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1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사택을 나와 성북보건소 차량에 탑승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0년 8월 1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사택을 나와 성북보건소 차량에 탑승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찬주 기자] “정치인은 종교인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지난 10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기자회견 중)

국민의힘이 전 목사의 ‘막장 발언’으로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집권여당은 강경대응은커녕 특정 종교인의 일거수일투족에 휘둘리는 모양새다.

18일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보수 표심 텃밭인 대구경북(TK)지역 국민의힘 지지율은 48.4%로 전주(54.6%)보다 6.2%포인트 하락했다. 국민의힘이 TK지역에서 지지율 50%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해 11월4주(45.0%) 이후 4개월 만이다.

여러모로 국민의힘을 바라보는 여론이 좋지만은 않다. 지난달 8일 전당대회를 치른 뒤 김기현 당대표 체제로 새 지도부가 출범했지만, 2주도 안 돼 여당에 ‘전광훈 리스크’가 덮치면서다.

발단은 김재원 최고위원과 전 목사의 ‘연루설’이다. 김 최고위원은 앞서 전 목사의 예배에 참석해 그의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한 반대의 뜻을 지도부에 관철시키겠다’는 망언했다. 그러나 논란이 확산된 이후에도 김 최고위원은 ‘전광훈이 우파 천하통일’이라고 재차 실언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잇따른 실언에 당 상임고문인 홍준표 대구시장이 김기현 대표를 향해 ‘징계’를 촉구하며 전 목사와의 ‘관계 단절’까지 요구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김 최고위원이 아닌 홍 시장을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하면서 당내 갈등은 격화됐다.

홍 시장은 격분했다. 그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귀에 거슬리는 바른말은 ‘손절’하고 당을 욕설 목사에게 바친 사람에 대한 처리는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고, 당 지지율 하락에 대해서도 18일 “지지율 폭락은 (김기현) 대표의 무기력함과 최고위원들의 잇단 실언 탓”이라고 일갈했다.

국민의힘은 당과 전 목사의 갈등이 보수 텃밭 지지율 하락에 더해 당 내부분열까지 번질 위기에 이중당적 추정자에 대한 ‘경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대안을 가져왔다. 전 목사의 지지층이 국민의힘 당원까지 겸하고 있는데 대한 경고 조치의 일환이다.

다만 ‘수박 겉핥기식’ 대응이라는 비판은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최근 전광훈 목사가 우리당 공천에 관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본인 지지자들에게 당원 가입을 선동하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당은 당헌당규에 따라 기존 입당자 중 전 목사를 추천인으로 한 당원을 대상으로 이중당적 금지 안내문자를 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당법 제 42조 2항은 이중당적을 금지하고 있다. 당은 이들에게 ‘현행 정당법상 이중 당적 보유는 금지되면 해당 법령을 위반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니 자신의 타당 당적 여부를 확인해 위법사항이 없도록 주의하시기 바란다’는 내용으로 문자메시지를 발송한다.

그러나 묘책으로 보긴 어렵다. 유 수석대변인은 브리핑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원 추천인에 전광훈을 안 쓴 이중당적자를 거르는 방법’에 대해 “현실적으로 파악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김 대표의 우유부단함이 초래한 결과로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당대표가 전 목사에 대한 분명한 입장과 특단의 조치를 내렸어야 하는데 상당히 지지부진했다”면서 “여당 대표가 저렇게 우유부단하면 내년 총선에서 지금 갖고 있는 표보다 날아가는 표(중도층)가 더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홍 시장 해촉에 대해서도 “김 대표가 김 최고위원을 먼저 징계해야 하는데 홍 시장을 해촉한 건 순서가 뒤바뀐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전 목사의 경우 강경 정치 발언을 통해 자신의 정치세 확장을 위해 국민의힘을 일종의 숙주로 삼아 어떤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라면서 “전광훈 지지세력이 국민의힘 세력과 일부 겹치다보니 선거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우리 정치사(史)의 왜곡이자 비극적 현상”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중당직자가 당에 얼마나 포진됐는지 전수조사를 하고, 만약 확인될 경우 지도부 차원에서 단호한 대응 액션을 취해야 한다”며 “특히 전광훈의 당내 개입 시도에 대해서는 당이 엄중 경고하고, 그래도 해결이 안되면 법적조치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한편 유 수석대변인은 ‘전광훈에 대한 당의 늑장조치’ 지적에 “그 판단은 보통 제가 아니라 언론이 하는 거 같은데”라면서 “지난 주말을 거쳐 월요일에 분명히 ‘전광훈과 당은 관련이 없다’고 말했고, 그 이후 단절에 필요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오늘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해석을 언론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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