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도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끝난 뒤 박수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7일 도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끝난 뒤 박수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정상회담에 맞춰 열린 한일 경제인 간담회(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국내 4개 그룹 총수 등 국내 주요 경제계 인사가 참석하면서 경직된 양국의 경제 협력 관계가 일본 수출규제 이전으로 회복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17일 오전 12시 일본 도쿄의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회관에서 개최된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전 세계가 직면한 복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의 연대와 협력이 중요하다”면서 “양국이 공급망, 기후변화, 첨단 과학기술, 경제안보 등 다양한 이슈에 공동으로 협력·대응해 나가자”고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디지털 전화,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미래 첨단·신산업 분야에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6일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은 반도체 핵심 품목 수출규제 조치를 해제하고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 불공정무역행위 제소를 취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날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개 그룹 총수를 비롯해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직무대행이 이끄는 회장단으로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응열 코오롱 명예회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등 12명이 참석했다.

일본 측에서는 게이단렌 회장인 도쿠라 마사카즈 스미토모화학 회장 등 11명이 참석해 양국의 경제 협력 정상화를 논의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 4개 그룹 총수 및 전경련 회장단 등 국내 주요 경제인들이 참석해 어떤 협력 보따리를 풀어낼지를 두고 재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먼저 이재용 회장은 이번 참석을 통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에서 일본과 협업을 강화하는 방안 모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본 수출규제 이후 국산화 및 공급망 다변화로 대응해 왔지만 여전히 일본 기업 의존도가 20%대에 달한다.

또 꾸준히 공을 들여온 통신사업 협력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NTT도코모, KDDI 등 일본 1·2위 통신사업자에게 5G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 스마트폰 현지 시장 공략도 강화할 방침이다. 그간 삼성전자는 일본 시장에서 ‘삼성’ 브랜드 로고 대신 ‘갤럭시’ 브랜드만을 표기해 왔다. 하지만 S23 시리즈를 필두로 ‘삼성’ 브랜드 로고를 전면에 내세우기로 하는 등 현지 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그룹 차원의 신사업 협력보다는 일본과의 경제 협력 정상화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최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일에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소재 중심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에서 일본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향후 환경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반도체 분야 등 다양한 사업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회장 취임 이후 공식적인 첫 방문인 만큼 일본 시장 확대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철수한 지 12년 만인 지난해 2월 일본 승용차 시장에 수소차와 전기차를 중심으로 재진출했다.

최근 현대 모빌리티 라운지 교토 시조 오픈을 시작으로 일본 자동차용품 및 서비스 전문기업 오토박스와 협력 강화를 추진 중이다. 오토박스는 현대차의 일본 내 협력 정비공장으로 오토박스의 정비 거점을 활용하는 제휴를 비롯해 다양한 협업을 검토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정 회장의 방일을 계기로 일본 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한층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구 회장은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 일본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일본 완성차 업체인 혼다와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완성차 업체들과의 접점을 높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 일본 현지 시장에서도 호평을 받는 OLED TV를 중심으로 가전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내 4대 그룹 총수들이 출동한 만큼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과 일본의 소부장 장점을 살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산업 분야에서 적극적인 협력관계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총수들이 직접 나선 만큼 상세한 내용보다는 전반적 사업 분야에 대한 협력 공감대 형성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경련이 한일 경제 협력 창구 역할을 도맡게 되면서 국내 경제단체 간의 지형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4대 그룹은 국정농단 기업 청문회가 열린 2016년 12월 초 전경련 탈퇴를 선언한 이후 같은 해 말과 2017년 초에 걸쳐 탈퇴했다.

이후 4대 그룹 총수들은 전경련과 철저한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전경련의 이번 행사 특별초청에 4대 그룹 총수가 수락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제기된다.

물론 일각에서는 4대 그룹 총수의 이번 행사 참석은 ‘전경련 행사’보다는 ‘윤 대통령 방일 동행’이라는 점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다음달 26일 윤 대통령의 미국 국민 방문 때도 전경련이 워싱턴DC에서 4대 그룹 총수들이 모두 참석하는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를 여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4대 그룹의 재가입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방미 때 행사를 당초 대한상의가 맡았었지만 최근 바뀐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경련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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