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에 대한 PF 부실 리스크가 본격화되면서 금융당국이 즉각적인 지원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실질 지원 목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이뉴스투데이DB]
건설업계에 대한 PF 부실 리스크가 본격화되면서 금융당국이 즉각적인 지원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실질 지원 목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이뉴스투데이DB]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이른바 PF 부실 리스크 확산을 사전에 막기 위한 본격적인 조치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 조처의 대상인 중소·중견건설사들을 상대로 ‘분양가 할인’ 등의 자구책 마련을 강제함에 따라 미분양 및 신규 분양 매물 등의 대대적인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분양가 폭락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 관계 기관 협의를 통해 부동산 PF 리스크가 건설사·부동산신탁사로 파급되지 않도록 건설사 등에 대한 정책금융 공급을 확대, 주요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총 28조4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결정했다.

이는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과 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권이 참여한 ‘회사채·단기금융시장 및 부동산 PF 리스크 점검 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안으로, PF 자금을 대출한 금융회사들로 대주단을 구성, 상환 유예, 출자 전환, 신규 자금 공급 등 금융 지원을 통해 사업 정상화 계획을 골자로 한 공동 대응을 추진한다.

이번 조치에 따라 자금난을 겪고 있는 건설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지원이 이뤄진다.

또한 부실우려 사업장의 경우 부실 PF채권이 신속하게 매각, 정리될 수 있도록 유암코, 캠코 등 민간과 정책금융기관의 부실채권(NPL) 시장 참여를 확대할 방침이다.

문제는 자금지원을 받는 기업에 대한 자구책 강제 조항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자구책의 방향이 ‘분양가 할인’으로 굳혀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는 앞서 권대영 금융위 상임위원이 “모든 대책에는 분양가 할인이 있어야 한다”는 언급에 따른 여파로, 정책금융 지원에 따른 대상 기업의 책임이 필요하다는 부분으로 해석된다.

또한 분양가를 할인할 경우 기존 조합원들을 설득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번 PF 자금지원의 실질적인 목적이 PF 부실에 따른 부도 등의 연쇄 피해가 금융업계로 번지는 것을 막는 데 목적이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단기자금 성격인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ABCP)을 장기성 대출로 전환하는 3조원 규모 보증 신설을 통해 건설사들의 차환 리스크를 해소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현재 미분양 물건을 처리하지 못한 건설사들의 입장에서는 빚의 규모와 기간만 더 키울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는 분양 물건의 처리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차환 시기를 연장함으로써 당장의 연쇄 부도는 막을 수 있는 조치로 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건설사들의 장기적이고 연속적인 쇠락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려는 목적을 의미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조처가 금융권의 안정 보장만을 내세운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기업 관계자는 “회사 자체 부도나 PF 부실이 문제가 아니라, 이를 계기로 PF 조달 문제 등을 빌미로 자금줄을 틀어쥐고 있는 금융업계의 향후 행보가 문제”라며 “중견 건설사로부터 시작된 자금난은 중소 규모로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하위 도급업체를 비롯한 관련 시장 전체가 자금난에 빠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올 초부터 5대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한 금융업계는 PF 만기 연장 조건을 대책으로 내세우면서 기존과 신규 물량의 자금 유동성을 틀어쥔 상태다. 이에 시장 유통 자금 규모가 급격히 감소하자 중견 이하 규모의 건설사들의 자금줄도 말라 들어가 신규 사업 추진은 커녕 기존 사업을 부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지난달 국내 건설업계 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위 안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자금난으로 회생절차에 돌입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특히 중소규모의 하위 건설업계는 금융지주보다 한발 앞서 PF 관련 대출 규모에 대한 대대적인 감축을 통해 자금 관리에 나선 저축은행 등의 제2금융권과 대부업계의 ‘몸 사리기’로 당장 공사대금조차 처리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같은 현상은 현재 제2금융권의 PF대출 규모를 감안하면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저축은행 PF 대출 규모는 2019년 말 6조3000억원에서 2020년 9조5000억원까지 늘었으며, 지난해 최초로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인건비 부담 등 추가 자금 융통이 불가피한 중소건설사들의 상황으로 인해 대출 회수 기간은 더욱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전문가 일각에서는 분양가 폭락을 시작으로 건설업계의 피해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부동산 PF의 부실 여파는 당장의 금융업계 피해보다는 건설기업들의 실질적인 도산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며 “당장 대손충당금 마련 등에 나설 수 있는 제1금융권을 위시로 한 상층부의 피해보다는 제2금융권, 대부업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중소건설사들의 자금난 우려가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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