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속도로 세분화하고 있는 세대 구조 속에서 리빙 업계가 저마다의 생존전략을 들고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디지털 플랫폼 중심의 새로운 소비 방식의 도입과 같은 새로운 도전부터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까지. 업계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변화의 모습을 보다 가깝고 생동감 있게, 기업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해보는 자리를 마련해본다. <편집자 주>

[사진=한샘, 그래픽=고선호 기자]
[사진=한샘, 그래픽=고선호 기자]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우리나라 리빙·인테리어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 중 한샘이 갖는 상징성은 그 어느 기업과도 견주기 어렵다. 가구에서부터 리모델링, 바스(Bath), 인테리어까지 국내 리빙 전 부문에서 한샘이 미치는 영향력은 대체 불가한 수준이다.

하지만 업계 1위 한샘도 트렌드 변화에 따른 실적 쇼크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 낸 적자 규모만 200억원이 넘는다. 한 해 전체로 봤을 때는 상장 후 사상 첫 영업 적자라는 부진한 성적표를 손에 들었다.

이 같은 부진한 실적에는 주택 거래량 급감 영향이 컸다. 아파트 매매량이 크게 감소하자 그에 따른 수요 감소가 실적 악화에 주효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 1위의 아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기 위해 한샘은 플랫폼으로의 전환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수많은 악재 속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리빙 시장에서 업계 1위 한샘의 현주소와 미래 청사진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1위의 추락, 한샘이 아닌 ‘리빙’의 위기

한샘은 20년만의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말을 기점으로 엄청난 상승세를 기록한 고금리 사태로 주택거래 시장이 무너지자 그 여파가 고스란히 가구·인테리어 업계로까지 번졌다.

한샘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 규모는 217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조원으로 전년(2조2312억원) 대비 10.4%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711억46000만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말 그대로 부인할 수 없는 ‘부진’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 건 한샘의 갑작스러운 추락이 아니다. 업계 전반으로 퍼진 위기감 자체를 경계·우려해야 한다.

실제로 업계 2위 현대리바트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경영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185억2700만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4957만원으로 전년 대비 6.3% 늘어났지만, 당기순손실은 573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이 같은 업계 전반에서 나타난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주택거래량 감소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다 보니 가구와 인테리어 수요가 줄어든 것이 뼈아프게 다가온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전년 대비 55% 가량 감소했다.

문제는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금리인상이 완화되면서 부동산 시장 해빙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지만 실적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고금리 현상이 여전해 거래량이 큰 폭으로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가구업계가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실적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

 


◇위기를 기회로…미래 시장 핵심은 ‘플랫폼’ 대전

앞에서 말한 대로 업계 1위 한샘은 그야말로 ‘절체절명(絕體絕命)’의 위기다. 현재 상태에서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묘책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한샘의 대답은 ‘플랫폼’, 그리고 ‘데이터’다.

한샘은 지난달 정보 탐색부터 상담, 견적, 계약, 시공, 사후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통합 플랫폼 ‘한샘몰’을 론칭했다.

한샘몰은 기존의 한샘 홈리모델링·가구 상품과 매장 정보를 제공하는 '한샘닷컴'과 가구·생활용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로 통합한 형태다.

고객이 앱에서 홈리모델링에 대한 정보를 찾아 견적을 내볼 수 있고 이를 곧바로 앱에서 ‘리하우스 디자이너’에게 전달하는 것도 가능하다.

견적을 받은 한샘은 고객의 요청에 맞춰 ‘언택트 3D 제안서’를 만들어 제공하고 이후 상담을 거쳐 계약까지 앱으로 체결할 수 있다.

가상의 ‘우리 집’ 모형에서 특정 가구를 선택해 미리 배치해볼 수도 있고, 그를 통해 전반적인 분위기를 알아볼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실시간으로 △온라인을 통해 △3D 모형을 바탕으로 △생동감 있게 △수많은 소비자 경험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샘은 리모델링 견적과 계약 과정의 편의성도 높였다. 고객은 평형과 방·욕실 개수만 입력하면 대략적인 견적을 낼 수 있다. 한샘 리모델링 전문가가 자체 3D 설계 프로그램으로 구현한 도면·견적서도 온라인으로 받아볼 수 있다. 한샘몰을 통해 매장과 일정을 예약한 방문 상담도 가능하다. 모든 계약은 견적서 세부 내역을 모두 담은 전자계약 방식으로 체결한다.

그동안 각종 악성 민원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던 ‘서비스 투명성’도 크게 개선된다.

모든 시공 과정을 현장 업무 담당자가 자재 정보, 일정 등을 기록하는 '리모델링 매니저'로 통합했다. 기존에는 고객이 각 공정 담당자와 직접 소통해야 했다.

시공 과정을 모두 기록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모든 상황을 체크할 수 있고 이후 사후관리에서도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받게 된다.

 


◇디지털 플랫폼 전환…실적이 아닌 소비자로 향한다

한샘이 디지털 전환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수많은 개선 사항과 새로운 서비스들을 내세웠지만, 이익 실현과 같은 실제 효과를 얻어낼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들뿐만이 아닌 경쟁업체들도 잇따라 플랫폼 구축에 뛰어들었으며, 무엇보다 진정한 대결상대가 될 e커머스와의 전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단순한 온라인 플랫폼 구축이 아닌 오프라인과 온라인과의 적절한 조화와 공생(共生)이다.

한샘이 오프라인에서의 경험과 온라인의 편리함, 두 가지 키워드를 어떻게 잡아나갈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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