었다.

배터리 분야도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SK온의 1분기 영업적자는 약 3500억~43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SK온은 출범 후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지난해 매출액 7조6177억원, 영업적자 1조원을 기록한 바 있다.

더욱이 SK온의 부채는 지난해말 기준 15조30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8조7000억원 늘었다. 부채비율은 1년새 166.9%에서 258.1%로 증가했다.

하지만 당분간 이런 상황은 지속될 전망이다. SK온은 미국에서 조지아 2개 공장을 운영중이고 포드와의 합작사인 ‘블루오벌SK’를 통해 켄터키·테네시주 등에 배터리 생산기지 3곳을 추가로 건설 중이다.

이 같은 자금압박은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단기차입금은 2021년 8640억원에서 지난해 7조6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여기에 그간 대형 사모펀드(PEF)를 통해 상당한 자금을 수혈해온 SK그룹은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가 미뤄지면서 만기가 속속 도래하자 상환 고민 역시 키우고 있다.

SK스퀘어는 최근 11번가 지분 매각을 위해 PEF 운용사들과 물밑에서 접촉하고 있다.

당초 11번가는 2018년 PEF 운용사인 H&Q코리아와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등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IPO를 약속하며 5000억원을 투자 받았지만 이를 지키지 못해 하반기에 원금에 연 3.5% 금리를 더해 갚아야 한다.

SK스퀘어는 50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신주 등을 발행하거나 경영권 매각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IPO에 실패한 원스토어 투자금 1000억원 상환도 대응해야 하고 자회사 콘텐츠웨이브도 2024년 11월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2000억원의 전환사채(CB)를 다시 사들어야 한다.

이 뿐만 아니라 SK그룹 계열사들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PEF를 통해 7조원 안팎을 조달한 바 있어 상환 압박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SK E&S(3조1000억원), SK온(1조3000억원), SK루브리컨츠(1조1000억원), SK에코플랜트(1조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시장 우려에도 불구하고 SK그룹은 비교적 양호한 재무 구조를 형성하고 있어 최근 적극적인 자금확보 노력이 선제 대응 및 미래를 위한 투자로 보는 시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 SK그룹은 지난해 말 연결 기준(NICE신용평가 기준) 부채비율과 순차임금의존도는 각각 134.7%, 25.7% 수준이다.

특히 주요 핵심 축인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이 지속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면서 자금 압박 부담을 줄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8일 30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가운데 수요예측 결과 3년물 7200억원, 5년물 6400억원, 7년물 2500억원, 10년물 1200억원 등 총 1조7300억원의 매수 주문이 접수됐다.

민간 채권평가기관 평균 금리보다 최대 25bp(1bp=0.01%포인트) 낮은 금리에서 목표물량을 채우면서 이자 부담도 줄였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일 운영자금 조달 목적으로 1조9745억원 규모 해외 교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SK하이닉스 자사주 1775만9040주가 교환 대상이다. 이는 총 발행주식의 2.4% 규모다.

이 밖에 SK온은 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통해 최대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목전에 두고 있다.

SK온 측은 오는 2026년 말까지 SK온의 IPO를 추진하기로 했다. IPO를 못하면 연 7.5%~8.5%의 복리 수익률로 MBK 컨소시엄의 지분을 되사주기로 있다.

앞서 SK온은 지난해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 컨소시엄으로부터 총 1조3200억원을 조달했고 같은해 12월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 유상증자로 2조원을 조달했다.

SK그룹은 여전히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투자 행보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에 오는 2026년까지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미래 산업 분야에 247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반도체 및 반도체 소재에는 전체 투자 규모의 절반이 넘는 142조원이 투입된다.

다만 금리 인상 등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중장기 투자계획이 유연하게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도 지난해 7월 열린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이자가 계속 올라가는 만큼 전략·전술적인 형태로 투자를 지연하는 정도쯤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재료 부문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그 부문을 원래 투자대로 그대로 밀기에는 계획에 잘 안맞아 어쩔 수 없이 조정이 있을 것 같다”고 언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빙하기를 겪고 있는 반도체 시장도 하반기 반등에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빠른 실적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더욱이 세계 메모리 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가 감산을 공식화하면서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미 감산을 진행 중인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의 결정을 통해 재고 자산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는 세계 1·2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의 감산 결정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한파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온 역시 그간 성장세 실현을 위해 대규모 수주와 설비 증설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향후 글로벌 생산체제 효율화와 안정화,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을 통해 실적 반등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에셋증권은 SK온이 올해 2분기 49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3분기 2367억원, 4분기 255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는 올해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이 실적에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한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한쪽에 쏠려있지 않고 에너지·화학·정보통신 등 다양한 분야로 분산돼 있어 한 부문의 실적 악화가 큰 타격을 주기는 힘든 구조를 갖고 있다”면서 “다만 미래 성장을 위해 그룹 차원에서 막대한 M&A 및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또 “주요 사업군이 속속 자금 조달에 성공하며 단기적인 유동성 경색 우려를 해소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하반기 반도체 경기가 되살아나고 배터리 사업 역시 북미 라인이 본격적인 가동에 돌입하면 실적 반등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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