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도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두 번째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박수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7일 도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두 번째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박수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지난 16일 한일 정상회담에 맞춰 양국 정상들은 수출 규제 해제 및 경직돼 있던 경제 협력에 대해 물꼬를 텄지만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 원상회복에 대해 답을 내지 못하는 등 실익에 대해서는 아쉬운 소리가 나온다. 

19일 재계 등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와 함께 전경련 회장단으로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총수들이 지난 16 한일 정상회담에 맞춰 개최된 17일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양국 경제 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날 이 회장은 “살아보니까 친구는 많을수록 좋고 적은 적을수록 좋다”고 언급하는 등 필요성을 강조했다. 더욱이 총수들이 참석한 만큼 세부적 내용보다 큰 틀에서의 공감대 형성에 주력했다.

이에 재계는 양국이 반도체 관련 동맹을 다시 맺고 배터리·전기차 분야 등에서 더욱 밀접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일본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규제 및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으로 반도체 기업들을 중심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던 만큼 공급망 재편을 통해 수출 확대 등 긍정적 효과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지난 19일 수출구조가 한일 관계 악화 이전 수준으로 복원될 경우 국내 수출액이 연간 26.9억 달러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GI는 “한일 관계 개선으로 기대되는 수출 증대 효과인 26억9000만달러(한화 약 3조5000억원)는 국내 수출증가율의 0.42%포인트 상향 요인”이라며 “산업연관분석을 활용해 우리나라의 일본 수출증가가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해 보면 경제성장률은 0.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김천구 SGI 연구위원은 “미중 패권 경쟁에 끼인 국내 기업들은 안정적 공급망 구축, 지속 가능한 수출시장 확보, 유사 입장국과 협력 강화 등을 추구해야 한다”며 “한일 관계 개선을 맞아 메모리반도체에 강점을 갖춘 한국과 소재·장비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일본의 반도체 분야 협력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 더불어 SGI 측은 양국 경제 협력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야 한다고 지적했고 관계 개선을 통한 금융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같은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볼멘 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번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은 반도체 소부장 수출규제 해제를,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철회를 약속했다.

하지만 화이트리스트 원상회복에 대해 만족스러운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해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19일 고위당정협의회 이후 “(화이트리스트에 대해)양국 협의가 완료되는 대로 관련 법령개정 등을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면서 “일본은 시행령 개정 사안인 반면 우리나라는 산업통상자원부 고시이기 때문에 일본에 비해 (복구가) 쉽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앞서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이 양국의 합의안 발표 다음날인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화이트리스트 원상회복과 관련 “(한국의) 자세를 신중하게 지켜보겠다”고 밝혀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일각에서는 일본 측이 대법원 징용피해자 배상판결 문제 등의 해결 여부 등을 빌미로 화이트리스트 원상복원 등에 대해 미온적으로 나올 수 있다면서 더욱이 한국 정부가 WTO 제소 카드를 포기해 사실상 견제할 방법도 없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일 경제 협력 해빙무드가 국내 경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엇갈린 관측이 나온다.

당장 반도체 소부장 수출 규제가 해제되면 반도체 제조사는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대형 반도체 회사는 공급처 선택지가 늘어나는 것이고 그 자체만으로도 우호적인 요인”이라며 “장기적으로 반도체 업황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소부장 기업들은 그간 정부 지원 아래 성장세를 이어 왔지만 일본 기업과의 정면 승부에서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일본 수출 규제 해제가) 국내 소부장 기업들을 위기에 빠뜨릴지 혹은 시장을 확대할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면서도 “다만 한국 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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