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사진=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한화그룹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두고 국민감사청구서를 감사원에 제출하면서 HD현대중공업과의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19일 HD현대중공업이 진행 중인 KDDX 사업의 사업자 선정 과정과 사업 진행에서 적법·위법성 여부가 없었는지를 감사해 달라는 국민감사청구서를 감사원에 이날 제출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2020년 KDDX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의 KDDX 개념설계 자료를 몰래 촬영한 후 빼돌려 현대의 회사 내부 서버에 조직적으로 은닉 관리해 왔음이 해당 사건의 재판 결과로 드러났다”며 “당시 HD현대중공업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사업자 선정 과정의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의혹이 불거진 사업자 선정 당시 HD현대중공업은 해당 평가에서 보안사고에 대한 감점을 받지 않았고 그 결과 대우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 두 회사 간 점수 차이는 불과 0.0565점 차이에 불과해 보안 사고에 대한 벌점이 부과됐다면 결과는 180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또 대우조선해양 측은 “HD현대중공업의 불법이 지난해 11월 법원의 판결로 확인이 된 현 시점에도 해당 업체에 대한 사업 진행의 적법성, 위법성에 대한 검토나 진상 조사, 후속 조치 등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면서 “대한민국 국가 방위 사업의 위상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감사원의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HD현대중공업은 “이미 법원과 방위사업청의 판단을 받은 사안으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2020년 8월 HD현대중공업에 대해 자신들의 개념설계 자료를 활용했다고 주장하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자신이 우선협상대상자임을 확인하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기각됐다.

이후 같은 해 말 대우조선해양은 방사청에 같은 취지로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HD현대중공업 측은 “방사청 재검증위원회는 HD현대중공업이 개념설계 기밀을 본사업 제안서 작성에 활용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바 있다”고 해명했다.

◇ 논란의 KDDX 유출 사건…직원 유죄 불구 HD현대중공업 수주

하지만 해당 사건은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KDDX 사업은 애초 개념설계를 대우조선해양이 맡았다. 이들은 해군과 함께 2012년 11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KDDX 개념설계를 완성했다.

이에 개념설계 공모에서 떨어진 HD현대중공업의 직원들이 군 관계자와 공모해 2014년 1월경 3급 비밀인 KDDX 개념설계도를 몰래 촬영하거나 복사한 정황이 드러났다.

2018년 4월 기무사령부가 불시 보안감사를 실시해 HD현대중공업의 서버에 KDDX 개념설계도가 저장돼 있는 것을 적발했다. 이에 기밀 유출에 연루된 해군 장교들은 군사재판을 받았고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울산지방법원 형사11부는 지난해 1월 HD현대중공업 전·현직 9명에게 징역 1~2년에 집행유예 2~3년을 선고했다.

이러는 사이 방사청은 2020년 5월 KDDX 기본설계 사업 입찰을 공고했고 결과는 HD현대중공업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는 이변을 낳았다.

당시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범죄 정황을 잘 알고 있던 방사청이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참가를 전혀 통제하지 않았다는 데에 논란이 일었다.

더욱이 HD현대중공업 직원에 대한 유죄 판결이 난 이후 판결문을 제3자가 열람할 수 없도록 조치하면서 의혹을 키웠다.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 직원들에 대한 1심 유죄 판결과 관련해 “후속조치를 검토하기 위해 해당 판결문을 울산지법에 요청했지만 판결 당사자의 공개제한 신청에 따라 판결문 제공이 불가하다는 회신을 받았다”면서 판결문을 볼 수 없어 입찰참가제한 등의 제재를 검토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다만 방사청은 “유죄 판결로 관련 규정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방산분야 입찰에 향후 3년간 제안서 평가에서 불공정행위 이력 감점(1.8점)의 불이익 조치를 받는다”며 “향후 판결문을 확보해 KDDX 사업과 HD현대중공업의 연관성이 확인될 경우 법과 규정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는 사이에 대우조선해양은 잇달은 매각 실패와 경영 악화 장기화로 방산 분야 투자 여력이 줄어들면서 수주 경쟁에서 HD현대중공업 등에 뒤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해군 호위함급 이상 중·대형 수상함 건조실적을 보면 2800톤급 대구급 호위함(FFX Batch-II) 사업을 대우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이 각각 4척씩 나눠 수주한 이후 대우조선해양 실적은 전무하다.

이후 3600톤급 충남급 호위함(FFX Batch-Ill)의 상세설계와 초도함은 HD현대중공업이, 2~4번 함정은 STX조선해양의 특수선 사업부문을 인수한 SK오션플랜(옛 삼강M&T)이 가져갔다.

8100톤급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정조대왕급) 3대는 HD현대중공업이 싹쓸이했다. 5000톤급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기본설계 계약도 HD현대중공업이 따냈다.

◇ 경쟁사 견제로 결합심사 지연…4개월 만에 정상화 시동 

대우조선해양은 그나마 잠수함 분야 핵심기술을 보유한 강점을 앞세워 도산안창호함급(KSS-III Batch-I) 2척과 차세대 잠수함(KSS-III Batch-II) 2척 건조 사업을 수주하는데 그쳤다.

이후 양측의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한국조선해양 인수가 무산된 이후 한화그룹이 인수를 추진 중인 가운데 경쟁 조선사들이 수차례 문제 제기를 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 승인을 지연시키고 있다.

반면 해외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은 이미 완료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 품에 들어갈 경우 탄탄한 지원을 통해 방산 분야 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여 경쟁사들 입장에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늦어질수록 당장 5월 발주되는 8000억원 규모의 충남급 호위한 5·6번함 수주전을 비롯해 하반기 1조원 규모 차세대 잠수함(KSS-III Batch-II) 3번함 건조사업,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수주에서 경쟁사들이 유리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대우조선해양의 국민감사청구가 한화그룹 인수를 앞두고 사전에 HD현대를 향한 기싸움의 전초전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더욱이 공정위가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함심사를 오는 26일 예정된 전원회의 심의에서 정할 것으로 알려져 이번달 안으로 인수를 마무리지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지난 18일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 ‘군함 시장 내 차별 금지’를 조건으로 승인하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한화 측에 발송했다.

공정위는 이날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에 대한 심사를 완료해 전원회의에 상정하고 당사 회사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면서 “향후 전원회의 심의(잠정 26일)에서 경쟁 제한성 여부와 조치 수준 등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19일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한 지 약 4개월 만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마무리 될 경우 LNG운반선 수주를 비롯해 방산사업에서도 한화그룹과 HD현대의 치열한 경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간 좋지 못한 재정 상태로 대우조선해양이 덤핑 수주 및 계약해지 물량 처분을 위해 저가 경쟁에 나서는 등 시장 질서 교란 문제가 있었지만 이제 든든한 뒷배를 마련한 만큼 조선업계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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